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란의 토닥토닥] 바야흐로 '덕후'의 시대, 자녀에게 취미가 있나요?

UPI뉴스

| 2019-06-20 10:21:08

'덕후'란 한 분야에 미칠 정도로 빠진 사람을 뜻하는데, 일본어 '오타쿠'를 '오덕후'로 발음한데서 온 말이다. 일본에서는 1970년대에 사회성이 부족하고 집에서 자기 관심사에만 파묻혀 지내는 사람을 의미해 부정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열정적으로 뛰어들어 전문가 못지않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취미로 하는 덕질(덕후질의 준말)이 본업에 도움 되기도 하고 아예 본업으로 되기도 한다니 자녀가 다양한 취미를 갖는다면 환영할만하다.
 

예전에 또래들로부터 '~광'이나 '~마니아'로 불렸던 이들이 지금 직장에 다니면서 덕후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무한한 애정을 쏟곤 한다. 흔히 학교에는 수집광, 스토리광, 로봇광, 자동차광, 영화광, 인형옷광 등으로 불리는 친구들이 있다. 코난, 포켓몬 시리즈에 열광한 아이, 디즈니 영화 세계에 빠졌던 아이들은 자라면서 같은 관심을 가진 친구들과 모인다. 관련 사이트에서 활약하거나 동호회를 조직해 활동한다. 청소년기에 자기만의 즐거운 관심분야가 있다면 학교생활에 활력이 생길 것이다.
 

▲ 자녀가 다양한 취미를 갖는다면 환영할만하다. [셔터스톡]


작년 월드컵 우승국가인 프랑스의 축구선수 앙트완 그리즈만은 NBA농구의 열렬한 팬이어서 축구하면서 농구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다. 또 그는 포켓몬 덕후여서 자신의 사진에 피카츄를 합성해 놓는가 하면, 레고 덕후로도 유명하다. 매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아마 그 몰입력이 축구하는 데 든든한 힘이 되었을 듯하다.
 

판타지영화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잭슨 감독은 영화의 원작자인 J.R.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 덕후였다. 그는 골수 톨키니스트로 알려졌다. 원작자마저 '그 소설은 영화화하기에 부적합하다. 너무 서사가 방대하다.'고 했으나 특유의 덕후기질을 발휘해 영화사에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필요한 CG기술을 발명하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도중 특수효과 회사까지 세울 정도였으니 그 활동력이 놀랍다. 소설 '반지의 제왕'은 영국 옥스퍼드대의 언어학자인 톨킨의 상상력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런데 영화화될 땐 뉴질랜드의 원시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했다. 덕분에 피터잭슨 감독의 고국인 뉴질랜드는 7억 달러 이상의 관광수입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피터잭슨은 덕후로서 애국하고 부를 창출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폰의 창시자 스티브잡스는 캘리그래피 덕후였다. 그는 대학에서 배운 캘리그래피 수업에서 얻은 지식과 흥미를 컴퓨터에 접목하여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었다. 그렇게 애플만의 독특한 서체가 만들어졌다.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 역시 역사 덕후 혹은 호머의 고대이야기 덕후라고 할 수 있다. 호머의 '일리어드'에 나오는 트로이 목마 이야기를 믿고 일생을 BC 2000년 에게 문명의 발굴에 바쳤다. 그의 발굴로 크레타섬의 고대문명과 그리스의 미케네 문명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무엇엔가 심취하여 꾸준히 관심을 갖고 격정적으로 파고드는 활동은 매우 긍정적인 열매를 거두곤 한다. 어린 자녀일수록 무언가를 좋아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 '그런 에너지가 공부할 때는 왜 안 나올까?'하고 의아해진다면 아직 몰입할 만큼 재미있는 학습테마를 만나지 못했을 뿐이니 기다려보자.
 

흔히 부모들은 자녀가 집에서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세 시간 넘게 뜸을 들이는데, 게임할 땐 스스로 온 정성을 기울인다고 이야기한다. 게임하면서 손에 땀이 차거나 화장실에 자주 가면 몰입에 방해되므로 미리 샤워하고 손을 정갈하게 건조시킨다고 한다. 컴퓨터 옆에 물병까지 모셔 둔다고 한다. 새로 출시된 게임을 익히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딴사람 같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게임에 그토록 열중할 수 있다면 다른 분야에 흥미가 생길 때도 아이들은 그렇게 열중할 수 있겠구나.'하고 바라보는 편이 낫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취미를 존중해준다고 생각한다.

게임 등 덕후 활동에 기력을 다 쓴다고 무조건 반대하거나 억압하는 일은 아무 효과가 없다. 다만 오로지 한가지에만 희열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끼게 되면 중독성이 되기 쉽다. '좋아하는 일'과 '해야 할 일'을 구분해 둘 다 충실히 해야 한다. 자녀가 일상의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해본다.

덕후와 중독자는 다르다. 현실의 과제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중독자와 달리 대부분의 덕후들은 본업에 충실하며 가사분담이나 가족행사 참여 등의 요구를 적극 들어주었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떳떳이 집중하기 위해서다. 학생이라면 공부도 성실히 해야 주변 가족이나 선생님으로부터 덕질을 지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1인 크리에이터라고 하는 조사결과도 있다. 게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덕후들이 1인 크리에이터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순수하게 좋아하는 컨텐츠에 집중하다보니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부터 수익을 많이 얻기 위한 목적으로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1인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기보다 좋아하는 일에 열성을 다하다 보니 컨텐츠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말한다. 덕질은 누가 강요한 일이 아니기에 그런 정열이 솟아난다. 자녀가 열의를 쏟을 만한 일을 발굴하게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겠다.
 

자녀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주어보자.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분야를 계속 추구하는 게 좋을 듯하다. 유년시절보다 청소년기는 주변에서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하니 압박감을 느끼기 쉽다. 자녀가 긴장을 이완시키고 생기 있게 빠져드는 취미 한 가지쯤은 갖게 해 보자.
 

▲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박형란 청소년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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