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윤' 진정성 의심받는 장동혁…친한계 징계 철회가 관건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 2026-03-10 16:02:38
한동훈 "제명·숙청 책임자 교체 못하면 결의문은 면피용"
張, 절윤 동의·당권파 당직자 인사조치 여부 이틀째 침묵
내홍 불씨 남아…리더십 상처 張대신 혁신비대위 제안도
"국민의힘은 이제 과거를 뒤로 하고 미래로 나아가겠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결집해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결의문을 염두에 둔 다짐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12·3 비상계엄을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당 소속 의원 일동 명의로 채택했다.
절윤 결의문은 민심에 어긋나는 '윤 어게인' 노선·세력과 선을 긋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명의가 '의원 일동'이어서 장동혁 대표도 포함됐다.
하지만 당내 절윤 요구를 거부해 온 장 대표는 의원들 발언을 일일이 수첩에 메모하면서도 끝내 침묵했다. 직접 단상에 나와 입장 표명이나 결의문 낭독을 해달라는 일부 의원 요청을 외면했다. 의총 후 박성훈 대변인을 통해 "의원들 총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만 전했다. 장 대표가 제 입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절윤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 내홍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동혁 지도부는 그간 강성 지지층을 결집한다며 윤 어게인 노선을 고수해 중도·온건 보수 유권자 이탈을 자초했다. 또 윤리위 징계를 통해 한동훈 전 대표와 친한계를 내쫓는 '뺄셈정치'를 거듭해왔다. 그 사이 당 지지율은 급락했다. 장 대표 책임이 가장 크다. 의총에서 장 대표에 대한 원성이 쏟아진 이유다.
그런 만큼 그가 결의문 내용을 당 운영에 반영하며 확 바뀌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절윤은 구두선에 그치게 된다. 국민의힘 정상화를 국민이 믿을 수 있으려면 진정성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자신과 맞섰다는 구실로 징계·제명한 한동훈 전 대표, 김종혁 전 최고위원 등 친한계의 지위를 원상 회복시키는 것이 관건이다. 이날 당 안팎에선 장 대표에게 징계 철회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한 전 대표는 KBS라디오에 나와 "당권파의 숙청정치를 중단하고 숙청정치 책임자를 교체해 당을 정상화하는지 국민이 보실 것"이라며 "윤어게인 노선을 끊겠다면서 비정상적 숙청정치를 계속한다면 국민은 속았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당권파가 숙청정치, 제명정치를 정상화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결의문을 '면피용'이라고밖에 보지 않을 것"이라도 했다.
그는 결의문 내용에 대해 "윤 전 대통령 정치 복귀에 반대할 게 아니라 선명하게 계엄 옹호, 탄핵 반대, 부정선거 음모론에 반대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당내 소장파 모임 '대안과미래' 간사를 맡고 있는 이성권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의총에서 '윤어게인 주장에 궤를 같이하는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인사조치', '친한계 의원들에 대한 징계 철회' 요구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한 장 대표의 결단이 이번 선언문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당권파 박민영 미디어대변인 등도 인사 대상으로 지목된다.
친한계도 보조를 맞췄다. 박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가 잘못된 징계를 철회하고 사과도 해야 한다"며 "과격한 목소리를 내온 당직자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특히 장동혁 지도부를 막후에서 조종한다는 의심을 받아온 고성국씨를 서울시당 윤리위 결정에 맞춰 제명해야 한다"고 했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김 전 최고위원,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철회가 절윤을 보여주는 실천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성국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당이 바뀌는 걸 가장 빨리 보여줄 수 있는 게 인사"라고 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온도차를 보였다. 그는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기념식 참석 후 절윤 관련 취재진 질문에 "대변인을 통해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답했다. 의총 침묵 이유에 대해선 "의원들의 여러 의견을 잘 들었다"고 했다. 당권파 당직자 인사 조치, 절윤 동의 여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의 면담 요청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장 대표가 결의문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인다면 절윤 논란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이번 사태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어 지선 지휘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그래도 일부 지역에선 장 대표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의총에서 '혁신·조기선대위' 제안이 나온 배경이다.
당 지지율은 10%대까지 추락해 장 대표 취임 후 바닥이다. 그런 장 대표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기 어려우니 '혁신' 이미지의 선대위를 꾸려 선거 체제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참패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대표의 지원 유세가 후보자들에게 거부당한 사례가 소환됐다고도 한다.
소장파 김용태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의총에선 국민들께 보다 더 소구할 수 있는 메시지가 나와야 하고 그런 인사가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며 혁신선대위 이야기는 나왔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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