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음이온 배터리'로 빠르고 오래 가는 비결 찾았다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 2026-01-12 09:34:36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기반 될 수 있는 분자 설계 원리 제시
포스텍은 화학과 박수진 교수, 김성호 박사 연구팀이 음이온과 희석제의 상호작용을 조절해 초고속 충·방전과 전 온도 구동이 가능한 듀얼 이온배터리(DIB) 전해액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서강대, 서울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과 함께 수행한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게재됐다.
지금까지 배터리 성능은 양이온인 리튬만 잘 움직이면 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DIB에서는 리튬이온은 음극으로, 음이온은 양극의 흑연 층 사이로 동시에 들어간다.
두 이온이 함께 움직여야 에너지가 저장된다. 음이온의 이동 방식이 성능을 좌우하는 이유다.
연구팀은 전해액 속에서 음이온과 불소화 에테르계 희석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주목했다. 컴퓨터 모사와 핵자기공명 분석 결과 음이온은 주 용매보다 희석제와 더 강하게 상호작용하지만 오래 붙어있지 않고 짧게 붙었다가 곧바로 떨어지는 '순간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느슨하면서도 계속 재구성되는 이 네트워크는 음이온이 전해액 안을 이동할 때 저항을 낮추고 전극 표면에서 용매가 떨어지는 과정을 빠르게 하며 흑연 층 사이로 들어갈 때 필요한 구조 조정 부담을 줄여준다.
이렇게 개발된 전해액을 적용한 배터리는 극한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 매우 높은 전류로 충·방전을 수천 번 반복해도 용량을 유지했다.
0℃ 부근 저온부터 60℃ 고온까지 폭넓은 온도 범위에서 정상 작동했다. 전극 표면에는 얇고 고른 보호막이 만들어져 입자가 갈라지거나 저항이 늘어나는 것을 막았다.
연구팀은 실험실용 동전 모양 전지를 넘어 전기차용과 비슷한 구조의 파우치형 전지에서도 같은 경향을 확인해 실용화 가능성을 함께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리튬이온 중심의 전통적 전해액 설계에서 벗어나 음이온과 희석제를 포함한 전체 조성의 움직임을 함께 설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한다.
이 개념은 DIB를 넘어 리튬 금속 배터리, 나트륨 이온전지 등 다양한 차세대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다.
박수진 교수는 "초고속 충전, 장수명, 넓은 온도 범위를 동시에 만족하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는 분자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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