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기내내 도청 청사 리모델링에 집착하는 김영환 충북지사
박상준
psj@kpinews.kr | 2024-09-24 08:23:58
도민들 비전 제시와 삶의 질 향상, 100년 먹거리 창출 원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충북도청 본관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청사 중 가장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건물이다. 87년의 연륜이 묻어있는 근대문화유산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 55호'이지만 여전히 현역이다.
첨단시설이 반영된 화려하고 압도적인 규모의 초현대식 공공청사가 즐비한 시대에 비좁고 불편한 건물이지만 1937년 민족자본으로 지어진 청사는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 가끔 드라마에도 등장한다. ENA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jtbc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도 선보였다.
고풍스런 청사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100년 가까이 충북도정을 지켜본 수십그루의 소나무와 향나무 그리고 연못과 정자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정원이다. 이곳은 시민들의 발길이 잦은 도심속 공원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원종 전 지사 시절 매주 수요일 낮엔 도청 정원에서 수백명의 인파가 몰리는 '작은 음악회'도 열었다. 인근 시민과 상인들 중에는 20년전의 '힐링의 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2년 전 김영환 지사가 취임한 이후 도청은 '공사판'이 됐다. 문화재인 본관 옥상엔 도민들도 거의 모르고 직원들 조차 찾지않는 하늘정원을 만드는 소동을 벌인데 이어 청사 정원엔 내년까지 200억 원을 들여 350대의 주차공간을 갖춘 후생관을 건립하고 교통체계도 바꾼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0여 그루의 정원 소나무와 연산홍 섬잣나무를 뽑고 울타리 역할을 했던 향나무도 걷어내고 연못도 메워버렸으며 민원인들의 쉼터였던 정자도 철거됐다. 기후위기 시대와 정면으로 등지는 행위다.
나무가 울창한 정원이 사라지고 도청 앞뒷 마당이 볼품없이 삭막하게 변하면서 관심있는 시민들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심지어 도청 공무원들조차 고개를 흔들고 있다.
도청 정원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김 지사의 대표공약은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다. 이 공약은 충주호, 청풍호, 대청호 등 충북도내 757개의 아름다운 호수·저수지와그 주변에 어우러진 백두대간, 종교·역사·문화 유산 등을 연계해 스토리와 낭만, 힐링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대형 관광프로젝트이다.
그럴듯한 수사(修辭)를 내세웠지만 이 공약의 핵심은 식수원 오염을 부추기는 환경규제완화와 난개발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도심의 작은숲' 도청 정원을 갈아엎어버리는 무모한 계획과 일맥상통한다.
김 지사는 최근 청사 본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키로 했다. 물론 발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도민들을 위한 도서관과 전시공간, 북카페를 만든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됐다는 점이다.
타 광역단체와 달리 충북도청은 구도심에 위치해 부지와 건물 면적이 상대적으로 협소하다. 이 때문에 지금도 8개 부서가 청사밖 외부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고 복도에 캐비넷을 세워둬야할만큼 비좁다. 더러 찾아오는 민원인들을 응대할만한 공간도 없다. 이런 현실에 본관마저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다면 도청직원들의 업무효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고 수준높은 행정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도민들이 김 지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도청 청사를 탈바꿈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도정의 비전을 제시하고 혁신적인 리더십을 통해 도민 삶의 질을 높이고 '100년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김지사는 도청의 파격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청주 옛 도심을 활성화하고 충북도청이 1000만 명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를 공감하는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까.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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