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의혹'에 비상 걸린 민주…"총선 악재" 우려 번져

허범구 기자 / 2023-04-13 10:35:46
2021년 전대때 의원 10명에 300만원씩 살포 정황
윤관석·이성만 등 '이정근 리스트' …"다음 누구"
이재명 "檢, 진술 통해 진실 왜곡…장기는 압색"
與 "민주, 이정근 게이트 열렸다"…의혹 수사 촉구
더불어민주당이 비상이다. '돈봉투 의혹'이 심상치 않아서다. 연루 의원 숫자가 현재로선 가늠키 어렵다. 그만큼 의혹의 불길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22대 총선이 1년 남았다. 대형 악재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3일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당은 그간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로 고전해왔다. 계파갈등이 깊어졌고 이 대표 거취가 불안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직 개편 등을 통해 고비를 넘겼다. 당 지지율이 오르고 총선 전망도 나아졌다. 흐름이 좋았는데 '이정근 리스크'가 터진 셈이다.

▲ 검찰 수사관들이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전날 1심에서 10억원대 금품 수수 혐의로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지난 2021년 5월 민주당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강래구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에게서 6000만원을 받아 윤관석 의원 등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전대에서 특정후보의 당선을 위해 9000만원 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마련하고 전달·수수한 혐의(정당법, 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검찰은 윤 의원과 이성만 의원이 6000만원을 동료 의원 10명에게 나눠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의원 1명당 300만원의 돈 봉투가 두 차례 전달된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대의원들에겐 50만원씩 전달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전날 윤·이 의원 사무실·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외 소위 '이정근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언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의원 이름이 잇달아 나오면 민주당은 '돈추문'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이씨 수사 과정에서 돈이 오간 정황을 뒷받침하는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습관적으로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이씨 휴대전화에선 3만개가 넘는 녹음파일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강 협회장이 이씨에게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한 통화 녹음이 들어 있었다.

인천이 지역구인 윤·이 의원과 이씨는 모두 2021년 전대 때 송영길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도왔다. 검찰 수사가 송 전 대표에게로도 확대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의 압색 대상엔 송 전 대표 보좌관도 포함됐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2021년 5월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당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뉴시스]

이재명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객관적 진실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 객관적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검찰이) 잘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정부의 장기가 압수수색인데 이런 점들을 한번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또 내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국면전환을 위한 검찰의 정치기획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야당 탄압 기획수사"라며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돈봉투 의혹을 단정짓기보다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기류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본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좀 더 진행 과정의 추이를 좀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곶감 빼먹듯이 검찰 수사를 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우상호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대미 도·감청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로 급하게 꺼내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근 검찰에서 충격적인 사건들을 꺼낼 때 보면 항상 이 정권에 불리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사건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녹음 내용에서 민주당의 간부들이 '돈 봉투 10개를, 5개가 부족하니까 채워야지' 등 구체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면 합리적 의심은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검찰 수사가 의원들로 확대될 경우 "(민주당은) 굉장히 곤혹스러워질 것"이라면서도 "증거에 의거해 제대로 수사를 해야지 정치적 목적으로, 야당 탄압의 방법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당안팎에선 민주당이 엄정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다. 그간 불법 자금 수수와 관련해 많은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사실로 밝혀진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돈봉투 의혹'도 당사자 말만 믿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당이 '방탄용'으로 또 가면 총선에 치명적인 민심 이반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정근 게이트 열렸다"며 대야 공세의 고삐를 조였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송영길 전 대표도 자신의 당선을 위해 돈 봉투가 오고 간 사실을 모를 수 없다"며 "민주당의 이정근 게이트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회 최고 권력을 가진 민주당이 비리 혐의가 나올 때마다 탄압이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자처하고 핏대를 세워본들 국민적 의혹은 더 커져만 간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한두 사람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당 대선주자는 물론 당대표, 사무총장, 핵심 당직자와 국회의원이 수두룩 얽혀있는 부패 게이트"라며 "이재명 대표를 민주당이 감싸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아니었나 싶다"고 꼬집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누구에게 돈 봉투가 건네졌는지 한 명도 빠뜨리지 말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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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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