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금고지기'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 귀국 번복 배경 파악 분주
김 전 회장은 태국 공항서 신병 확보 뒤 비행기서 긴급체포 예정 지난 10일 태국 빠툼타니 소재 골프장에서 검거돼 오는 17일 한국 송환 예정인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함께 귀국하기로 했던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가 갑자기 송환을 거부, 검찰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해외로 도피했다가 같은해 12월 초 검거돼 현재 태국 파타야 구치소에 수감 중인 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 모 씨가 지난 13일 갑자기 귀국 의사를 철회하고 재판을 재개하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5월 24일 해외 도피에 나서 캄보디아에서 머물던 김 씨는 김 전 회장이 지난해 11월 "자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며 이른바 '딜'을 요구했다는 소식에 태국으로 입국했다가 불법체류자로 현지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김 씨는 검거 당시 강제 송환을 거부하며 송환 거부 소송을 냈다가 김 전 회장이 검거됐다는 소식에 '자진 귀국' 의사를 밝혔으나 갑자기 이를 철회한 것이다.
그는 김 전 회장의 처남이자 쌍방울그룹 자금 전반을 관리하는 '금고지기'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의 개인 자금까지 관리할 정도여서 검찰은 김 씨를 쌍방울 그룹의 각종 비위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파악하고 있다.
그런 김 씨가 갑자기 귀국 의사를 철회하고 나서자 검찰은 배후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태국 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할 경우 길게는 송환까지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어서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입을 여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해 수원지검 수사관으로부터 쌍방울 비리 관련 수사기밀을 입수한 뒤 지난해 5월 24일 해외 도피에 나섰고 1주일 뒤인 31일 김 전 회장도 쌍방울 전 부회장 방모 씨와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했다가 태국으로 도피했다.
김 전 회장이 받는 쌍방울그룹 관련 비리 의혹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외환거래법 위반 등이다.
2018~2019년 계열사 등의 임직원 수십명을 동원해 640만 달러(한화 약 72억 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건넸다는 대북송금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송금 등 쌍방울 그룹의 각종 비리 의혹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전환사채(CB)와 연관된 자금흐름이다. 쌍방울그룹은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100억 원씩 CB를 발행했다.
CB는 약정한 일정 기간이 흐른 뒤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사채를 말하는 데, 2021년 10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이 당시 이재명 대선경선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며 세간에 회자됐다.
깨시민당은 당시 "이재명 후보의 변호인이 수임료 명목으로 3억 원과 3년 후에 팔 수 있는 상장사 주식 20억 원 상당을 받았다"고 밝히며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3년 후에 팔 수 있다고 밝힌 그 주식이 바로 CB다. 깨시민은 이를 발행한 해당 상장사가 바로 쌍방울그룹이라고도 했다.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맞닿아 있으면서 쌍방울그룹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CB가 2018년 11월 발행한 100억 원 짜리다. 이 CB를 설립한 지 2개월밖에 안된 페이퍼컴퍼니 '착한이인베스트'가 전량 사들였는데, 이 페이퍼컴퍼니의 최대 주주가 바로 당시 쌍방울그룹 회장 김성태 씨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20년 2월부터 쌍방울그룹의 100억 원어치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 다음 순차적으로 매각해 10억 원의 차익을 남기기까지 했고, 착한이인베스트는 대표이사 A 씨에게 단기 대여금으로 약 70억 원에 육박하는 돈을 지급했는데, 이 돈의 행방이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 그룹이 발행한 CB를 쌍방울 그룹 회장이 최대 주주인 최대 주주로 있는 페이퍼컴퍼니가 전량 인수해 매각하는 내부거래 형태의 이상한 돈 흐름 때문에 금융정보분석원(FIU)도 CB 발행과 관련한 쌍방울의 '수상한 자금 거래' 내역을 인지, 지난해 2월 검찰에 통보했고 현재 옛 특수부에 해당되는 수원지검 형사6부가 배당받아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착한이인베스트와 관련해 이때 발생한 비리 의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과 대북 송금, 대양금속 인수합병(M&A),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박영수 전 특검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업자 이기성 씨에게 109억 원 전달(자금세탁 의혹) 등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해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회사가 KH E&T이다. KH E&T는 상장회사 대양금속을 M&A(인수합병)한 컨소시엄 가운데 하나로, 쌍방울의 페이퍼컴퍼니이자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되는 착한이인베스트에 20억 원을 대여해준 곳이다.
빌려준 시기도 김만배 씨가 이기성 씨에게 109억 원을 송금한 2019년 4월로 밝혀지면서, 쌍방울이 발행한 CB의 자금흐름이 이재명 대표 관련된 갖가지 의혹과 그물망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김 전 회장과 재경총괄본부잠 김 씨, 김 전 회장과 함께 태국에서 검거된 양선길 쌍방울 현 회장은 수사를 담당하던 수원지검에서 수사자료를 빼내오다 이 CB 흐름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지난해 5월 모두 증거 인멸을 지시한 뒤 해외로 도피했다.
김 전 회장의 신병 확보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업계와 지방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검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수사관을 태국으로 보내 김 전 회장과 함께 체포된 양 회장의 신병을 태국 공항에서부터 확보하기로 했다. 이후 비행기에서 긴급 체포해 인천공항 도착 즉시 수원지검으로 이송한 뒤, 정식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각종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의 처남이자 금고지기인 김 씨가 송환을 거부하면서 과연 검찰이 원하는 이 판도라 상자가 제대로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은 1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변호사비 대납과 이재명 대표 만남에 대해 강력 부인했다. 이 대표도 "저는 김성태라는 사람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면서 "그 분이 왜 제 변호사비를 내나, 받은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KPI뉴스 / 김영석 기자 lovetup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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