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지식재산처 출범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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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kpinews.kr | 2025-09-18 09:35:08

이재명 정부가 특허청을 지식재산처로 확대 개편해 우리나라 정부 지식재산(IP) 창출 및 보호 정책의 범부처 통합기구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조치다. IP 학계와 업계 등 관련 연구자와 단체들은 10여 년 숙원사업이 드디어 성취됐다고 반기고 있다. 낭보를 접하고 더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당부를 적어본다. 

 

▲ 지식재산처 관련 이미지. [챗GPT 생성]

 

지식재산처가 국가 IP 정책을 총괄하는 명실상부한 정부기구로 자리잡아야한다. 지금도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여러 부처의 업무를 조정한다. IP는 특허·실용신안·상표·영업비밀과 저작권(문화콘텐츠 및 소프트웨어)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특허·실용신안·상표·영업비밀은 특허청, 저작권은 문화체육관광부로 업무가 분산돼 있고, 관련된 기술 탈취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심지어 종자 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 나뉘어져 현재의 위원회 조직으로는 실질적인 지휘가 어려웠다. 지식재산위원회를 대통령 혹은 총리 직속의 콘트롤타워로서 지식재산처과 손잡고 긴밀한 조정 행정을 하게 만들든지, 지식재산처의 상급부서로 편입시켜 모든 정부 부처의 정책을 통일성 있게 지휘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 안은 저작권 행정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그대로 두고, 특허청의 지위만 처로 단순 승격시키는 인상이 짙다. 특허가 20세기의 지식재산이라면 저작권은 21세기의 대표 지식재산이다. 저작권 하면 출판·음악·미술 등 문화예술 저작권만 생각하기 쉽지만, 인공지능(AI) 같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역시 저작권법이 규율하고 있다. 그동안 저작권을 관장해온 문체부는 지식재산처와의 통합을 절대 반대하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허와 저작권은 본질이 다르다"는 게 그 논리다. 특허는 산업재산권, 저작권은 문화예술 창작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낡고 좁은 시각이다. 저작권은 이제 문화예술과 IT라는 21세기 무형(intangible) 산업의 파워풀한 자본이자 안보자산이기도 하다. 만약 문체부와의 물리적·화학적 통합이 힘들다면 최소한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의 직접적 결과물인 소프트웨어는 특허와 함께 지식재산처에 맡기는 편이 낫다. 소프트웨어 권리를 아예 저작권에서 분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원래 소프트웨어는 정보통신부에서 관장하다가 저작권법 출범과 함께 문체부로 넘어갔다. 첨단 IT 시대에 다시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등 문제 발생시 저작권위원회에서 심의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를 판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한국은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전후 1960년대 초 체계적인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 섬유·신발·가발 산업 같은 경공업부터 시작해 70, 80년대 철강·석유화학을 비롯한 중화학공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해왔다. 그 결과 제조업 강국으로 가전·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세계시장 점유율 1, 2위에 드는 주요 공산품을 각국으로 수출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 두 자릿수에서 한자리로 떨어지는 중진국 함정에 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정체상태에 놓여있다. 그런데 최근 음악·영화·패션·음식 등 K콘텐츠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는 세계적인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에 맞는 흐름이다. 앞으로 한국의 주된 부가가치는 독창적인 지식재산 기반의 아이디어 상품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하지만 중요도에 비해 IP 관련 정책과 산업 금융 제도, 비즈니스 관행은 후진적인 상태를 면치 못한 게 사실이다. 지식재산처 출범을 계기로 그동안 낙후됐던 모든 제도와 관행이 한 단계 전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노성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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