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킬러문항 출제 깊이 반성…사교육 악순환 끊을 것"

장한별 기자 / 2023-06-26 15:00:27
이 부총리 "공교육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가 원칙"
킬러문항, 수학 9개·국어 7개·영어 6개·과탐 4개
'공정수능점검위' 신설…출제 전 문항별 검토 강화
대통령실 "사교육 이권 카르텔, 필요시 사법 조치"
연간 26조 원이 넘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사교육 종합 대책을 내놨다.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기 어려운 수능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을 배제하고, 대학별 논술·구술 문항 점검도 강화한다. EBS 유료 강좌는 무료로 전환하고, '초등의대반'이나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에 대한 실태 조사도 한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역대 정부를 막론하고 공교육 교육과정 내 수능 출제가 기본 원칙이었다"며 "그러나 지나치게 전문가와 공급자인 출제당국 입장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고 킬러문항이 출제된 것에 대해서 깊은 반성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부총리는 "아울러 미리 점검하고 준비해서 조금이라도 더 일찍 발표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부총리는 "오늘 반성의 계기로 이러한 킬러문항 출제와 그로 인한 사교육, 학생과 학부모의 과도한 경제 부담이라는 악순환을 확실히 끊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차원의 사교육 대책이 나온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발표가 지난 3월 나온 뒤 사교육비 경감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킬러문항과 연계한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지적하자 당정을 중심으로 '수능 사교육을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번 대책에서 대입 사교육 대책은 킬러문항 배제에 초점을 맞췄다. 일단 교육부는 '정부가 말하는 킬러 문항이 어떤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입시업계에서는 정답률이 낮은 문항을 킬러문항으로 꼽아왔는데 교육부는 이런 수치를 기준으로 삼진 않았다. 아울러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출제에서 배제하는 것을 앞으로 수능의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우선 오는 9월 모의평가와 11월 수능을 앞두고 최근 3년(2021~2023) 간 수능과 2024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문제 가운데 킬러문항이 공개됐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과목에서 총 26개가 킬러 문항으로 지목됐다. 수학이 9개로 가장 많았고, 국어 7개, 영어 6개, 과학 4개 순이다. 

이번 6월 모의평가의 경우 수학(공통) 21번, 수학(공통) 22번, 수학(미적분) 33번, 국어(공통) 14번, 국어(공통) 33번, 영어(공통) 33번, 영어(공통) 34번이 킬러 문항으로 꼽혔다.

교육부는 향후 수능, 모의 평가에서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도록 검토를 강화한다. 우선 현행 수능 출제위원, 검토위원과 별도로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가칭)'를 신설할 방침이다. 수능 출제 단계에서 검토를 강화한다.

평가원과 별개로 각 시도교육청에서 추천 받은 교사를 중심으로 수능 출제 전 문항별 검토를 강화한다.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공정수능평가 자문위원회(가칭)'도 운영한다. 시험 전에는 공교육 과정 내 지문, 풀이 방법, 어휘 등을 활용한 출제 전략 수립을 자문한다. 시험 실시 후에는 출제 평가 및 개선안을 마련한다.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2주간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

또 수능 출제위원은 출제위원 참여 경력을 노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금의 의무사항에 더해 앞으로 일정 기간 수능 출제와 관련한 집필과 강의, 자문 등 영리행위도 할 수 없다.

학생들 누구나 학원 도움 없이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현장 교사 중심의 무료 대입 상담 등 '공공 컨설팅'을 실시하고 대입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논술·구술 등 대학별고사가 교육과정을 벗어나지 않도록 점검하고 학교 수행·지필평가도 교육과정 내에서 이뤄지도록 교차 검토를 강화하는 한편, 선행학습 영향평가도 강화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또 중·고등학교 사교육 수요를 경감하기 위해 EBS 시스템을 개편하고, 유료 강좌(중학 프리미엄)를 무료로 전환하고 수준별 학습 콘텐츠도 대폭 확대한다.

튜터링, 방과후 교과 보충지도를 확대하고 지자체 및 민간의 학습지원 서비스도 활성화되도록 도울 계획이다. 대체적으로 돌봄 사교육이 증가하는 초등학생 사교육비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 교육돌봄으로 흡수한다.

초등 입학을 대비한 유아 공교육도 강화한다. 유-초 연계 이음학기를 운영하고, 영어·예체능 등 수요가 높은 방과후 과정 운영을 위해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 숲·생태·아토피 치유 등 다양한 테마형 유치원도 지정할 계획이다.

특히 유아 사교육비 조사를 신설하고 최근 고가 논란이 있는 일부 유아 영어학원 등의 편법 운영에 대해서도 정상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학부모와의 소통 기회도 대폭 확대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킬러 문항'으로 상징되는 사교육 시장의 이권 카르텔에 대한 사법 처리를 시사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교육부에 여러 제보가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며 "사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 부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조간신문을 보니 40여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하는데, 관계 당국에서 잘 조사해서 조치를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교육 시스템 때문에 학생들도 굉장히 불행하고 부모들도 불행하고 다수의 우리 교사분들도 불행하다. 우리 학생들의 학력은 저하되는 시스템"이라며 "이런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는 게 과연 옳겠나? 그런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방향은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방향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교육부에서 잘 이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대통령실은 지켜보고 있겠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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