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운송비 절감 위한 것"…대법원 상고
최종 유죄 확정 시 배임 문제도 제기될 듯 그룹 총수인 김승연 회장의 친누나가 지배하고 있는 한익스프레스에 대한 부당지원 여부를 놓고 공정위와 법정공방을 벌여온 한화솔루션(옛 한화케미컬)이 패소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월 12일 한화솔루션이 제기한 시정명령과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공정위의 승소를 선고했다. 지난달 24일 한익스프레스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일감몰아주기+통행세로 부당지원 판단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으면서 그룹 경영기획실이 운영하는 위장계열사였다가 2009년 5월까지 김 회장의 친누나인 김영혜 씨 일가에게 매각됐다. 공정위는 한익스프레스가 매각되기 전인 2008년부터 11년 동안 부당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가 밝힌 부당지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한화솔루션의 컨테이너 물량 전부를 한익스프레스에 몰아주고 현저하게 높은 운송비를 지급했다. 특히 2014년에는 한익스프레스보다 37%나 낮은 운임을 제시한 업체가 있었음에도 한익스프레스와의 거래를 지속했다.
두 번째는 한익스프레스가 통행세를 걷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즉 한화솔루션이 탱크로리 운송 거래 물량을 한익스프레스에게 배타적으로 위탁했다. 이에 따라 실제 운송이나 안전관리는 대리점과 전속운송사 사이에서 이뤄졌음에도 한익스프레스는 중간에서 20% 정도의 마진을 챙길 수 있었던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실질적인 역할이 없음에도 중간에서 마진을 챙기는 전형적인 통행세로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2020년 12월 한화솔루션에 156억8700만 원, 한익스프레스에 72억8300만 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한화 측, 운송비 절감 위해 일원화 주장했으나 패소
이에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는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해 지난 2021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한화 측은 한익스프레스에 대한 지원 의도가 없었고 운송비 절감을 위해 일원화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나치게 많은 경제상 이익을 준 것도 아니라며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공정위 결정은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한화 측이 소송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 모두 패소 판결문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한화솔루션은 이러한 서울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지난 4일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 거래물량과 조건 등에서 비정상적 거래로 판단
일단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내리겠지만 고법의 판결은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한 사법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재판부는 한화솔루션이 자사의 운송물량 전부를 제공하는 과정을 들여다봤다. 운임이나 서비스와 관련해 다른 운송사업자와의 합리적 비교나 검토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운송물량 100%를 한익스프레스에게 제공한 데 주목했다. 거래기간이나 거래규모는 물론 거래조건, 계약 방식 등에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봤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자사의 운송물량을 한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넘기지 않았을 것으로 본 것이다.
또 통행세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엄격하게 판단했다. 탱크로리 운송 거래에서 한익스프레스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런 식의 지원행위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부당한 지원행위에 명백히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한화 측의 이러한 부당지원으로 한익스프레스는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확보해 물류시장에서 경쟁력을 손쉽게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결국 경쟁 기반을 저해했고 경제력 집중이 강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 것이다.
부당지원에 대한 배임 문제도 제기될 듯
대법원의 결정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판결의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화솔루션과 한익스프레스는 모두 상장 기업이다. 소액 주주의 비율이 한화솔루션은 59%가 넘고, 한익스프레스도 51%에 달한다.
총수 일가의 기업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최종 판결이 나게 되면 당시 거래를 결정한 경영진에 대해 배임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과징금은 물론이고 부당지원 모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 경종이 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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