[노성열의 AI경제] 과학 대통령, '진짜'가 보고 싶다
KPI뉴스
go@kpinews.kr | 2025-06-26 10:03:22
이재명 정부 들어 새로 마련된 직제인 대통령실 인공지능(AI) 미래기획 수석비서관에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이 임명됐다. 하 수석은 흔히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AI를 자체 개발하자는 '소버린(sovereign, 주권) AI'의 주창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뿐 아니라 AI 모델을 직접 개발해본 데이터 전문가에서 AI 법제도·거버넌스의 사회화 이슈, AI 에너지 등 환경 이슈, AI와 과학기술의 융합연구, AI 인재 양성까지 전반적인 지식을 축적한 '진짜' AI 전문가이다.
행정 경험 없는 40대의 민간기업 출신을 최고위 공무원으로 발탁한 이번 발표를 깜짝 인사라고 부르지만 주변의 AI 관계자들은 모두 "될 만한 사람이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발표된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이사가 선정됐다. 둘 다 젊고 하이테크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민간 기업인들이다. AI수석과의 업무 협력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후 불과 3주 남짓한 기간 동안 보여준 문답식 국무회의 같은 실용정신의 과학기술판(版) 실천이라 할 수 있겠다.
이참에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 방향에 대해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한다. 돌발 계엄과 탄핵으로 불가피하게 급히 치뤄진 단기간의 대선 유세에서 다른 공약에 비해 이 부문은 구체적 메지시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먼저 언급한 AI부터 이야기해보자. 적재적소 인사인 신임 AI 수석이 하나둘씩 추진하겠지만 가장 긴급한 에너지 이슈를 최우선으로 해결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미국과 중국을 양대 축으로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등 AI 패권 경쟁이 현재진행형으로 치닫고 있다. 정상적인 국제정세 하에서라면 우선 AI 로드맵을 세우고 AI 인프라의 물적 투자에서 AI 법제도 정비, AI 인재 양성 순으로 차근차근 풀어가면 되리라.
하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1년이 10년 같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전시(戰時)상황과 다름없다. 최우선 급선무는 빠른 실천이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AI 인프라 중에서도 AI 칩과 데이터센터 말고 에너지 확보부터 손을 대라고 주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페이팔을 창업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기술 사업가 피터 틸 팔란티어 회장은 최근 핼리우(HALEU,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핼리우는 차세대 원자로의 핵심 연료이다. 원자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달성할 유일한 대안 에너지원이다. '전기 먹는 하마' AI를 키우려면 폭포수 같은 전기를 쏟아 부어야 하고, 이를 감당할 전기 공장은 원자로밖에 없다. 햇빛, 바람, 지열 등 재생에너지는 간헐적 보충 에너지원(源)일뿐 총체적 해결사가 못 된다. 석탄, 석유, 가스 등 기존 탄소 에너지원은 감축노선으로 접어들었다. 핵융합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원자로이다.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탈원전 선도국들이 돌아선 이유다. 한국이 간신히 유지한 핵 발전 기술과 인력은 전 세계의 주목거리로 올라섰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노리는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SMR)는 지금 선진국에서 개발 중인 모델 가운데 가장 가성비가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 수석은 아마도 제일 가까운 직장 동료가 될 신설 과학기술부총리와 함께, 원자력 발전의 걸림돌을 제거하는데 먼저 손을 써야한다. 새 정부와 여당의 일부 반(反)원전론자, 시민단체 등을 설득해 한국형 원전의 내수 및 수출 시장 플랫폼을 재건, 확장해야 한다. 원전산업 생태계와 연구개발(R&D) 인력풀을 복원해야 한다.
한국형 방위산업과 원전은 향후 30년을 책임질 차세대 수출상품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1초가 아쉬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보유한 독보적 에너지 자원으로서 국부를 키울 것이다. 박정희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식량의 자급자족에서 출발했듯, AI 에너지 자급자족은 AI 경제개발의 시작점이다.
다음은 부총리급 과기장관과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게 당부한다. 먼 미래를 내다본 기초원천 연구에 뚝심 있게 투자하는 공공 R&D의 솔선수범을 보여 달라. 차세대 컴퓨터인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정보통신 등 양자 기술, 핵융합을 포함한 미래형 청정에너지는 아들딸 세대의 산업이다. 당장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꾸준한 투자로 글로벌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선두권을 유지해야 한다.
바이오헬스 역시 반도체만큼 한국을 오래 먹여 살릴 분야이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의사 집단과 연구자라는 튼튼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10년 정도 집중 육성하면 5위권 수출품목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항공우주는 너무 크지 않고 실용적인 응용분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 좋겠다. 달착륙선 같은 월드컵 수준의 행사보다 우주인터넷과 위성, UAM 등 통신 및 모빌리티에 먼저 눈을 돌리는 편이 낫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과학기술 정책의 후견인으로 떡 버티고 있어야 과학기술 부총리와 AI 수석이 힘을 쓸 것이다. 말로는 과학 대통령이 몇 명이나 지나갔다. 이제 '진짜'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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