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제7공화국과 대한민국 경제
KPI뉴스
go@kpinews.kr | 2025-04-17 09:15:24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이 국회 해제 의결로 철회된 지난해 12월 5일 '깜짝 계엄과 대한민국 경제'란 글을 썼다. 요지는 여야 극단 대치와 위정자의 돌발 행동으로 초래된 경제 난맥상에도 불구, 회복 탄력성을 갖고 굳건하게 부활해야할 대한민국 산업 시스템의 대(大)개조에 관한 내용이었다.
필자는 두 가지 처방전으로 첫째, 전통 제조업의 AX(인공지능 전환)와 둘째, 무형의 IP(지식재산) 산업 육성을 제안했다. 5개월이 흘러 대통령은 탄핵 심판으로 파면됐고, 이제 하반기에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이 기다리고 있다. 경제 칼럼니스트로서 어떤 정파가 집권해도 가야할 정책 방향을 다시 한 번 제시하고 싶다. 정치적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개헌과 협치가 시대정신으로 요구된다.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더라도 산업화와 민주화 체제의 다음 시대를 여는 제7공화국 헌법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는 5개월 전에 제안한 AXIP 양대 개혁의 축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다음 정부의 경제정책 각론을 미리 짚어보자.
가장 먼저 해야 할 경제 개혁은 산업구조 재편이다. 해외 교역으로 먹고사는 무역대국 한국의 수출 주요 품목은 10년, 길게는 2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무선통선기기, 조선, 철강 등 세계 정상급 제품을 수출하면서 누린 호황은 끝나가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약 4년 만에 기사회생한 우리 경제는 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 써먹던 '신속한 추격자' 수법을 버리지 못하고 우려먹었다. 그 결과 인공지능, 바이오, 양자, 로봇, 항공우주, 방산, 미래 모빌리티 등 차세대 신수종 산업의 기초를 닦는데 실기(失機)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제조2025의 디지털 대변신을 통해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수입하는 반제품 덕분에 누리던 대중특수(特需)는 이제 사라졌다. 국제 경쟁력이 약해진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 산업을 정책적으로 부드럽게 퇴장시키고, 대신 기초과학에 터 잡은 성장 산업을 새로 육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민간의 자생력이 활발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규제를 걷어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다. 특히, 조(兆) 단위의 투자에서 정부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자유무역 시대는 시들고 블록별 보호무역이 시작되고 있다. 미국도, 유럽연합도, 중국도, 일본도 자국 산업 육성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제 세계경제는 기업끼리의 대결에서 국가 차원의 전면전으로 판이 바뀌었다.
다음은 노동 개혁이다. 우리는 2000년대 이후 각계에서 분출하는 분배 요구로 노동 및 복지 개혁은 물 건너가고 양적 밀어내기로 저(低)생산성 허약 체질이 고착화됐다. 노동과 복지 모두 '덜 내고 더 받는' 모럴 해저드에 빠졌다. 해고를 어렵게 하고 최저임금은 과도하게 올리는 등 시장을 무시한 노동정책이 그 원인이다. 여기에 대기업 노조 위주의 노동운동은 비정규직 근로자 등 약자 배려 없이 정치투쟁으로 치달음으로써 최악의 노동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심지어 주 4일 근무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낭랑하다. 고령화 사회 급속 진입과 청년실업 문제까지를 포용할 노동 정책의 새 판 짜기가 진작부터 요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 올해 0%에 수렴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은 노동 불판을 갈아야 그래프를 꺾을 수 있다. 분배 역시 기업 규제를 대폭 철폐하는 대신, 세금을 더 걷어 스웨덴식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는 자본주의 원리에 입각한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산업 개혁이다. 우리나라 서비스업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퇴출된 저숙련 인력이 주로 종사하는 음식, 숙박을 포함해 문화·오락 등 소비자 서비스의 낮은 생산성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또 기업들에게 필요한 금융, 법률, 부동산, 광고, 소프트웨어 등 생산자 서비스는 지금 인공지능 지식기반형으로 고도화해야할 시점이다. 그리고 의료복지, 교육, 공공행정 등 사회 서비스의 수준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앞서 제안한 지식재산(IP) 산업의 육성이 바로 그 해법이다. 사람의 지식과 감정에서 출발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특허, 저작권, 실용신안, 상표 등 돈버는 IP로 제도화하고 이를 글로벌 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 흥과 끼가 많은 한국인의 DNA에서 나온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좋은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음악, 웹툰, 게임, 드라마와 영화 등이 커져 자동차와 반도체만큼 벌어들일 수 있다. 과학 IP는 어떤가. 최근 세계적 히트상품이 된 비만 치료제와 코로나 백신은 실험실에서 나온 특허들이다. 법률, 의료, 소프트웨어 같은 전문가형 서비스업 역시 좁은 국내 시장에서 밥그릇 싸움에 열중하지 말고 넓은 글로벌 무대로 나가 다국적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 김앤장과 아산병원이 중동과 동남아 거리에서 광고판 조명을 반짝여야 한다.
2개월의 대선 준비기간은 각 캠프에서 공약을 만드는 때다. 공약 속에 위 세 가지 제안 중 하나라도 담겨 대한민국 경제 체질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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