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 '계엄령'으로 송환법 시위 진압 검토 중"
장성룡
| 2019-08-29 06:00:48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비상대권을 발동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 등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홍콩 정부가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제공하는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긴급법을 동원한 비상대권 발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날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장도 "우리는 질서를 회복할 수 있는 홍콩의 법규에 대해 날마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캐리 람 행정장관 발언에 동조하고 나섰다.
긴급법은 비상 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경우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이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교통·운수 통제, 재산 몰수, 검열, 출판·통신 금지 등에 있어 무소불위의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행정장관은 비상조치 위반에 대해 처벌 기준을 정할 수 있고, 처벌 형량은 종신형까지 가능해 사실상 계엄령에 가깝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7월 반영(反英) 폭동 때 단 한 번뿐이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시위와 관련해 긴급법을 적용하기로 결정할 경우, 52년 만에 처음이 된다.
사이먼 영 콩대 법학 교수는 "긴급법이 제정된 것은 1922년이지만, 당시는 홍콩과 광저우의 총파업으로 전시 상태와 같았다"며 "홍콩인권법안조례는 홍콩의 '생존'이 위협받을 때만 기본적 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명보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번 급법 적용 구상이 중국 중앙정부로부터 흘러나온 생각이라고 전했다.
명보에 따르면 지난 8월 초 홍콩과 이웃한 중국 도시 선전에서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과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이 주최한 좌담회가 열렸다.
명보의 친중파 소식통은 "선전 좌담회 후 홍콩 정부 내에서 분명히 긴급법 적용을 논의했다"며 "다만 너무 일찍 긴급법을 꺼내 들 경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등 여러 의견이 있어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정부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때 국제사회의 시선이 홍콩에 쏠리는 것을 우려해 10월 1일 이전에 시위를 진압하길 원한다"며 "8월 31일 시위의 추이를 보고 긴급법 적용 여부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에 이어 오는 31일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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