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위해 빌린 돈, 주가 떨어지면 반대매매 우려
주주권익 침해 이력 때문에 국민연금도 비우호적 '엎친데 덮친격'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기업이 있다. 한국타이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규모 화재가 일어났고 앞서 총수인 조현범 회장이 구속됐고 노사갈등은 작년 이후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매듭지어질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조기에 정상화되지 못한다면 조현범 회장의 지배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타이어 3대 악재
① 대전공장 화재
지난 10일 밤 일어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는 사흘이나 계속됐다. 이 불로 20만 개가 넘는 타이어가 불에 탔고 작업자 10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소방대원 1명도 진화 도중 다치는 인명피해도 있었다.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등 4개 보험사에 1조7000억 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대전공장은 한국타이어 전체 생산량의 20%를 담당하는 주요시설이다. 하루 4만5000개의 타이어를 생산해 그 가운데 65%는 수출하고 35%는 내수용으로 국내완성차 업계에 공급한다. 언제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서는 가늠할 수 없다. 생산 차질이 장기화한다면 해외업체와의 계약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② 총수 구속
조현범 회장은 지난 9일 구속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벌 총수로는 첫 구속 사례다. 조 회장의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현대자동차의 협력사인 지인의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열사인 한국프리전시웍스의 자금 100억여 원을 빌려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번째는 회삿돈으로 개인의 집수리에 사용하거나 고가의 외제차를 구입한 혐의다. 세 번째는 한국프리전시웍스의 제품을 한국타이어가 비싸게 사줘서 이익을 몰아줬고 이렇게 생긴 이익을 배당금으로 조 회장이 챙겼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조 회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1월에도 납품 대가로 하청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재판을 거쳐 2020년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니까 3년 4개월 만에 또 구속된 것이다.
문제는 오너 부재 상태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런 대형 돌발 악재는 총수가 직접 나서야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복구 시간을 줄이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전문 경영인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③ 노사갈등
한국타이어는 원래 수십 년 동안 노사갈등이 없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2021년부터 노사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고 작년에는 제1노조가 한국노총 소속에서 민주노총 소속으로 바뀌면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임금·단체 협상은 아직도 타결되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습적으로 작업을 중단하는 게릴라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경영권 다툼 재연 소지도 안고 있어
한국타이어는 2020년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이 자신의 가지고 있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모두 차남인 조현범 회장에게 매각한 것이다.
매각대금은 2400억 원이었고 조현범 회장은 이 가운데 1900억 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담보대출로 충당했다. 이에 따른 이자가 매년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거나 주가가 떨어져 담보비율이 하락하면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 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런데 당시 승계 과정에서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기를 들면서 형제간에 싸움이 일어났다. 조 이사장은 아버지 조 명예회장의 정신상태를 문제 삼아 성년 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2021년 정기인사에서 조현범 회장이 회장직에 올랐고 성년후견심판 개시 청구는 지난해 4월 기각되면서 형제간의 싸움은 겉으로는 일단락됐다.
현재 조현범 회장의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지분을 합쳐 42.9%다. 나머지 3형제의 지분 합계인 30.97%보다 많다. 그러나 만약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하게 된다면 계속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국민연금 개입도 변수
국민연금의 존재도 조현범 회장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조현범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한국타이어의 지분을 7.87%에서 8.02%로,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은 5%에서 6.01%로 늘렸다. 그러면서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지배구조나 이사 해임 등에 관여할 수 있는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조현범 회장이 2019년 구속된 것과 관련해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을 이유로 조 회장의 한국타이어 사내이사 선임 안에 반대표를 던진 전력이 있다. 앞으로 또 주총에서 표 대결이 생길 경우 국민연금은 결코 조현범 회장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재판을 앞두고 있는 조 회장으로서는 실형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부담에 더해 그룹 총수직도 내려놓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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