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원팀'으로 이뤄낸 값진 승리
김병윤
| 2019-06-12 05:41:48
선수, 코칭스태프, 팬 모두가 한마음
한국축구사에 영원히 기록될 날이다. 2019년 6월 12일 대한민국의 어린 선수들이 세계 축구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에서 한국이 남미의 강호 에콰도르를 꺾고 사상 처음 결승에 올랐다. 한국의 승리는 선수, 코칭스태프, 팬들이 삼위일체로 이루어 낸 보물 같은 결과물이다.
한국의 정정용 감독은 준결승에서 새로운 용병술로 승리를 낚아챘다. 고재현과 김세윤을 선발로 출전시켜 에콰도르 공격을 차단하고 수비진을 휘젓게 했다. 두 선수는 그동안 출전기회가 적어 체력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정 감독의 선발출전 변화는 신의 한 수였다. 정 감독은 후반 8분 김세윤을 조영욱으로 교체해 에콰도르 수비진을 괴롭히는 '닥공축구'도 선보였다. 전반에 내세웠던 수비 후 역습의 작전을 과감히 바꾼 승부수도 칭찬받을 만하다. 후반 27분에는 체력이 고갈된 이강인을 박태준으로 교체하는 강단도 선보였다.
결승진출이 걸린 중요한 경기에서 팀의 핵심선수를 교체하기 힘든 것이 감독들의 심정이다. 오른발잡이 최준을 왼쪽 풀백으로 내세운 것도 승리의 히든카드였다. 오른발 강슛이 장점인 최준은 결승골을 뽑아내 정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최준의 골은 이강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축구는 발로만 하는 게 아니다. 눈으로도 하는 것이다. 이강인이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강인은 전반 38분 미드필드에서 얻은 프리킥을 단 한번의 패스로 결승골을 빼내게 했다. 키커로 나선 이강인은 눈동자를 요리조리 돌리다 최준과 눈이 맞자 송곳같이 날카로운 패스로 왼쪽 측면으로 찔러줬다. 이강인의 눈동자는 에콰도르 수비진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놓는 역할도 했다. 작은 거인 이강인의 천재성이 돋보인 패스였다. 이강인이 최준에게 찔러준 패스는 세네갈과의 8강전 연장에 조영욱에게 넘겨준 장면의 복사판이었다. 축구인들이 왜 이강인을 한국축구의 희망이라고 하는지를 증명해준 장면들이다.
한국의 결승진출에는 든든한 골키퍼 이광연의 선방도 빼놓을 수 없다. 이광연은 예선과 본선에서 여러 차례 위기를 잘 막아내 동료들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는 신이 들린 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에콰도르의 슛을 막아내 결승진출의 밑바탕이 됐다. 특히 경기종료 직전 에콰도르의 결정적 슛을 막아내 90분 동안 숨이 차도록 뛰어다닌 동료들의 땀방울에 보답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모두가 하나였다. 주전과 후보라는 벽이 없었다.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똑같이 땀을 흘리며 격려를 했다. 한국팀이 소집될 때 목표가 원팀이었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은 이 목표를 이뤄냈다. 최준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우승할게요." 기특하다. 어른보다 훌륭하다. 누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내겠다는 결의가 돋보인다.
한국의 결승진출에 숨은 공로자들이 있다. 어린 선수들을 말없이 응원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밤잠을 설쳐가며 한국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집집마다 불빛이 꺼지지 않고 있다. 출근길이 힘들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자부심을 세워달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런 간절한 바람이 폴란드에도 전해지고 있다.
우리는 4강 진출이 36년 만의 기적을 재현했다고 흥분했다. 이제는 이 말이 옛이야기가 됐다. 이미 36년 전의 기적은 깨졌다. 결승진출. 새로운 기적이 나타났다. 혹자는 말할 수도 있다. 결승에 진출한 것도 기적이라고. 그럴 수도 있다. 선수들은 아니라고 한다. 기적이라는 말은 우승한 뒤 생각해 보자고. 선수들은 우승도 기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땀과 눈물의 보답일 뿐이라고.
다시 기대된다. 한국의 어린 선수들이 보여줄 마지막 투혼이. 오는 16일 새벽 1시. 대한민국의 불빛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라 부르기도 어색한 어린 청춘들의 당찬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서.
KPI뉴스 / 김병윤 기자 bykim716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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