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주권시대'…정청래 연임·민주당 우위 노림수?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 2025-11-21 15:24:57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 87% 贊…당헌 개정 착수
鄭 "거스를 수 없는 대세"…28일 중앙위 의결 전망
"鄭 연임 작업 돌입"…李대통령도 당심 확보로 재선
팬덤정치 강화 우려…의원, 지도부 패싱 '자기정치'
지도부, 지지층 의식하면 수평적 당정관계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1일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당원 투표 결과와 관련해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내 민주주의가 당원 손으로 완성되는 순간을 보고 있다"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운데)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보는 '1인 1표제' 안건에 대한 당원 의견수렴 투표(19, 20일 실시)에서 86.8%가 찬성표를 던졌다.


내년 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방식을 각급 상무위원 투표에서 '권리당원 100% 투표'로 바꾸는 안에는 88.5%가 찬성했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당 소속 전국 기초·광역의회의원협의회 간담회에서 "당원 주권 시대를 여는 당원 주권 정당으로 가기 위한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시작한다"고 천명했다. 그런지 사흘 만에 자신의 약속을 뒷받침하는 '당심'(당원 투표) 확인 작업을 마친 것이다. 속전속결로 당헌당규 개정을 관철하려는 모양새다. 

 

이번 개정안은 대의원이 그간 행사해온 20표를 권리당원과 같이 1표로 줄이는 게 핵심이다. 대의원은 각 지역에서 국회의원이나 원외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표다.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00표와 같은 시절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2023년 12월 대의원 대비 권리당원의 표가 기존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대폭 축소됐다. 친문계 등 비주류가 거세게 반발했으나 이 대통령은 밀어붙었다. 그러더니 정 대표 지도체제에선 대의원제가 아예 폐지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당내에선 "정 대표가 내년 8월 당대표 연임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이라며 해석과 함께 불만, 반감이 번지고 있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경쟁자인 박찬대 의원에게 대의원 투표에서 밀렸으나 60%가 넘는 권리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승리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 당헌·당규가 개정된 뒤 정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면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의원 권한을 축소하는 당헌 개정안을 통해 권리당원 지지를 공고히 한 것이 대표 연임의 원동력이었다"며 "당권을 강화하고 비주류 도전을 막는 효과적인 수단이 당심 확보"라고 말했다. '20대 1' 개정안은 2023년 12월 7일 중앙위에 상정됐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당은 당원들이 주인"이라며 개정안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2024년 8·18 전대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당헌·당규 개정 작업은 당무위·중앙위 의결을 거쳐 다음 주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24일 당무위, 28일 중앙위를 거쳐 당헌·당규 개정 절차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향후 당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 선거인단 비율도 개정된다. 기존 중앙위원급 50%, 권리당원 25%, 국민 여론조사 25% 방식에서 중앙위원급 35%, 권리당원 35%, 국민 여론조사 30%로 유효 투표 결과를 반영하는 비율도 조정된다고 조 사무총장은 설명했다. 국회의원 영향력이 큰 중앙위원급 축소와 권리당원 확대가 엇갈려 주목된다.

 

일각에선 중앙위 비공개 투표에서 반란표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위는 국회의원과 시도지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90% 당원 뜻은 대세'라는 정 대표 언급은 반란표를 최소화하기 위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1인 1표제'가 도입되면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해져 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흔드는 팬덤정치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지지층 인기가 높은 정치인은 당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의원들이 강경 목소리를 내며 '자기정치'에 골몰하는 배경이다. 강경파가 득세하면 지도부가 관리·통제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원내 지도부와의 협의 없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경찰에 고발한다고 결정한 건 비근한 사례다.

 

이들은 이날 법사위 '단독플레이'를 질타하는 김병기 원내대표를 사실상 들이받았다.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원내 지도부를 향해 "기억 못 하는 것 아니냐"며 사전에 얘기했다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표가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고 불쾌감을 표한데 대해 김 의원은 "뒷감당 잘할 수 있다.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일축했다.


의원이 아닌 지도부가 지지층 눈치를 지나치게 보면 대통령실·정부와 충돌하며 긴장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재판중지법 추진을 둘러싼 당과 대통령실 불협화음은 일례다. 대통령실 경고로 정청래 지도부가 한 발짝 물러났으나 사안에 따라선 지지층을 의식해 버틸 수 있다. 이럴 경우 당정관계는 삐그덕거리게 된다. 정권 출범 초기라도 당정관계가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으로 정립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당이 정부보다 우위를 차지하며 주도권을 행사하는 시나리오도 그려진다.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은 재판 리스크를 가장 걱정하고 있으며 이 부담을 없애기 위해선 입법 등을 주도하는 당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역대 대통령처럼 당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짚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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