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이스트, 직업코드 '42299'를 아십니까"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 2023-03-08 22:06:22
관련 종사자 25만에 시술경험자 1300만 "문화 혹은 패션"
1992년 대법 판례 '의료법 위반' 결정 이후 여전히 '불법'
타투이스트 도이 "타투는 예술의 한분야, 합법화 길 열려야"
'42299'는 고용노동부가 2015년 '타투이스트'를 미래유망 신직업의 하나로 선정하며 매긴 공식 직업코드다. 하지만 국내에서 '타투 행위'는 여전히 불법이다. 애초 타투가 조폭들이 자기들의 위용을 과시하려 용이나 호랑이를 새기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국내에 처음 알려진 데다 1992년 대법원이 타투 행위를 '의료법 위반'으로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문화계엔 타투가 하나의 장르로 성장하고 있다. 이미 수백만 국민이 타투를 몸에 새기고 있고 수천의 관련 종사자가 활동하는 게 현실이다. 타투를 이유로 군 입대를 제한하던 규정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달 자신의 팔에 42299를 새기고 타투 합법화에 나선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타투 불법 국가"라며 관련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합법화를 위한 다양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UPI뉴스는 7일 민주노총 산하 타투유니온 지회장을 지내며 '타투 합법화'를 위해 동분서주해온 유명 타투이스트 '도이'를 만나 관련 쟁점을 들어봤다.

▲ 타투이스트 도이 [심석진]

"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자연스레 시각디자이너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하지만 실력과 자부심에 걸맞은 대우나 처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뿔났죠. 능력에 걸맞은 일을 찾다 결국 만난 것이 타투였어요."

도이는 우선 자신이 타투이스트가 된 과정을 통해 타투업계를 실태를 알렸다.

미술을 전공한 그는 몇 달 스튜디오를 어슬렁거리며 약간의 이론과 관련 기계 사용법을 익힌 2007년 스스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엔 자신을 알리는 방법을 몰라 싸이월드나 네이버 블로그에 도안을 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타투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법률적 문제로 고심에 빠졌다. "상당수가 타투를 조폭 문화쯤으로 여겼어요. 실제 작업실을 찾는 이들도 거칠고 난폭한 손님들이 많았죠. 이런 상황이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가족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난감했죠."

타투를 계속 하려면 발상 전환이 필요했다. '내가 손님을 선택할 수 있다면, 큐티하고 작고 세밀한 타투. 여성이라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예술적인 거라면?'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손님을 한 달에 한 명 정도만 받으며 생각을 구체화했다. 도이는 "지금도 음란, 혐오, 반종교 등과 관련한 타투는 도안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작은 성공이 연거푸 찾아왔다. 문하생과 수입이 늘며 업계에 제법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잡은 '타투=불법'이라는 인식이 늘 그를 움츠러들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타투 합법화'를 위한 전사로 나서게 됐다. 주변 작업자의 자살 소식에 각성한 것이다. "사실 매년 1, 2명씩 타투로 고발돼 고통받다 자살하는 타투이스트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남 일이라며 애써 외면해왔지만 가까운 작업자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니 도저히 이래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는 해법으로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법 개정을 위해선 단일대오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발품을 팔아 그는 2022년 600여 타투이스트과 함께 민주노총 산하에 '타투유니온지회'을 출범할 수 있었다. 그는 1기 지회장을 맡아 여러 현장을 누볐고 현재는 사무장을 맡아 관련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잠시 이야기를 멈춘 그는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한 1992년 대법원 판례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의료법에 의료 행위의 범위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대법원이 타투 행위를 의료법 위반라고 결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죠. 당시 대법원의 결정은 그 이전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례를 답습한 거라고 생각돼요. 재미있는 점은 2020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타투는 의료가 아니라 예술행위다'라며 타투이스트의 활동을 합법화했죠. 또 일본 의대들이 타투 관련학과를 개설했거나 할 계획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냈죠. 미국의 예도 주목할 만해요. 줄리아니 뉴욕 시장은 1997년 타투를 합법화하며 '타투 시술로 병을 얻은 사람이 없다'며 반대 측의 의견을 반박했죠."

도이의 목소리 톤은 점점 높아졌다. "우리 현실도 같아요. 국내 어떤 의과대학에서 타투와 관련해 학과를 개설했거나 개설 중이거나 개설할 계획이 있나요? 타투 기술의 99%는 일본의 판례처럼 미술 영역에 해당해요. 국내에서 타투를 받고 의학적인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있나요? 쟁점은 상당수 국민이 이미 타투를 받고 있지만 법률적으론 작업자만 처벌하고 있죠. 말하자면 타투가 보편화됐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우리 법률은 타투이스트를 '잠정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죠."

"직업코드 42299뿐만 아니라 국세청도 타투이스트를 위한 '문신업' 코드를 생성했죠. 환경부는 타투이스트들이 사용하는 잉크와 관련한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안전 승인 마크죠. 현실을 반영한 조처라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모르겠어요."

▲ 다양한 타투. 도이는 "우리나라 손님들은 크든 작든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몸에 그려 넣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심석진]

열기를 가라앉히려 산업 혹은 예술 측면에서의 한국 타투의 경쟁력을 물었다.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저처럼 미술 전공자가 많아요.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엄혹한 미술 입시를 겪은 이들이 대다수죠. 세계 어떤 타투이스트들보다 기술에서 앞서는 이유예요. 스마트한 클라이언트도 장점이죠. 외국 타투업계의 손님들은 올드스쿨, 치카노 등 소위 몇 가지 유명한 장르를 선택해서 몸에 새겨요. 하지만 한국인들은 아예 달라요. 그것이 크든 작든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자기 몸에 그려 넣는 걸 좋아하죠, 캐릭터 같은. 이런 모습에 외국 손님은 신기하다는 말까지 해요. 우리 20~30대는 아예 타투 거부감도 없어요. 어린 시절부터 외국 영화나 방송을 통해 유명인들의 타투을 보고 자랐으니 그저 문화 혹은 패션쯤으로 여기죠. 사실 대다수 중장년층 남녀 상당수가 '눈썹문신'을 하고 있으니 타투가 얼마나 보편화됐는지 알 만하죠."

그는 K-Tatoo라든가 하는 거창한 미래나 꿈은 말하지 않았다. 다만 타투에 대한 법조계 인식이 바뀔 수 있다면 더 뛰어난 타투이스트들이 양지로 나와 더 넓은 보폭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이는 "현재 국내 법원엔 타투와 관련한 '의료법 위반' 관련 소송이 여러 건 계류 중"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둔 '두피 관련 사건'은 향후 타투 합법화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한다.

2021년 한국타투협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타투 및 반영구 시술 종사자는 약 25만 명. 이들에게 시술을 받은 사람은 약 1300만 명. 시장규모는 총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제이슨 임 / 문화부 아트전문기자

안녕하세요.아트전문기자 제이슨임입니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