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서관에서 치매 예방을"…치매 극복선도도서관 가보니

김명주

kmj@kpinews.kr | 2024-07-26 15:58:13

중앙치매센터, 전국 490곳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지정
도서관 내 치매 코너 설치…치매 관련 프로그램 진행
집중·기억력 등 인지 기능 훈련 도서 비치…예방 겨냥
일부 초고령지역, 전국 평균보다 치매도서관 적어
"도서관 접근성 고려하고 프로그램 실효성 높여야"

"치매 도서 코너가 있어 자주 와요."

26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정도서관. 검은색 가방을 등에 메고 손에 책 두세 권을 든 채 도서관 입구를 나서던 63세 여성 문 씨가 말했다.

도서관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살아 2주에 한 번은 이곳을 찾는다는 문 씨는 "치매 예방을 위해 관련 도서를 빌려 읽고 있다"고 했다.

일주일에 3, 4번은 도서관에 온다는 65세 남성 최 씨도 "나이가 드니 건강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며 "도서관에 치매 관련 여러 책이 있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치매 예방·인식 개선 지원 위해 시작된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사업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정도서관 내 치매 도서 코너(왼쪽 사진)와 용인특례시 기흥구 청덕도서관 내 치매 도서 코너 모습. [김명주 기자]

 

치매는 환자 자신의 신체와 삶의 질 저하를 야기할 뿐 아니라 가족의 경제적, 정신적 부담까지 유발한다.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수가 증가해 예방과 관리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중앙치매센터가 지난달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3'을 보면 2022년 치매 환자수(100만77명)의 90% 이상이 65세 이상(92만3003명)이다. 해당 환자수는 △2019년 78만6184명 △2020년 82만9227명 △2021년 89만2002명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추정치매환자수는 △2030년 142만 명 △2040년 226만 명 △2050년 315만 명 △2060년 340만 명으로 추정된다. 급증이 전망된다. 

 

중앙치매센터의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사업이 지난 2016년 시작된 배경이다. 치매극복선도도서관은 지역 주민의 치매 예방과 극복 및 인식 개선 등을 지원하는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포함) 또는 민간도서관을 말한다.

 

공공·민간도서관이 독립된 치매 도서 코너를 설치·운영하고 도서관 담당자가 치매파트너 교육을 이수하는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지역 치매안심센터가 해당 도서관을 치매극복선도도서관으로 지정·신청한다. 이를 광역·중앙치매센터가 승인하면 해당 도서관은 치매극복선도도서관으로 최종 선정된다.

 

공공도서관인 수정도서관도 중앙치매센터가 지정한 치매극복선도도서관이다. 도서관 내 치매 코너에는 '치매 전문의도 실천하는 치매 예방법', '수수께끼 치매 맹탕에서 전문가로', '치매 부모를 이해하는 14가지 방법' 등 치매 예방과 치료에 관한 이해를 돕는 책이 비치돼 있다. '치매 예방&두뇌 트레이닝', '뇌 운동을 위한 어른들의 추억 색칠하기', '치매 걸린 뇌도 좋아지는 두뇌 체조' 등 인지 기능 향상을 돕는 그림책·문제집도 놓여 있다.

 

독서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면 뇌 활성도가 증가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 특히 뇌 자극을 통해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 등 인지 기능을 훈련하는 데 중점을 둔 도서를 읽으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실제 지난 2017년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책과 신문 등 비약물치료요법으로 치료를 실시한 결과, 환자들의 인지기능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집중력, 기억력, 언어능력 등 다양한 인지 영역에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었다.

 

치매 환자의 후견인 선임을 지원하는 공공후견 사업, 일상에서 치매 환자를 돕는 파트너 모집 안내 등 국가치매관리사업 간행물과 홍보물도 진열돼 치매 관련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 용인시 기흥구 청덕도서관 내 비치된 치매 관련 국가 사업 간행물 및 홍보물. [김명주 기자]

 

도서관별로 치매 관련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수정도서관은 올해 상반기 지역 치매안심센터 소속 강사를 두고 60세 이상 주민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과 인식 개선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달 15일에는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지역 치매안심센터와 협업해 어르신을 대상으로 집중력 향상을 돕는 색칠공부용 그림책과 큰글자도서를 배포했다.

용인 소재 민간도서관 디멘시아도서관은 또 다른 치매극복선도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내달 초 그림책테라피스트를 초청해 초기 치매 어르신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독서·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치매에 관심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 예방 그림책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80세 남성 A 씨는 "도서관에서 치매 프로그램을 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문 씨도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가정보다는 지역과 정부에서 치매가 케어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많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지역별 편차 有전북 등 초고령지역 타지역보다 도서관 수 적어


지난 4월 공공데이터포털에 게시된 국립중앙의료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수는 490곳이다. △2019년 254곳 2020년 313곳 2021년 378곳 2022년 437곳 2023년 473곳으로 매년 늘었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치매극복선도도서관은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 진행하는 상시사업으로, 향후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72곳 △부산 25곳 △대구 26곳 △인천 18곳 △광주 24곳 △대전 13곳 △울산 13곳 △세종 7곳 △경기 71곳 △강원 27곳 △충북 10곳 △충남 15곳 △전북 9곳 △전남 30곳 △경북 33곳 △경남 82곳 △제주 15곳이다.

 

▲ 전국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수, 지역별 65세 이상 고령인구수, 65세 인구 10만 명당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수, 고령 인구 비율 집계 자료. [김명주 기자]

 

다만 65세 이상 고령인구와 고령인구비율로 따져보면 지역별로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수의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65세 인구 10만 명당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수는 전국 평균 4.9곳으로 집계됐다. △서울(4.1곳) △인천(3.5곳) △경기(3.2곳) △부산(3.3곳) △충남(3.2곳) △충북(2.9곳) △전북(2.1곳)은 평균 아래였다.

이중 경기(219만 명)와 서울(177만 명)은 65세 이상 고령인구수가 가장 많은 지역 1·2위다. 또 부산(22.6%), 충남(21.3%), 충북(20.8%), 전북(24.1%)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지역에 해당한다.

 

고령인구수가 많거나 그 비율이 높은 지역이 상대적으로 치매극복선도도서관 수가 적은 상황인 것이다.

나머지 지역은 △세종 16.0곳 △제주 12.1곳 △경남 11.9곳 △광주 10.0곳 △강원 7.2곳 △울산 7.1곳 △전남 6.3곳 △대구 5.4곳 △대전 5.2곳 △경북 5.1곳이다.

중앙치매센터 관계자는 "치매극복선도도서관은 시군구별 치매안심센터에서 자체 운영하는 지역사회 민간 협력 사업이기에 지역 현황이나 지자체에서 생각하는 중점 사업 방향에 따라 운영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적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우수 운영 사례 확산 등 질적 강화에 대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인식 개선을 통해 치매 감수성을 높이고 치매 환자 대응 방법 등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매극복선도도서관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전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접근성을 고려해 치매극복선도도서관을 설치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치매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김명주 기자 km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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