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왕고래 관여 텍사스대 동문, 석유공사 CCS사업팀에도 있다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4-07-17 14:39:53

동해탐사팀 팀장·CCS팀 과장, '텍사스대 지질학과' 학위 받아
대왕고래 해외자문 2명 텍사스대 교수, 팀·과장과 인연 겹쳐
올해 CCS 사업비 2조9529억 원…동해 석유·가스 개발의 6배
글로벌 CCS 목표달성 15.4% 불과…대왕고래 성공률은 20%

한국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초대형 프로젝트인 CCS(탄소 포집·저장)사업을 맡은 부서에 미국 텍사스대 출신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텍사스대 학맥'은 석유공사의 또 다른 대형 사업인 동해 심해 유전·가스전 시추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에 깊숙이 관여해 의혹을 사고 있다. '텍사스대 커넥션'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17일 KPI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석유공사 에너지사업본부 저탄소추진처 산하 CCS사업팀 과장 A씨는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지질학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중규모 CCS 사업 조감도. [한국석유공사]

 

A 과장은 텍사스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동해탐사팀 구모 팀장과 비슷한 시기에 동문수학하고 은사들과의 인연도 겹쳐 눈길을 끈다. 동해탐사팀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관할하는 부서다. 

 

CCS사업은 가스·석유 채굴과 연관성이 높다. 석유공사가 현재 벌이고 있는 '동해가스전 활용 CCS'도  가스 채굴이 끝난 동해가스전에 탄소를 포집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석유탐사 수익성이 낮게 계산되면 향후 탄소 포집·저장을 추가해 경제성을 높이기도 한다. 두 분야 모두 지질학 전공과 밀접한 관계다.

 

CCS사업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2021년 첫 추진 당시 9500억 원이었던 사업비는 2년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작년에 2조4340억원으로 껑충 뛰더니 올해 1월에는 약 3조원(2조9529억 원)까지 증가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6배에 달하는 사업예산이다.

 

구 팀장을 위시한 텍사스대 인맥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사실상 주도하는 것으로 비친다. 석유공사는 미국 기업 액트지오(ACT-GEO)의 유전·가스 유망성 평가에 대해 해외 전문가 3명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이들 모두 텍사스대 지질학과 교수였다.


해외 자문위원 3명 중 2명은 구 팀장과 사제지간이다. 코넬 올라리우(Cornel Olariu) 교수는 구 팀장의 석사 논문 심사위원이었고 데이비드 모릭(David Mohrig) 교수는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다. 모릭 교수는 액트지오 설립자인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와 2003년 공동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학연을 중심으로 연결된 여러 인물이 사업 곳곳에 공교롭게 얽혀 있다.

CCS팀 A 과장도 구 팀장 못지 않게 이들 교수와 인연이 깊다. 구 팀장은 2015년, A 과장은 2016년에 석사 학위 논문을 받았다. 구 팀장 은사인 올라리우 교수와 모릭 교수는 A 과장의 석사 논문(Physical Modeling of a Prograding Delta on a Mobile Substrate:Dynamic Interactions between Progradation and Deformation) 심사에 부심(Co-Supervisor)으로 참여했다.

 

▲ 한국석유공사와 미국 텍사스대 학맥 관계도. [그래픽=서창완]

 

텍사스대 인맥은 호주기업 우드사이드가 '가망 없다'고 판단했던 동해 심해 유전·가스전이 수면위로 부상하도록 만든 주요 단서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석유공사가 1인 기업인 액트지오에 이런 초대형 사업의 유망성 평가를 맡긴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액트지오는 겨우 1650달러(약 227만 원)의 세금을 체납할 정도로 영세한 업체다. 석유공사가 동해 유전 분석을 맡긴 작년 2월 당시 세금 체납으로 법인등록이 말소된 상태였다.


CCS사업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한 점의 의혹도 받아선 안된다. 10여명이 근무하는 CCS사업팀에는 팀장 밑에 복수의 차장, 과장 등이 있다. 외견 상 A 과장이 프로젝트를 좌지우지하기는 힘든 구조다. 또 팀내 텍사스대 동문의 존재가 '우연'이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CCS사업팀이나 사업 관련 용역 등에서 텍사스대 출신이 더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런 만큼 단지 A 과장의 학위취득 이외에도 CCS사업 추진 과정에 텍사스대 학맥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승수 변호사는 "대왕고래 의혹으로 인해 자료를 찾아보다보니 석유공사에 CCS 사업 관련 내용이 굉장히 많은데 검증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상당한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만큼 국회에서도 국정감사 등을 통해 대왕고래 못지않은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해 의구심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KPI뉴스는 석유공사에 CCS사업 관련 19개 문서의 정보공개 청구를 요청했다. 석유공사는 그러나 영업비밀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석유공사는 국회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

 

▲ 글로벌 CCS 프로젝트 13곳 가운데 목표 근사치를 달성한 건 3곳에 불과하다. [IEEFA]

 

사업성 자체도 도마에 오른다.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못하면 국민 혈세가 포함된 천문학적인 재원이 낭비될 우려가 있다. CCS사업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썩 좋지 못하다. 한때는 '세계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공감대가 있었으나 그동안 투입된 막대한 예산에 비해 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글로벌 CCS프로젝트 13개 중에서 목표치의 근사치라도 달성한 곳은 3개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15.4% 정도다. 정부가 밝힌 대왕고래 유전·가스전 탐사 성공 가능성이 20%다. 

 

기후환경 전문 변호사로 22대 국회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은 "CCS 사업의 탄소 감축 목표는 120만톤으로 연간 국내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약 0.2%에 불과하다"며 "이를 위해 혈세를 3조 원이나 투입하는 만큼 경제성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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