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석열 정부, 위안부·강제동원 대응 예산 또 대폭 삭감
서창완
seogiza@kpinews.kr | 2024-09-09 18:51:48
외교부 "대법원 판결 후 자문 수요 줄어 점진적 감액"
전문가 "日, 여전히 반론 개발 중…韓도 대응 이어가야"
위안부 할머니 1명 별세…예산 축소 적절성 논란 예상
윤석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 등 한일 양국 간 미해결 과거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다. 2024년도에 이어 두번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 분이 지난 7일 별세해 생존자가 8명으로 줄면서 전국적으로 애도 분위기와 함께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예산 축소 조치의 적절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KPI뉴스가 9일 외교부의 새해 예산안(정부 제출안)을 분석한 결과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예산은 1200만 원으로 파악됐다. 전년과 비교해 77% 줄었다.
세부적으로는 '위안부‧원폭 피해자‧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관련 연구에 들어가는 예산이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감액됐다. 2023년에는 1억6200만 원이 편성돼 있었는데, 2년 연속 크게 쪼그라들었다. 또 관련 서적 및 전산 장비 등 구입 예산이 2024년 200만 원에서 2025년 100만 원으로 반토막났다. 이 예산은 2023년엔 500만 원이었다.
학계·관계부처 주요인사와의 업무 협의에는 예산 100만 원이 책정됐다. 2023년엔 200만 원이 었는데 2024년 100만 원으로 줄어들었고 2025년에도 이 금액이 이어졌다.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 법적 대응 논리 개발'을 위해 민간 전문가 자문에 배정되는 예산은 이번에도 책정되지 않았다. 2023년 9500만 원이었는데, 2024년 다 깎인 뒤 복귀되지 않은 것이다.
미해결 과거사 대응 예산이 크게 줄어든데는 지난해 정부의 외교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한일 간 이견이 첨예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제3자 변제' 방식으로 정리한 바 있다. 이는 일본 전범기업을 대신해 국내 기업들이 기금을 만들어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밀어붙였고 피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법률 자문이나 연구 용역 등을 통한 분석을 많이 진행했다"며 "자문 수요가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예산을 편성했다가 불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감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문 수요가 줄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 자료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따로 정리된 데이터는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 정부 예산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정부가 일본 주장을 수용한 상황에서 추가로 예산을 들이지 않는 것"이라며 "일본이 여전히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론을 만들고 있어 우리나라도 대응 논리 개발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도광산 관련 예산(대유네스코·세계관광기구 외교 강화)도 2023년 20억3500만원에서 2024년 17억6000만원, 2025년 15억8400만원으로 2년 연속 감액됐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이 대규모로 진행된 역사의 증거다. 지난 7월 말 한국 정부의 암묵적 동의 하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가 이뤄져 '외교 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일 과거사 대응 및 미래지향' 예산도 감소세다. 2023년 14억2600만원에서 2024년 8억1200만 원으로 줄었다. 2025년에는 11억4300만 원으로 늘었는데, 일회성 지출인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사업 예산'(3억7800만 원)을 빼면 7억6500만 원이다. 사실상 전년 대비 감액이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정부가 굴욕적 한일관계를 채색하고 합리화하는 곳에 돈을 집중하고 있다"며 "일본 이익을 위해 공모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주장했다.
KPI뉴스 / 서창완 기자 seogiz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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