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ZTE 징계' 추진했지만…독일 법원 제동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10-20 07:20:34
ESTI에 ZTE 징계 요청했으나…獨법원 '철회명령' 발목
삼성전자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를 상대로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ETSI)에 제기한 징계 절차가 독일 법원의 제동으로 발목이 잡혔다. 영국 법원에서 거둔 승리를 발판 삼아 ZTE를 한층 더 압박하려던 삼성 측의 전략도 한 스텝 꼬이게 됐다.
20일 글로벌 특허 전문 매체 아이엠(IAM) 등에 따르면 독일 뮌헨 지방법원은 지난 15일 ZTE에 대한 ETSI 징계 절차 진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뮌헨 지방법원은 삼성에게 징계 요청을 철회하라고 명령했으며, 삼성전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최대 25만 유로의 벌금 또는 법인 대표자에 대한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ZTE의 신청으로 삼성전자 측에 사전 통지나 청문 절차 없이 내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청문을 요청하거나 항소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와 ZTE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표준필수특허' 사용료를 놓고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해 기존 사용권 계약이 만료된 이후 연장에 실패하면서 영국·독일·중국·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소송이 시작됐다.
앞서 영국에서는 삼성이 승소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 6월 "ZTE가 악의적으로 행동했다"며 ZTE의 특허를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이 판결을 근거로 지난 7월 16일 ETSI에 ZTE 징계를 요청했다. 특허권자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정당한 라이선스 체결을 거부하면 표준필수특허(SEP)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조항이 근거다. ETSI는 2G, 3G, 4G, 5G 등 글로벌 통신 규격을 만드는 표준화 기구다. 특허가 SEP에서 제외되면 ZTE는 사용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독일 뮌헨 지방법원이 "영국 법원 판결을 근거로 ETSI에 진정하는 것은 독일 법원의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제동을 걸었다. 또한 뮌헨 지방법원은 영국 법원의 결정을 '관할권 제국주의'라고 비판하며 "양사의 본사도 영국에 없고 영국이 중요한 시장도 아닌데 왜 영국 법원이 전 세계 사용료를 정해야 하느냐"고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ESTI 징계 안건을 'ZTE을 향한 협상 카드'로 사용하려던 삼성전자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ZTE가 각국 법원에 낸 가처분 소송을 중단하면 자신들 역시 ESTI에 제출한 징계 요청을 철회한다는 방침이었다. 반면 ZTE는 "징계 절차 자체가 부당하며, ESTI 제명은 EU 경쟁법에 위배된다"며 강력히 반발해 왔다.
ESTI는 "EU 회원국인 독일 법원의 판결과 비회원국인 영국 법원의 판결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STI는 이와 관련한 회의에서 "삼성전자가 진정을 철회하더라도 ESTI 사무총장이 ZTE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지만, ESTI가 역사적으로 라이선스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실제 그렇게 할 가능성은 낮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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