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환종축장 국가산단 만든 정재택 위원장의 30년 열정과 뚝심

박상준

psj@kpinews.kr | 2025-11-02 10:06:47

청와대와 중앙부처 반대에도 주민역량 결집시켜 끝내 관철
다기능 복합산단보다는 오로지 순수 산단으로 개발 기대

향후 5년 뒤쯤이면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 역할을 해온 충남 천안 성환종축장 127만 평(416만9000㎡)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부터 전쟁용 종마(種馬)를 사육하던 땅이 120여 년 만에 첨단모빌리티 국가산업단지로 탈바꿈해 대한민국 성장엔진으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 성환종축장(축산자원개발부) 이전개발 범천안시민추진위원회 정재택 위원장. [KPI뉴스]

 

국토교통부는 천안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반영해 2023년 3월 신규 국가산업단지로 최종 선정했다. 2027년 전남 함평으로 예정된 성환종축장 이전과 2028년 국가산단 기반조성공사가 마무리되면 첨단모빌리티 국가산단은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5년 종축장이전개발 범천안시민추진위원회가 태동할 때만 해도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하지만 추진위는 끝내 주민 역량을 결집시켜 거대한 벽을 무너트리고 놀라운 결실을 일구어냈다.

 

꼭 30년 전 지역주민들과 함께 종축장이전개발 범천안시민추진위원회를 만든 정재택(75) 위원장은 쇠심줄 같은 뚝심으로 국가산단 지정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그의 첫마디엔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성환종축장은 전남 함평 이전, 국가산업단지 지정이라는 두 문장으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지만 그 행간엔 30년간 주민들의 피와 땀과 눈물 등 모든 애환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성환종축장 이전과 국가산단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추진위가 발족한 지 25년 만인 2020년 11월 6일 종축장의 전남 함평 이전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2023년 첨단모빌리티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다. 이처럼 기적 같은 일은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지 않았다면 관철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복합산단이냐 아니면 순수한 산업단지로 할 것인가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지난 30여 년간 성환종축장 이전에 열정을 쏟아부은 이유는 무엇인가.

"성환의 노른자위 땅에 조성된 종축장이 지역 발전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작 10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한다. 127만 평에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글로벌 기업이 입주한다면 아산탕정산업단지처럼 수만 명의 고용 창출은 물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성환의 미래를 위해선 반드시 종축장이 이전하고 산업단지가 들어서야 한다"

 

▲ 첨단 모빌리티 국가산단으로 전환되는 127만 평 규모의 성환종축장. [KPI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추진위의 종축장 이전 요구에 중앙부처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청와대는 물론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중앙 부처가 한결같이 난색을 보였다. 지금은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당시엔 충남도와 천안시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청와대와 중앙부처의 미온적인 반응에 추진위는 그렇다치고 지역주민들이 동요했을 것 같다.

"지역사회 내부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추진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재택은 매국노'라는 플래카드를 거리에 붙이고 유인물도 돌렸다. 종축장이 이전하면 평택 미군부대 골프장이 들어서거나 미군 비행장, 심지어 사드가 배치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퍼트렸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

 

-이런 난관을 어떻게 돌파했나

" '하면 된다'는 새마을 정신으로 극복했다. 나는 소신과 철학이 뚜렷한 사람이다. 지금도 공무원교육원에서 '철학이 있는 삶'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지만 옳다고 생각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는 일이라면 절대 꺾이지 않는다"

 

-종축장이 전남 함평으로 이전하는데 난관은 없었나.

"왜 없겠나. 우선 2017년 12월 용역결과 종축장 일부 시설만 가는 걸로 나왔다. 피를 말리는 심정이었지만 끝내 모든 시설이 이전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또 정부가 종축장 이전을 위해 전국 공모를 했지만 나서는 지자체가 한 곳도 없었다. 다행히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자신의 지역구로 이전키로하면서 원만히 마무리됐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되기는 했지만 추진위는 다기능 집적 기능을 가진 복합산단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127만 평에 미니신도시인 복합산단을 조성하면 많은 첨단모빌리티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할 수 없다. 만약 종축장 부지 전체를 순수한 산업단지를 만든다면 배후지인 성환읍을 포함해 산업단지 규모가 더욱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지금 규모도 크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성환 국가산단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세계적인 산단으로 거듭나려면 규모를 훨씬 더 키워야 한다. 국토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예타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 지난 6월 10일 열린 성환종축장 이전 및 국가산단유치 기념탑 준공식에서 김태흠 충남지사(왼쪽)와 김석필 천안시장 권한대행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정재택 위원장(가운데). [KPI뉴스 자료사진]

 

정재택 위원장은 40대 중반부터 30년간 인생의 황금기를 종축장 이전과 국가산단 지정에 열정을 바쳤다. 정치인 출신으로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으며 충남도의원, 충남도교통연수원장, 새마을지도자 충남도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 위원장은 "나는 돈, 벼슬, 명예 등 모든 욕심을 끊었다"며 "오로지 성환종축장 부지가 첨단모빌리티 국가산단으로 변모해 천안시가 대한민국 미래성장 엔진으로 성장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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