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티 2대 주주 中 자본 중민투 2019년 지분 정리
세 차례 시간외 대량 매도라는 비정상 방법으로 처리
4년 만에 89% 수익률 달성…檢, 현재 관련 사건 조사
아난티 "당시 블록딜은 손해보는 것…라덕연과 무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사 대표와 코스닥 상장사 아난티(옛 에머슨퍼시픽)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중명 전 아난티 회장이 라 대표를 여러 투자자에게 소개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9년 아난티 주가 급등락 과정에 라 대표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난티 주가는 2018년 말부터 널뛰기를 했다. 큰 폭으로 오르고 내리는 걸 반복했다. 급등락은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아난티 주가는 17일 6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19년 1월 23일 최고가(3만1150원) 대비 -379%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난티는 "SG증권 사태는 이 전 회장과 라 대표의 개인적 인연에서 불거진 것이며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논란이 불거진 곳은 2015년 유상증자에 참여한 이니셜 포칼 리미티드(이하 이니셜)다. 이 회사는 중국 민간 투자사 중국민생투자유한공사(CMIG·중민투) 손자회사다. 사무실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었다. 당시 아난티는 이니셜 유증 참여로 1806억1467만6000원 외자유치에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그 결과 2015년 말 이니셜의 아난티 보유 지분은 32.24%까지 늘어났다. 이만규 아난티 대표이사 등 대주주 일가(32.24%)보다 딱 1주 적었다.
이로부터 3년여 뒤인 2019년 3월 이니셜은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그해 초 발생한 중민투 유동성 문제가 관련 있다. 당시 주요 외신들은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는 등 중민투 디폴트(채무불이행) 뉴스를 쏟아냈다. 현재 중민투 채권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퇴출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초 관련 뉴스가 나오자 이 대표는 언론에 나와 "중민투(이니셜 지칭)가 아난티 지분을 팔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니셜은 아난티 지분을 처분할 경우 이를 사전에 통보하도록 주주 간 협약을 맺고 있었다.
의혹의 시선이 쏠리는 대목은 이니셜이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이니셜은 2019년 3월, 6월, 2020년 2월 세 차례에 걸쳐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세 번 모두 '시간외 매도'를 택했다. 전체 주식의 10%가량을 대규모로 시간외 매도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관련 업계와 시장은 이 방식이 수상하다고 본다. 라 대표가 도움을 줬다는 주장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2019년 당시 라 대표 등 주가조작 세력이 중민투의 아난티 지분 정리에 도움을 줬다는 소문이 시장에 파다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슈퍼개미는 "이러한 장외 대량 매도는 사전에 이 물량이 나올 줄 알아야 성사될 수 있다"며 "매수자와 매도자 간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간외 매도를 통한 이니셜 지분 정리는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닮았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폭락 사태가 발생하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주당 4만3245원에 시간외 매도로 팔았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같은 달 17일 시간외 매도 방식으로 서울가스 주식 10만주를 처분했다. 현재 라 대표와 두 기업 회장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의 공모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니셜은 4년 투자로 1615억 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89%다. 대량 거래에 따른 할인율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이니셜로선 무사히 원금을 회수하며 꽤 괜찮은 수익을 거둔 것은 분명하다.
한 주식 전문가는 "2대 주주 모회사가 유동성을 겪어 한국 투자 철수를 고민하던 중 최대주주 대표가 언론에 나와 '주식을 안판다'고 밝혔는데 결국 중민투는 장외에서 지분을 대거 처분했다"며 "최대주주 말만 믿고 주식을 사거나 보유한 사람들에게 이 공개 발언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난티 관계자는 이니셜 관련 의문에 대해 "애당초 중민투(이니셜 지칭)는 단순투자보다 비즈니스 파트너로 아난티 사업에 참여했지만 모회사 자금난으로 어쩔 수 없이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투자와 지분 정리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또 "당시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도)은 최대주주 입장에선 손해 보는 것이었다"며 "주가조작세력 시세조정에 최대주주나 회사가 관여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금이 빠지는 과정에서 이니셜과 아난티 경영진 간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해선 "사전 통보조항 기준일은 2018년 말까지여서 이듬해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난티는 2019년 이니셜 주식 매도에 대해 '단순처분'이라고 공시했다.
아난티는 북한 금강산에 골프장과 리조트를 지어 대표적인 남북협력주로 분류돼 왔다.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면 테마주로 떠올랐다. 공교롭게도 라 대표는 2019년 7월 북한전문여행사 아리투어를 세웠다. 이듬해 2월에는 아난티 사외이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과 함께 강원도가 주최한 포럼에도 참석했다.
라 대표는 또 지난해 이중명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남 남해의 한 학교법인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이유로 "두 사람이 2022년 이전부터 알고 지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JTBC는 최근 라 대표가 주도하는 주가조작단이 지난달 말 수백억원에 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골프장 매입을 추진했고 이 전 회장이 양측을 이어줬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로 파장이 일자 아난티는 이만규 대표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 전 회장은 2015년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후 아난티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과 라 대표의 관계를 파악하며 2019년 중민투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난티 시세 조정과 관련해 라 대표 변호인측은 "현재 조사 중이라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