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 대가 '론 뮤익',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 2025-05-07 15:36:40

아시아 최대 규모...7월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극사실주의 조각계 새지평 열어...평생 48점이 전부
현실 경계 무너지는 시대에 던지는 '철학적 메시지'

론 뮤익(Ron Mueck) 개인전이 국내 미술계를 뒤흔들고 있다. 극사실주의(hyperrealism) 조각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호주 출신 조각가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는 이번 '론 뮤익'전은 지난달 11일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에서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피부의 질감, 주름, 체모, 핏줄까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인상을 준다. 이런 극사실주의에 대한 감동만이 아니다. 그의 작품은 혼돈의 세계를 사는 현대인에게 큰 철학적 울림을 주고 있다.
 

▲ 론 뮤익(Ron Mueck) 2005년 작 '침대에서'. 혼합 재료, 162 × 650 × 395 cm [제이슨 임]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독일계 이민자로 태어난 그는, 인형공장을 운영하는 부모 때문에 어릴 적부터 다양한 인형에 둘러싸여 자랐다. 성인이 된 후엔 TV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움직이는 인형을 제작하는 일을 시작했다. 1986년에는 전설적인 인형극 제작자인 진 헨슨이 감독한 판타지 영화 '라비린스'에 참여, 털북숭이 괴물 '루도' 제작을 담당하며 탈을 쓰고 직접 연기를 선보이기는 열정도 보였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화가인 장모 '파울라 레고'와의 인연으로 미술계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1997년 전시 'Sensation'엔 42명 작가와 공동전시에 나서 자기 아버지가 사망한 직후의 모습을 약 3분의 2 크기로 축소한 조각을 선보이며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그는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는 듯하다. 작가로 발을 디딘 후 30여 년 빚은 작품이 고작 48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품이 많이 든다. 수 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한 번 작품 구상에 꽂히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 활동에 매달렸을 것이다. 다작은 그의 목적이 아닌 셈이다.

 

▲ 론 뮤익 대표작 <마스크 II> [제이슨 임]

 

이번 전시엔 이런 역작 가운데 10점이 한데 모였다. 스튜디오 사진 연작 12점, 다큐멘터리 필름 두 편도 무대에 올랐다. 특히 마지막 전시실엔 프랑스 사진가이자 영화감독인 '고티에 드블롱드'가 25년간 뮤익의 활동을 기록한 사진과 영화 '스틸 라이프: 작업하는 론 뮤익'이 관객을 맞는다. 뮤익의 작업 철학과 일상을 들여다볼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가 추구하는 극사실주의(Hyperrealism)는 1960~1970년대 초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현대미술 경향이다. 사진기 발명으로 과거의 극사실주의는 한동안 주류 미술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히려 현대미술가에겐 영감이었다. 찰스 벨(Charles Bell), 척 클로스(Chuck Close), 리처드 에스(Richard Estes) 같은 화가들은 그림으로 극사실주의를 새롭게 개척했다. 이후 조각, 사진,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매체로 불길처럼 거세게 확장됐다. 당시 작가들은 사진을 참고하거나 투사 장치를 사용해 실제보다 더 정밀하고 세밀하게 재현을 했지만, 그들은 단순한 사진의 모방을 넘어 '감정, 서사, 철학적 메시지'를 담으며 극사실주의를 새로운 현대미술로 다시 띄우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론 뮤익의 극사실주의 작품 활동도 궤는 같다. 특히 론 뮤익은 조각 영역에서 다양한 확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는다.

 

▲ 국립현대미술관 론 뮤익(Ron Mueck)전. 지난 5일 관객들이 작품 '매스'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제이슨 임] 

 

그 역시 단순한 재현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선 그는 작품의 크기를 조절해 작품이 단순한 복제라는 오인을 경계한다. 또 관람자와의 작품의 거리를 조절, 작품을 보는 관객이 단순한 극사실주의를 벗어나 '주체와 대상'이라는 쌍방 존재론적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영국의 가디언은(The Guardian) 이런 그를 두고 "뮤익의 작품은 단순한 사실주의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감정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전했다. 이번 무대에 오른 실제 인간 얼굴의 4배 크기로 제작된 2002년작 '마스크 II'와 대형이나 머리뼈 형상은 강한 몰입감을 주는 동시에 관객에게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존재의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의 큰 주제는 모두 철학적이다. '출생, 죽음, 고독, 노화, 불안, 관계' 등 인간의 삶에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 속 인물은 그저 보통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로 꾸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이런 조각품들이 다른 작가의 것과 달리 관객과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다른 어딘가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작품들. 이런 장치들은 어쩌면 뮤익이 관객에게 완곡히 실사화된 타인의 한순간 삶을 훔쳐보게 하며 '존재로서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려고 만든 의도일지도 모른다.

▲ 론 뮤익 2019년 작품 '치킨 맨'. 혼합 재료, 86 × 140 × 80 cm.  [제이슨 임]

 

그는 '실리콘, 레진, 섬유, 유리섬유' 같은 여러 재료를 사용하지만, 더러 진짜 머리카락을 사용해 극사실 효과를 배가한다. 그는 점토로 원형을 만들고, 섬유 유리로 금형을 제작한다. 나중에 이곳에 실리콘이나 레진을 부어 작품의 큰 형태를 갖춘다. 끝으로 피부의 주름, 핏줄은 물론 점, 솜털, 머리카락, 수염까지 극사실성을 표현한다. 극사실이지만 그의 작품은 언제나 실제보다 너무 크거나 작아 명백한 현실을 거부한다.


관객은 극사실적인 표현에 우선 심취하지만 잠시 후 펼쳐지는 인식과 감정의 동요를 맛보게 된다. 그런 정신적 유희는 인간 존재론에 대한 것들이다. 작가는 이런 유희를 만들기 위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극사실주의 표현 탓에 관객은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의 작품이 던지는 진지한 사유는 절절하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가, 나는, 당신은 무엇인가.'

이번 전시는 2005년부터 뮤익 작품 활동을 지원해온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열었다. 이미 10만 관객을 훌쩍 넘겼다.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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