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압박하는 '영포라인' 업체들…'최정우 흔들기' 가속화

송창섭 / 2023-04-18 09:25:08
MB정부 시절 영포라인 회사, 포스코와 소송 등 진행
정권교체로 文정부때 임명 崔 리더십 불안하자 압박
차기 회장 후보군과도 접촉·공조…'CEO 리스크' 고조
尹정부 '崔패싱' 노골화…소극 스타일 崔책임론 거론
포스코그룹을 상대로 하청·관련 업체들이 소송을 진행하거나 항의성 내용증명을 보내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표들은 이명박(MB) 대통령 재임 시절 위세를 떨치던 '영포라인'에 속했던 인사들로 알려졌다. 

영포라인은 과거 경북 영일군, 포항시 출신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MB 정부 시절 MB 친형인 이상득(SD) 전 국회 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 실세를 등에 업고 각종 인사·정책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지주회사로 체제를 바꾼 뒤 지역사회와 갈등을 겪어왔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최정우 회장은 정권 교체로 리더십이 불안한 처지다. 

▲포스코 건물 전경과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UPI뉴스 자료사진]

이런 틈을 타 영포라인이 '최정우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기에는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E&C(옛 포스코건설)와 하청관계인 A업체는 지난 1년 간 원청과 소송을 벌였다. 이 업체 대표 B씨는 MB 정부 시절 SD, 박 전 차관과의 친분을 내세워 포스코에서 한 해 200억원이 넘는 일감을 따내 '포항 실세'로 불렸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영포라인이 대대적 조사를 받으면서 사세가 기울어 회사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 잠잠했다가 윤석열 정부에서 포스코와 소송전을 진행한 모양새다.

이 업체 측은 "해외 복합화력 발전소 공사에 참여한 자사의 해외법인을 상대로 원청인 포스코E&C가 '더 이상 공사대금 증액을 요청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강요해 금전적으로 손해봤다"고 주장해왔다. 계약서 작성 3년이 지나서야 민사소송이 시작됐다. 지난달 말 1심 법원은 원고(A업체) 패소 결정을 내렸다. A업체는 최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한 포항지역 관계자는 이날 "표면적으로는 A업체가 수년째 자금난에 허덕이자 포스코E&C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것이지만 하청업체가 원청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 자체가 정권 교체 이후 달라진 모습"이라며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로부터 슬래브(반제품)를 공급받아 선재로 만드는 중소철강사 C업체는 지난해 말 포스코로부터 제품을 비싸게 샀다며 항의성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포스코가 일방적으로 공급량을 줄이자 즉각 불만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대표 D씨도 MB 정부 시절 영포라인으로 꼽혔던 인사다. 포스코 관계자는 "구체적 내용은 설명해줄 수 없지만 해당 업체가 문제를 제기했고 원만하게 합의봤다"고 설명했다.

자천타천으로 차기 포스코 회장 물망에 오른 인사들은 영포라인과 접촉하며 '공조'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이들은 지난해 출범한 범시민대책위 지도부와도 소통하고 있다고 한다. 정권 교체 후 지역사회가 최 회장 퇴진 움직임을 강화하면서 '회장 리스크'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포항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군이 오랫동안 포스코와 공생관계를 이어온 포항지역 인사들에게 대놓고 줄을 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와 재무파트 쪽에서 주로 일을 해온 최 회장이 포스코와 장기간 함께해온 하청업체들의 특혜를 줄이자 이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며 팽팽한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들은 차기 회장 주자들과 손잡고 CEO 흔들기를 더욱 심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신동빈 롯데그룹(앞줄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최태원 SK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윤석열 대통령 연설이 끝나자 손뼉을 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뉴시스]

포스코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역사회와의 갈등·긴장 관리를 선제적으로 하지 못한 최 회장의 소극적 스타일을 탓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임원은 "최 회장이 지역사회 인사들과 포스코 출신 OB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 되는 것을 외면하면서 문제가 꼬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전직 임원도 "회사 내 '갑'으로 통하는 재무부서와 감사실에서 주로 근무해 소위 남의 비위를 잘 맞추지 못하는 최 회장 성격이 오늘날 이러한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쓴소리했다.

포스코로선 현 정부의 '최정우 패싱'이 노골화하는 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월 UAE(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과 3월 일본 방문에 초청받지 못했다. 이달 말 있을 미국 국빈 방문단에도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의 국내외 위상을 감안할 때 이들 대규모 경제사절단에 최 회장이 잇따라 빠진 건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이 참석한 경제인 신년회에도 최 회장은 참석하지 못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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