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태의 세계는 지금] 연쇄 도산 공포에 떠는 유럽의 저가 항공업계

UPI뉴스

| 2019-09-30 09:58:47

▲ 유럽의 항공업계가 줄줄이 도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셔터스톡]


유럽 항공업계의 생존 몸부림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23일 영국 기업 토마스 쿡(Thomas Cook)의 파산이 결정되면서 이들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당장 현실로 닥쳐온 모양새다.

토마스 쿡은 항공은 물론 호텔, 지방 운송, 심지어는 식사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여행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명실상부 유럽 최대 규모의 여행 토탈서비스 기업이다. 동종 업계로서는 178년의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토마스 쿡의 파산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항공 쪽의 경영 부진이 중요한 한 축을 이루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실 이날은 유럽 항공업계에 악몽 같은 날이었다. 프랑스의 두 항공사 에이 아주르(Aigle Azur)와 XL 에어웨이즈(XL Airways)도 같은 날 프랑스 파산 법원의 법정 앞에 섰기 때문이다. 에이 아주르 항공사의 경우 이미 지난 6일부로 모든 비행이 일시 중지된 상태이다. 다시 비행기가 날 수 있을지 여부는 27일 최종 결정된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XL 에어웨이즈도 지난 22일 모든 비행기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러다가 유럽의 항공업계가 줄줄이 도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토마스 쿡이 도산한 만큼, 다른 항공사들에 대한 고객 수요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올법하지만, 항공업계의 체감은 이와 정반대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항공사 파산은 오히려 속도를 더해가는 양상이기 때문 이다. 2017년 프랑스 최대 항공사인 모니크(Monarch)를 비롯해, 에어베를린(Air Berlin), 알리탈리아(Alitalia) 등이 파산을 하는가 싶더니 작년에는 프리메라(Primera)와 코 발트(Cobalt), 올해 들어 게르마니아(Germania)와 플림비 (Flimby), 아이슬란드 WOW(Iceland WOW), 그리고 마침내 토마스 쿡에 이르기까지, 이제 곧 파산항공사의 수가 열 손가락을 넘어갈 태세다. 무리하게 대서양 횡단노선 투자에 나섰던 노르웨이 항공(Norwegian Air)은 그나마 향후 2년 동안 3억8천만 달러의 채무상환을 유예받는 조건으로 간신히 도산을 면했다.

토마스 쿡의 경우 파산을 하나의 요인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지난 2007년 2월 기업 간 합병으로 토마스 쿡 그룹(Thomas Cook Group plc)이 설립된 이래 이 회사는 무리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Hotels4U.com의 매수, 두 바이 투자 그룹에 대한 지출,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를 위한 옥토퍼스 미디어 테크놀로지와의 거래 등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 여파로 2009년에는 토마스 쿡의 최대 주주이던 아칸도르가 파산하기도 했다. 온라인을 통한 여행자들의 직접 예약 추세, 브렉시트의 문제에 따른 여행자들의 불안 심리 확산 등도 주요한 파산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항공 부문은 토마스 쿡의 파산에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2017년 초 토마스 쿡 항공그룹의 하나인 콘도르(Condor)는 4천만 파운드의 비용 절감 방안을 도입한다. 2016년 발생한 전년 대비 14억 파운드에 달하는 매출 감소와 1400만 파운드에 달하는 운영 손실, 여기에 6%의 승객감소 등 부실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같은 해에 토마스 쿡은 자사의 벨기에 항공 운영권을 루프트한자(Lufthansa)에 팔겠다고 발표하지만 실제로는 브뤼셀 에어라인즈(Brussel Airlines)가 이를 매수하게 된다.


2017년 전후부터 유럽 항공사들의 경쟁은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하나의 대륙에 여러 국가가 몰려 있는 유럽 지형의 특성상 저가 항공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대형항공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저가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의 영역을, 반대로 대형항공사들은 저가 항공사의 영역을 서로 넘나드는 일들도 점차 일상화가 되고 있다.


2017년 7월 에어프랑스는 저가 항공 노선을 열고 자회사 Joon을 출범시킨다. 대상은 주로 28~35세의 젊은 층. 에어프랑스는 이보다 앞선 2006년 자회사인 트랜스아비아 (transavia)를 내세워 저가 노선에 뛰어든 적이 있었는데, Joon 은 이보다 한 층 더 나아간 것. 장거리 적자노선에서 원가절감을 통한 이익전환을 한다는 야심 찬 전략이었지만 Joon은 다른 저가 항공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2년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 다시 에어프랑스와 합병되고 말았다.


한때 비즈니스 고객층의 항공 수요는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독점해오다시피 했고 이것이 이들 항공사의 착실한 수입원이 되어 왔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에어프랑스의 경우 장거리 노선에서 비즈니스 고객은 전체 고객의 20% 정도지만 이들로 인한 수익은 40% 정도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시장 역시 저가 항공사의 진출로 양상이 뒤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항공사는 영국의 이지젯(Easy Jet)이다. 이 회사는 대형 항공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럽 대부분 주요 지역의 취항, 그리고 대형항공사와의 유사 서비스 제공이 그것. 그동안 대형 항공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왔던 우선탑승(priority boarding) 티켓, 자유교환티켓 등으로 비즈니스 고객층의 수요에 맞춰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이 항공사의 전체 고객 중 비즈니스 고객의 비율은 25% 선까지 증가했다.


이에 자극받은 아일랜드 항공사인 라이언에어(Ryan air) 역시 비즈니스 고객층을 대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주요 공항의 취항이 적어 크게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의 또 다른 고민은 저비용을 무기로 하는 다른 지역 항공사들의 도전이다. 두바이 항공사인 에미리트(Emirates) 항공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 회사의 서비스 품질은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저가라는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유럽노선에서 부각을 나 타내고 있다.

물론 대형항공사들의 대응도 만만치는 않다. 자본력을 동원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서비스 품질에 예민한 비즈니스 고객층을 겨냥한 투자가 두드러지고 있다. 루프트한자의 경우 2011년부터 2105년까지 객실 개조에만 하루 평균 1백만 유로 정도를 투자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유럽 항공업계에는 우선 탑승, 좌석 공간 확대 등과 같이 '비즈니스 클래스의 취향을 반하는 이코노미 좌석' 즉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당초 노르웨이 항공, 아이슬란드의 WOW, 프랑스의 XL 에어웨이즈 같은 회사들이 자사 근로자들을 위해 도입했던 것인데, 고객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이베리아(Iberia) 항공이 한발 늦게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애초 휴가철 고객을 겨냥했던 에어프랑스의 저가 항공 역시 항공권 변경 허용 등과 같은 유사한 서비스로 대응하고 있다.


대형항공사가 아예 저가 항공사를 인수해 대응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베리아 항공은 일찍이 2009년부터 부엘링(Vueling)을 매수했고, IAG는 레벨(Level), 에어프랑스는 트랜스아비아 등을 통해 저가 항공사와 맞서고 있다.


유럽 항공사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도 달러화의 강세가 이들 항공사를 계속해서 못살게 굴고 있다. 통상 항공사들은 항공기 임대료와 항공유를 달러로 거래하고 있는데, 달러 강세가 원가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Brexit의 영향으로 파운드 약세가 두드러진 영국 항공사의 타격이 더욱 심한 상태이고 이것이 토마스 쿡 도산의 한가지 원인이 됐다. 사우디 아람코 정유처리 설비의 피습으로 지난주 유가가 치솟으면서 항공사들은 한층 더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유럽 여행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당경쟁으로 인한 항공사의 운송능력 확대는 이보다 더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 지역의 항공운송은 1.6% 증가했지만, 이는 올해 유럽 항공사 수송 증설계획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수치이다. 유럽 항공 전체의 1% 운송을 담당해왔던 토마스 쿡의 파산이 다른 항공사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운 이유다.


소형 항공사간 합병으로 경제적 운용 규모를 달성코자 하는 노력도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지리적 여건 탓으로 운항지역이나 운항 라이선스들도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이다.


대형항공사와 소형항공사 사이의 틈새에 존재하는 고객들을 하나라도 더 끌어내려는 유럽 항공사들의 노력은 눈물겹지만, 앞으로도 한동안 유럽 항공업계의 전망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태로 판단해도 크게 무리는 아닐 것이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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