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원전 SMR 리스크' 커지는데도 韓 기업들 "걱정없어"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3-11-27 16:17:40
우리나라 경북 울진 SMR 사업 안전성 우려 커져
美 IEEFA "SMR, 늦었고 비싸고 위험하고 불확실해"
산업부·투자 기업들 " 사업 정상 추진…영향 없을 것"
우리나라 '친(親)원전 기대주'로 평가받는 원전기업 뉴스케일파워(이하 뉴스케일)의 미국 아이다호 프로젝트가 좌초됐다. 이 프로젝트는 뉴스케일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SMR(소형 모듈 원자로) 사업을 따내면서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었다. 운전 목표시기는 2029년이었다.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도 줄을 이었다. 업계에선 이번 아이다호 프로젝트 좌초 여파가 뉴스케일에 투자한 우리 기업에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한국이 뉴스케일의 기술 시험장(Test-Bed)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뉴스케일은 우리나라 경북 울진에서 SMR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당초 회사는 울진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미국 사업 설계, 운영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아이다호 프로젝트 좌초로 기대됐던 상업 운전 경험이 사라지면서 울진 SMR 안전도를 장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에 무산된 아이다호 '무탄소발전사업(CFPP)'은 뉴스케일이 미국 서부 지역 전략 시스템 연합인 유타지방전력협회(UAMPS)와 함께 아이다호국립연구소 주변에 SMR 발전소를 짓기로 한 프로젝트다. 뉴스케일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14억 달러(약 1조9000억 원) 이상을 지원받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건설비 상승에 따른 발전단가 폭등으로 마땅한 전력구매자를 찾지 못하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뉴스케일은 관련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2020년 SMR 분야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 설계 인증 심사를 통과했다. 2014년 발표한 아이다호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 SMR 상업운전 시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당초 2026년이던 상업 운전 목표가 2029년으로 한 차례 미뤄진 뒤 올해는 아예 좌초됐다.
현재로선 뉴스케일에 지분 투자를 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뉴스케일에는 GS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IBK증권, DS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지분 투자를 했다. 합칠 경우 지분 비율만 60% 이상이다.
아이다호 프로젝트 좌초는 SMR로 친원전 에너지 정책을 이어가려는 우리 정부에게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테스트 베드'(실험장)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 5월 GS에너지와 경북 울진군은 업무협약(MOU)을 맺고 지역 내 SMR 원자로 6기를 짓자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울진군은 "죽변면 후정리 일대 158만㎡ 부지에 원자력과 수소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4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면서 상업 운전 시점을 2030년으로 잡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애초부터 뉴스케일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뉴스케일 프로젝트는 사기극에 가깝다"며 "발전용 원자로를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은 사업자들이 연구개발용을 가지고 무리하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 Institute for Energy Economics and Financial Analysis) 역시 뉴스케일 SMR 기술에 대해 "너무 늦었고, 너무 비싸고, 너무 위험하고, 너무 불확실하다"고 평가절하 한 바 있다.
원자로 설계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점도 뉴스케일의 상업용 원자로 가동 시기를 더욱 늦출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현재 뉴스케일이 받은 설계 인증은 50MW(메가와트) 원자로뿐이다. 하지만 뉴스케일은 50MW 원자로를 세일즈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울진에 짓는 77MW급 원자로를 가동하기 위해선 추가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이번에 좌초된 아이다호 프로젝트에도 77MW급 원자로가 투입될 예정이었다.
석 전문위원은 "설계 용량이 50MW에서 77MW로 변한다는 건 단순히 도면에서 길이만 늘리면 되는 게 아니라 하중, 열, 압력, 질량 등이 다 바뀐다는 뜻"이라며 "모든 설계를 다 바꿔야 해서 사실상 새로운 원전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기업가치도 하락세다. 지난해 11월 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 12달러에 거래되던 뉴스케일 주가는 22일(현지시간) 2.57달러로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산업에는 자기 나라에 지어서 10년 정도는 안전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다"며 "상업 운전 경험이 없는 뉴스케일 SMR 기술은 발전 단가, 안전성, 향후 폐기물 문제 등 단 하나도 만족하는 게 없다"고 우려했다.
반대로 뉴스케일의 프로젝트 좌초가 미칠 영향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이정익 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사업이 좌초돼서 망가진 건 맞지만, 뉴스케일은 미국 정부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하는 회사"라면서 "대마불사이기 때문에 회사 자체가 망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도 낙관적인 입장이다. 뉴스케일에 1억400만 달러(약 1351억 원)를 투자한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아이다호 프로젝트는 사업성에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은 아니다"면서 "뉴스케일이 추진하는 또다른 루마니아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과 관계자도 "뉴스케일의 루마니아 프로젝트 등은 정상 추진되고 있다"며 "미국 기업이 미국에서 하는 사업에 대해 정부에서 논평하기는 어렵고, 우리 기업들은 별도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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