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몸의 화가' 장영주 "누드 드로잉은 탁월한 명상법"

박상준

psj@kpinews.kr | 2025-05-04 10:07:42

화가이자 명상가이자, 저술가로 평생 화두는 '몸'
명상 통한'인체소묘', 신비한 축복의 문 여는 열쇠
'명상으로 몸 그리기', 순신, 누구를 위한 목숨인가' 발간

"몸은 모든 것이 모아져 있기에 몸이다" 화가이자 명상가이자, 저술가인 원암 장영주 작가의 평생 화두는 몸이다. 20대 미술교사 시절부터 '인체소묘'에 천착해온 그에게 '몸'은 오묘한 생명의 리듬을 더욱 깊이 느끼고 표현하는 대상이다.

 

▲장영주 작가.[KPI뉴스] 

 

그는 "우리는 몸집에 평생을 깃들여 살면서도 막상 몸이 무엇인지 모르고 삶을 마치고 사라져간다"며 "몸의 다양한 기능을 통해 마음을 읽고 마음을 통해 영혼을 표현하고 힐링 할 수 있는 예술가라면 축복받은 존재"라고 했다.


다만 그의 '인체소묘'는 단순한 '몸 그리기'가 아니다. 우주를 관통하는 기(氣), 즉 에너지를 느끼는 명상을 통해 완성된다. 그에게 명상을 통한 '인체소묘'는 신비한 축복의 문을 여는 열쇠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화실에서 붓을 놓지 않는 그에게 그림은 운명이다. 이젠 담담하게 회고하지만 그림때문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적도 있다. 하지만 장 작가를 단순히 '화가'라는 프레임속에 가두기엔 삶의 스펙트럼이 넒고 깊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미술교사를 하고 한국크로키회를 설립했으며 명상가로서 미국을 순회하며 강의를 했고 국학원 원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저서 '순신'과 '명상으로 몸 그리기'를 펴낸 저술가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젠 전업작가로 인생 3막을 펼치고 있다. 작가가 그림인생 50년만에 '반백년 그 추억에는 그림이 있다 /회상 '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28일 서울 인사동 '인사이트프라자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장영주 작 '청춘' 파스텔.[장영주 작가 제공]

 

전시회 준비에 한창인 지난 2일 천안 법조타운 한 건물내 화실에서 작가를 만났다.


-장 작가는 주변사람들에겐 '국학원 초대학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작가의 정체성은 '그림' 그 자체다.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평생 그림의 길을 걷게 됐나.

"청주고 재학시절부터 그림이 좋았다.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청주교대를 졸업하고 교편생활을 하던 중 2년만에 때려치웠다. 고교 동창으로 홍익대를 다니던 김재관(서양화가, 쉐마미술관 관장)이 유학간다는 말을 듣고 큰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중등교사 자격증을 딴뒤 청주 세광중과 서울 대성고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그림에 빠져들었다"


-장 작가는 그림때문에 삶을 마감하려는 아픈기억이 있다고 들었다.

"미술교사로 12년을 근무하면서 그림에 눈을 떳고 작가로서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국전에 7번이나 탈락하면서 충격을 받고 삶에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인천 월미도에서 낚시배를 얻어 타고 바다로 나가 배에서 뛰어내렸다. 하지만 눈을 떠보니 배 위였다. 선장이 구해준 것이다. 선장에게 뺨을 맞은 기억이 난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참 무책임했다"


-하지만 그 때의 쓰라린 경험이 작가로서 전환점이 된 것 같다.

"그해 목우회에서 유화로 대상을 받았다.(목우회는 1958년 이종우, 도상봉, 임직순, 이동훈 등 사실주의 화가들이 주축이 돼 창립한 미술동우회로 한국구상미술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작품의 배경은 내가 삶을 끝내려 했던 서해바다다. 하지만 그 작품은 작가인생의 분기점이 됐다"


-작가로 활동하다 국학원과는 어떤 연유로 인연을 맺게 됐나

"우연한 기회에 목우회 사무총장에 발탁돼 중국, 카자흐스탄,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 여러나라의 국제전시회에 참여하고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게 됐다. 올바른 역사와 문화와 철학교육을 절감하게 됐고 단학수련을 하면서 국학원을 만들때 참여했다.


충남 천안 목천읍에 자리잡은 국학원은 홍익인간의 이념을 바탕으로 우리 고유한 뿌리정신을 계승발전시켜 민족정신을 확립하고 민족화합의 이념적 공감대 마련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술, 연구, 교육기관이다. 2010년 설립된 국학원의 글로벌 사이버대학교는 BTS 멤버 중 6명이 졸업(방송연예과)하기도 했다.


▲장영주 작 '사내' 콘테.[장영주 작가 제공]

 

-명상가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랫동안 단학수련을 하면서 명상 지도자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래서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미국인들을 상대로 명상을 강의했다. 내가 영어는 잘 못하지만 미국인들이 제대로 알아듣는 것을 보고 이심전심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작가는 유화와 수채화도 그렸지만 '누드 드로잉(인체소묘)'작품이 많은 것 같다. 그림뿐만 아니라 '명상으로 몸 그리기'라는 전문서적도 펴냈다.'누드 드로잉'에 몰입된 이유가 있나.

" 명상은 바로 '지금 여기'의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는 것이다. 현재를 선택해 과거와 미래를 벗어나는 것이다. 어떠한 자세도 명상이 될 수 있고 몸의 그 자세에 집중할 수 있다면 모든 동작은 명상이 될 수 있다. 걷고, 머물고, 앉고, 눕고,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가만히 있을때 모든 동작과 일생생활의 모든 순간이 명상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누드 드로잉은 탁월한 명상법이 된다. 명상과 작업이 하나가 될 때 화가는 집중된 의식으로 깨달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30대부터 누드 드로잉을 그렸다. 그림에 어떤 의미가 있나.

"신혼시절부터 누드모델을 섭외한 뒤 아내의 허락을 얻어 집에서 그렸다. 서양화가들은 그림 한점을 그리려면 쾌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난 옛 선비들이 난초를 치듯 찰나적인 묘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화가는 보이는 육체의 묘사에 머무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기의 상태까지 파악해 능숙하게 표현해야 한다. 기라는 생명력이 빠진다면 인간의 몸은 세포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기가 가득 차서 살아 움직이는 몸을 그리기에 가장 좋은 장르가 누드다. 몸을 화두삼아 명상을 통해 그린 그림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더욱 뚜렷이 알려준다"


-장 작가는 2023년에는 '순신, 누구를 위한 목숨인가'를 펴냈다. 충무공을 소재로한 책은 차고 넘친다. 이 책은 어떤점이 다른가.

"교육자이신 아버님이 충무공을 무척 존경하셨다. 학교에 부임할때마다 충무공 대형 걸게그림을 로비에 붙여놓은 것을 보면서 자랐다. 충무공 전기는 많지만 난 '이순신의 붓과 칼'에 초점을 맞춰 펴냈다. 대한민국은 늘 흥망의 파도속에서 항진하고 있다. 지금은 더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이럴때 일수록 충무공 정신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지금도 국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으며 작품활동에 꾸준히 매진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우선 이달말 열리는 전시회에 기대가 크다. 이후에도 할일이 많다. 화가에게 사람의 몸이 대상인 인체화와 조각은 영원한 주제다. 난 우주와 하나인 사람의 영혼을 느끼고 치유하기 위해 그린다. 인체소묘를 집대성하겠다는 자세로 작품활동에 에너지를 쏟겠다"


▲장영주 작가.[KPI뉴스] 

 

1947년생인 장 작가는 여전히 현역이다. 아직도 화첩기행을 쓰고 있고 국학원 사이버대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고 있으며 매혹적인 인체소묘를 그리며 미술한류를 꿈꾼다. 열정 가득한 그를 보면 사무엘 올만의 시 '청춘'이 떠오른다. "나이가 먹는다고 우리가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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