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건축 명작이 증언한 '김중업과 르 코르뵈지에' 운명적 만남

박상준

psj@kpinews.kr | 2025-10-03 09:13:53

11월 6~2026년 2월 연희정음과 주한프랑스대사관 건축 사진전

서울에 한국 현대건축 1세대 김중업(1922~1988)과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만남을 극적으로 증언하는 건축물이 있다.

 

▲건축사진전 포스터.[갤러리정음 제공]

 

고풍스런 주택에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서울 서대문구 '연희정음'과, 1962년 완공 이후 한국과 프랑스 건축사의 상징으로 남은 주한프랑스대사관이다. 오는 11월 6일 이 두 건축물이 하나의 전시장이 돼 '대화:두 건축가의 운명적 만남'이라는 제목으로 전시회를 개막한다.

 

1952년 9월, 유네스코가 주최한 베네치아 국제예술가회의에서 젊은 한국인 건축가 김중업은 르 코르뷔지에를 만난다. 그리고 곧바로 파리의 아틀리에에 합류한다. 이후 3년간 경험은 김중업의 건축 세계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김중업은 합리와 기능을 중시하는 근대건축의 원리를 배우면서도 한국적 공간 감각과 정신성을 결합해 독자적 언어를 완성해 나갔다. 그 결실이 바로 주한프랑스대사관이다.

 

프랑스의 합리성과 한국의 공간 전통이 교차하는 그 건축은 두 건축가의 만남을 가장 극적으로 증언한다. 이후 주한프랑스대사관은 김중업의 대표작이자 한국 현대건축의 명작으로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되는 작품은 오랫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김중업의 또 다른 대표작 진해 해군공관이다. 1968년 준공 이후 단 한 번도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이 건축은 군사 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랫동안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생생한 현재의 모습이 한국의 대표 건축사진 작가 김용관의 작업으로 공개된다.


김중업은 이 건축에서 한국 전통 지붕과 힘 있는 기둥, 물과 빛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구현했다. 둥근 천공으로 구름을 끌어내리는 판타지적 디테일은 그의 실험정신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건축을 단순히 도면이나 준공 사진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며 철거되거나 변형된 건축들—부산대 인문관, 경남문화예술회관, 서산부인과, 태양의 집—은 이제 더 이상 준공 당시의 원형을 온전히 볼 수 없다.

 

르 코르뷔지에의 찬디가르 대법원 역시 리모델링을 거치며 원형과 많이 달라졌다. 건축은 유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변화의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이 오히려 더 유의미하다.

 

이번 전시에서 건축 사진작가 김용관은 김중업의 작품을 다시 기록했다. 한때 사라졌거나 변형된 건축의 흔적을 사진 속에 담으며, 건축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퇴적되는지를 보여준다. 마누엘 부고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찬디가르' 시리즈를 비롯한 르 코르뷔지에의 인도 작업을 오랜 세월 기록했다. 찬디가르는 김중업이 르 코르뷔지에의 사무실에서 도면을 그리고 작업했던 프로젝트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의 가구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디자이너 박종선이 합류한다. 그의 가구는 사진과 함께 오랜 기간 주택으로 사용됐던 연희정음에 놓이며, 관람자의 몸을 맞이하는 또 다른 건축적 언어가 된다.

 

이번 전시는 두 곳에서 동시에 열린다. 11월 6일부터 연희정음에서는 김중업이 설계한 주택 자체가 전시장이자 작품으로 기능한다. 관람자는 사진과 가구를 보며 그 공간 안에 앉고, 머물고, 기억한다. "보는 것"을 넘어 "사는 것"으로서의 건축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11월 7일 부터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리는 사진전시는 두 건축가의 어휘가 어떻게 닮고 다른지를 보여준다.

 

갤러리 정음은 "이번 전시는 김중업과 르 코르뷔지에의 운명적 만남을, 세 명의 동시대 작가—김용관, 마누엘 부고, 박종선—의 시선을 통해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린다"며 "한국과 프랑스, 과거와 현재, 기록과 창조가 교차하는 이 전시야말로, 한불수교 140주년을 앞둔 지금 가장 상징적인 문화예술적 대화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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