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모리·애경·동국제약과는 소송전 '패소'
타투 프린터, 국내 스타트업과 기술 공방
中시장 침체, 美 시장 인수 효과 신통찮아 뷰티업계 1위를 자부하는 LG생활건강이 부진한 실적 속에 동종업계의 다른 기업과 물고 물리는 소송전에 휩싸여 있다. 중국 시장이 침체에 빠진 데다가 큰돈을 들인 미국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법적 다툼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생건의 한방 브랜드, 아모레 설화수 베꼈다는 논란 점화
한방 브랜드 화장품으로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LG생건은 수려한이 있다. 설화수에 비해 수려한은 출발은 늦었지만, 배우 수애를 비롯한 빅모델을 앞세워 설화수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 한방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지난달 수려한의 리뉴얼 제품이 출시되자 제품의 콘셉트가 설화수의 자음생 라인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품 용기 모양과 황토색을 채택한 디자인이 너무 유사하다는 지적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생건 측에서는 정면으로 봤을 때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화장품의 뚜껑이 설화수는 원형이고 수려한은 타원형이고 용기의 색깔도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의 입장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설화수와 유사한 콘셉트나 디자인 제품들이 적지 않다면서 LG생건 제품의 유사성 정도를 판단해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의 설명이다.
LG생건, 토니모리와 성분 표시 방법 두고 소송했다가 패소
토리모리는 2019년 리커버 크림을 출시하면서 용기에 막대 그래프를 이용해 성분을 표시했다. 그러자 LG생건은 자사 제품 빌리프가 유효성분을 막대 그래프로 표시하는 것을 베꼈다면서 부정경쟁 행위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달 24일 LG생건의 패소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LG생건의 빌리프 제품이 국내에 널리 인식됐다고 보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토리모리의 리커버 크림 표장을 빌리프 제품과 혼동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애경·동국제약과도 소송전
LG생건은 2018년에는 애경과 소송전을 벌였다. 애경이 2018년 출시한 '2080 펌핑 치약'을 문제 삼은 것이다. LG생건은 짜는 방식이 아니라 주방세제처럼 눌러서 치약을 사용하는 '페리오 펌핑' 치약을 2013년 출시해 5년 만에 1500만 개가 팔리는 인기를 끌자 애경이 이를 모방했다면서 치약 상표에서 '펌핑'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펌핑'은 기능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라며 독점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애경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LG생건은 패소했다.
또 같은 해인 2018년 LG생건은 헤어린스와 마스크팩 제품에 '프리마데카', '마데카케어' 등의 상표를 등록했다가 동국제약으로부터 피소됐다. 동국제약이 무효심판을 제기해 2021년 2월 1심에서 승리했다. LG생건은 이에 불복해 특허법원으로 끌고 갔지만, 소송을 자진 취하해 1심 결정이 확정됐다.
LG생건, 스타트업과도 기술 베끼기 공방
LG생건은 최근 타투 프린터 기술을 두고 베끼기 공방이 벌어졌다. LG생건은 지난달 세계 이동통신 박람회인 MWC에서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공개했다. 그런데 국내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가 이 제품이 자사의 타투 프린터 '프링크' 등을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프링커코리아 측은 2019년 LG생건이 협업을 제안해 양측이 제품공급, 협업을 위한 비밀유지계약(NDA)까지 체결했고 2020년에는 LG생건이 프링커 제품을 구매해 서비스·기기 등록을 했다면서 콘셉트를 모방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생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19년 전달받은 자료는 제품 가격표와 제품 정보, 브로슈어 등 외부 배포용 홍보자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NDA 체결 이후 양사 간에 전화 통화나 이메일, 미팅 등 상호 교류가 없었으며 기술자료도 제공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타투 프린터 개념은 1999년 미국에서 HP가 등록한 특허에 공개돼 있고 이 특허권마저 소멸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조사가 진행돼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기업의 기술 탈취를 방지하는 것을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 이번 윤석열 정부의 방침이어서 논란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침체, 미국은 인수합병 효과 감감무소식
국내 1위 뷰티업체인 LG생건은 주력 시장인 중국 시장의 침체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7조185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1.2% 줄어들어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무려 44.9%가 감소한 7111억 원으로 반토막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주가는 2021년 178만 원을 기록하며 황제주 대접을 받았지만, 이제는 60만 원 수준에서 헤매고 있다.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매출이 23.3% 늘었다며 위안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높은 성장세라고 하지만 미국 시장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도 채 안 된다는 점은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특히 2019년 미국에서 1450억 원에 인수한 뉴에이본은 작년에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금을 들인 인수합병의 효과가 3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인 상황이다.
중소·스타트업의 화장품 진출로 경쟁 격화, 상표권 분쟁 빈발
이런 상황에서 최근 화장품업계는 생산시설이 없어도 주문자 상표 방식(OEM)을 통한 위탁 생산이 일반화하고 온라인을 이용하는 유통이 늘어나면서 중소·스타트업의 시장 진출이 쉬워졌다. 이에 따라 좁은 국내 시장을 두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상표권 관리를 둘러싼 소송전이 빈발하는 것은 LG생건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 확실하다.
LG생건은 18년 동안 CEO를 맡아온 차석용 부회장이 물러나고 이정애 사장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당장은 실적 호전이 급선무로 보이지만 중국 시장 회복과 같은 외부 환경 변화 없이는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물고 물리는 소송전은 결국 1위 업체에 불리하다는 속설을 생각하면 새로운 경영진에게는 큰 숙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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