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억 안 난다" 김웅, 고발사주 보도前 '고발장 내용' 언급

전혁수 / 2023-07-13 10:25:39
金, 고발사주 보도 직전 취재기자와 두 차례 통화
묻지도 않았는데 적용법조 등 고발장 내용 언급
"(손)준성이와 이야기 했는데 그건 제가 만들었다"
"이거 공직선거법 위반이 딱 떨어지는 것 아니냐"
손준성 재판 증인 나와선 "기억 안난다" 모르쇠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지난 10일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전반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고발사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인 지난 2021년 9월 1일 취재기자와의 통화에서 고발장 관련 질문을 받기 전 먼저 고발장 안에 담긴 적용법조 등을 언급했다. 그가 고발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 10일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가고 했다. [뉴시스]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황희석 변호사, MBC·뉴스타파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손 검사는 현재 공무상비밀 누설과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웅, 고발사주 보도 전날 1차 통화에서 "준성이(손준성 검사)와 이야기는 해"

10일 재판에 출석한 김 의원은 2020년 4월 3일 △'손준성 보냄' 표시가 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 씨에게 전달한 사실 △고발장 전달 전후 조 씨에게 전화를 걸어 구체적인 고발장 제출 방법을 논의한 사실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장 최초 전송자로 지목된 손 검사와 관련해서도 "손준성이 나한테 이런 걸 보내서 부탁했을 가능성이 진짜 희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주요 내용에 대해 "모른다"는 취지의 답변을 되풀이하자 재판장은 "기억을 못할 수 없다", "기억에 남아야 정상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 김 의원은 고발사주 사건 보도 전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준성이와 이야기는 했다"고 밝혔다.

2021년 9월 1일 오후 9시 25분 기자는 김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손 검사님이 의원님한테 최강욱·유시민 등 고발장을 전달했던데 선대위 보고가 됐다고 들었다"며 "윤석열 총장(현 대통령)한테 따로 요청받고 그러신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말을 더듬으며 "어, 그건 아니고... 그건 그... 그건 그... 그쪽 제가 연결된 건 없다. 윤 총장하고는 전혀 상관 없다"고 답했다.

기자가 "그러면 손준성 검사는 이걸 왜(보냈느냐)"라고 묻자 김 의원은 "준성이(손 검사)하고 이야기는 했는데 그건 제가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 지난 2020년 4월 3일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조성은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에게 고발장을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메시지 상단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글씨가 써있다. 손준성 검사가 메시지의 최초 전송자라는 의미다. [UPI뉴스]

하지만 메시지 전달 시 최초 전송자가 'OOO보냄'으로 표시되는 텔레그램의 특성상 김 의원은 메시지를 받은 쪽이었다. 김 의원이 고발장을 작성해 보낸 것이 아니라 작성된 고발장을 받았다는 뜻이다.

기자는 "근데 의원님이 (메시지를)받으셨다"고 말하자 김 의원은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이 통화에서 김 의원은 기자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고발장에 들어있는 적용법조인 '공직선거법 위반' 이야기를 꺼냈다. 김 의원이 '손준성 보냄'으로 전달받은 고발장에는 범여권 정치인들과 기자들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수사해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 2020년 4월 8일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인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조성은 미래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고발장의 적용법조. [UPI뉴스]

기자가 "의원님이 만드신 거라는 말씀이시냐"고 묻자 김 의원은 "제가 그걸 보고 이거는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이거 공직선거법 위반이 딱 떨어지는 것 아니냐 (생각했다)"고 답했다.

기자가 재차 "손준성 검사님이 보낸 것으로 돼 있다"며 메시지의 방향성을 문제삼자 김 의원은 "그건 잘 모르겠다"며 "준성이(손 검사)한테 내가 한 번 물어봤을 수는 있다. 이게 법리적으로 맞느냐 이런 것을"이라고 답했다.

김웅, 고발사주 보도 직전 2차 통화에서도 적용법조 등 고발장 내용 먼저 언급

고발사주 사건 보도 직전이었던 2021년 9월 2일 오전 8시 25분 기자는 김 의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김 의원의 충분한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 통화에서 김 의원은 손 검사 접촉 관련 해명을 준비한 듯 "공익신고를 받는 대상이 아마 국회의원도 포함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공익신고법상 국회의원한테 신고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발사주 사건이 벌어진 당시인 2020년 4월 3일과 8일은 21대 총선(15일)을 앞둔 시점이어서 김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었다. 

김 의원은 2차 통화에서도 먼저 고발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했다. "일단은 그 저거저거 말이죠, 최강욱? 최강욱 건은 제가 제일 먼저 다른 페북을 보고 발견하고 '이건 문제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다'라고 그때 제가 제일 먼저 문제제기를 했었다"며 "그때 그런 걸 보고 (손 검사가)제일 먼저 저한테 보냈을 수는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손 검사님이 공익신고를 했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김 의원은 "그거, 그거는 모른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고발장을 썼다던 9월 1일 1차 통화 때 발언을 번복했다. '고발장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있다'는 기자 설명을 듣더니 태도를 바꾼 것이다.

기자가 "(고발장)안에 보면 피해자가 김건희다, 그리고 윤석열이 피해자다. 이런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고 하자 김 의원은 "제가 그거를 문제 제기하거나 그 부분에 대해 고발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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