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서거 14주기…봉화에 총집결한 여야 "盧정신 기억하자"

박지은 / 2023-05-23 14:50:59
문재인·이재명 등 총출동…지지층 결집, 위기돌파
권양숙, 李에 세가지 선물…李 "의미 잘 새기겠다"
李 "어떤 어려움에도 노무현의 길 따라가겠다"
與, YS·盧까지 통합행보…중도층 겨냥 외연확대
김기현 "전직 대통령 흑역사 끊어야…예우·존중"
여야는 2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를 맞아 경남 봉하마을에 총집결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며 '노무현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내년 총선이 11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표심 잡기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민주당은 지지층을 결집해 위기를 극복해야할 처지다. 봉하행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도 잇단 설화에 따른 내홍으로 고전한 터라 지지세 넓히기가 절실하다. 광주 5·18 기념식에 이어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건 외연확대의 일환이다.   

이날 오후 2시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엄수된 추도식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해찬·정세균·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야권 인사가 총출동했다.

▲ 문재인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앞줄 가운데) 등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여권에선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자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모 화환을 보냈다. 추도식 1시간 전 도착한 윤 대통령 화환을 노무현재단은 묘역 제일 앞에 배치했다.

김진표 의장은 추도사에서 "2004년 탄핵의 광풍이 몰아치던 무렵 대통령님을 지키고 힘을 드려야 한다는 심정으로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며 "대통령님이 남긴 정치개혁의 유업을 완수하는 게 제가 풀 마지막 숙제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우리가 대통령의 뜻을 이어 이상이라는 것은 더디지만 결국 실현된다는 믿음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강은 반드시 똑바로 흐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어떤 강도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노 전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그 말씀대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에서도 총리를 지낸 그가 추도사를 읽을 때 추모객들의 야유가 나왔으나 전반적으로 분위기는 차분했다.

여야 정당 대표 등 참석자들은 추도식이 끝난 뒤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헌화·묵념하며 추도의 뜻을 표했다.

▲ 여야 정당 대표들이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을 마친 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정의당 이정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기현, 진보당 윤희숙 대표. [뉴시스] 

이 대표는 추도식에 앞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와 오찬을 함께 했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무궁화 접시 도자기, 노 전 대통령이 집필한 '진보의 미래', '일본 군부의 독도침탈사' 세 가지 선물을 건넸다. 이 대표는 "그 의미를 잘 새기겠다"고 화답했다.

오찬엔 문 전 대통령, 정 전 총리, 김 의장 등도 참석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무궁화 접시 도자기는 독도가 대한민국 역사 고유의 영토임을 강조하기 위해 선물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기득권에 맞아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면서도 당당히 앞으로 나아갔던 그 결기를 기억하자"며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멈추지 않고 그 길 따라가겠다"고 썼다.

그는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남기신 말씀"이라며 "너무 더딘 것 같아도 또 패배감과 무력감에 다 끝난 것처럼 보여도 역사는 반드시 전진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대표는 정점식 의원,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020년 4·15 총선 참패 직후인 11주기부터 해마다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지난해에는 이준석 당시 대표가 왔다.

김 대표가 도착하자 일부 시민이 "김기현 물러가라", "여길 뭐 하러 와"라고 외쳤으나, 큰 소란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김 대표는 이재명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 함께 첫 번째 줄에 앉았다. 김 대표는 권 여사, 문 전 대통령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김 대표는 봉하마을을 찾기 전 고 김영삼(YS)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를 이제 끊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도식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저는 바로 직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박해를 받았던 피해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치 선진화를 위해서는 더 이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런 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하고 그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김 대표는 거제의 YS 생가를 방문해 김 전 대통령의 개혁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보수·진보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일정을 잇달아 소화하며 '통합 행보'를 부각한 모양새다. 당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 민심까지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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