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38억원 들여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 천안 K-컬처박람회

박상준

psj@kpinews.kr | 2024-05-28 09:11:24

해마다 여름이면 외국인들이 해변에서 진흙탕을 뒹굴며 열광하는 국내 축제가 있다. 충남 보령에서 열리는 '해양머드박람회'다. 매년 150만 명이 찾는 머드축제의 후신인 머드박람회는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글로벌 축제로 성장했다.


▲천안 K-컬쳐박람회 개막축하공연 모습.[천안시 제공]

 

머드축제를 만든 인물이 1994년 관선 대천시장이었던 박상돈 현 천안시장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령의 갯벌(머드)을 활용하면 어떨까 고심한 끝에 할리우드 영화 '플레이어'에서 여주인공이 호텔 머드탕에서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목욕을 하는 장면을 보고 마치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처럼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머드축제'의 성공에 고무된 박 시장은 행사를 여는데 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재보궐선거에 이어 2022 총선에서 천안시장에 당선된 후 두 개의 행사를 만들었다. 호두과자의 도시에 착안한 '천안빵빵데이'와 한류 붐에 편승한 'K-컬처박람회'다.


특히 박 시장은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K-컬처박람회'에 열정적이었다. 지난해 30억 원을 투입한데 이어 올해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닷새간 열린 박람회에 38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K-컬처박람회'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천안시는 공연 위주로 열린 작년과 달리 한류문화를 아우르는 K-푸드·웹툰·산업 전시관 등을 운영하고 한복패션쇼와 K-산업 컨퍼런스 등 한류문화박람회로서의 정체성을 고취시켰다며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K-푸드·웹툰·산업 전시관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규모도 턱없이 작을 뿐 아니라 참여업체도 양쪽 각각 10여 곳에 달할 만큼 빈약했다. 민간부문에서 주최하는 마이스(MICE / 부가가치가 큰 복합전시산업) 행사에 비해 비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미흡했다. 프로그램 대부분이 무대 세 곳의 공연으로 채워져 연예 기획사의 매출만 올려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K-컬처박람회'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외국인 관람객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아 '동네축제' 수준에 머물렀다. 관내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족, 필리핀과 에콰도로 등 2개국 주한대사관 관계자, 평택 미군기지 주한미군이 왔지만 전체 관람객 수에 비해선 미미했다. 공연과 전시관 모두 외국인을 유치할 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행사장 시설도 문제였다. 마지막 날엔 우천으로 주요 프로그램이 취소되고 마땅한 부지가 없어 다수의 관람객을 수용하지 못할만큼 전시장이 협소했으며 인근 돈사의 악취도 심각했다.


천안시는 자체 집계로 32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시기에 열린 충북 음성군의 '음성품바축제' 관람객과 거의 같다. 행사 예산이 큰 차이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관람객 유치는 기대에 못미쳤다.


그런데도 천안시는 2027년 K-컬처박람회를 세계박람회로 성장시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획기적인 콘텐츠와 아이디어가 없는 한 세계박람회는 커녕 K-컬처박람회의 지속도 장담하기 어렵다.


더구나 박상돈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지난 3월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조만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매년 30억 원~38억 원의 예산만 축내고 있는 박람회의 '롱런'을 기대하긴 힘들다. 실제로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축제와 박람회가 중단되는 사례는 흔하다.


천안시는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만 낭비하는 일회성 이벤트 행사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문화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일례로 인구 65만 명이 넘는 천안시에는 자체적인 '시립미술관' 하나 없고 공연장도 태부족할 만큼 문화적으로 열악하다. 최근엔 문화계에서 '드라마관' 설치를 제안했지만 제대로 검토도 안하고 퇴짜를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스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 지역발전에 큰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느 지역이든 자치단체장이 당선되면 경쟁적으로 마이스행사를 만든다. 하지만 치적에 얽매여 과욕을 부리면 소중한 혈세만 낭비하게 된다. 천안시는 K-컬처박람회의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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