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연구팀, 나노 크기 '튜링 패턴' 금속 촉매 세계 최초 합성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 2025-12-01 08:48:34
포스텍 연구팀이 자연에서 나타나는 '튜링 패턴'을 금속 촉매에 구현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포스텍은 화학과 이인수 교수, 박사과정 홍유림 씨, 니티 쿠마리 연구교수, 앙쿠르 마지 박사후연구원 등 연구팀이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그물 모양의 초소형 '튜링 패턴' 금속 촉매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1일 밝혔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인 이 촉매는 여러 물질을 섞어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복잡한 화학반응에서 99%까지 성공률을 보였다. 이 연구는 최근 미국화학회지(JACS)에 게재됐다.
자연에서는 동물 피부 무늬나 화학반응에서 저절로 규칙적인 패턴이 만들어진다. 이를 '튜링(Turing)' 패턴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금속은 원래 둥근 공 모양으로 뭉치려는 성질이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크기에서 이런 무늬를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실리카로 된 매우 얇은 '속 빈 막'을 작은 방처럼 이용했다. 이 방 안에서 팔라듐(Pd) 이온과 계면활성제가 스스로 줄을 맞추며 자리를 잡도록 유도해, 주기적인 줄무늬가 있는 2차원 팔라듐 금속망을 완성했다.
이 구조는 '미로 지도'처럼 규칙적으로 연결돼 있어 반응물이 길을 잃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실리카 껍질이 금속망을 단단히 감싸고 있어 쉽게 뭉치거나 부서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화학 공장에서 여러 원료를 섞어 새로운 물질을 만들 때 원료가 세 가지 이상이면 반응이 복잡해져서 실패하기 쉽다.
각 원료가 제때 만나야 하는데, 기존 촉매로는 이를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만든 팔라듐 나노 메쉬 촉매는 미로형 구조 덕분에 반응물과 중간체가 촉매 표면 안에서 잘 모이고, 이동 경로도 정리된다.
그 결과 결합을 형성하는 여러 반응에서 95~99%라는 매우 높은 수율을 기록했다. 되도록 잃지 않고 그대로 제품을 만들어 내는 셈이다. 반응성이 낮은 원료를 써도 60~70% 이상의 의미 있는 수율을 보이는 등 활용 범위도 넓다.
이 촉매는 한 단계 반응을 끝낸 뒤, 같은 장치에서 바로 다음 반응으로 넘어가는 '원팟(one-pot) 반응'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자연에서 나타나는 무늬 생성 원리인 '반응–확산'을 나노 금속 성장에 그대로 옮겼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금속이 자랄 때의 활성–억제 균형을 조절해 규칙적인 패턴을 만들었고, 이를 실리카 껍질로 고정해 안정적인 촉매를 완성했다.
이 방식은 팔라듐(Pd)뿐 아니라 다른 금속에도 적용할 수 있고, 다성분 반응 외의 여러 정밀 합성에도 확장될 수 있는 설계 원리를 보여준다. 복잡한 화학 공정을 더 단순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인수 교수는 "자연의 무늬 형성 원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의 금속에 만든 첫 사례"라며 "이 방법은 다른 금속에도 쓸 수 있어 더 좋은 촉매를 만드는 새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영태 기자 3678jyt@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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