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잭슨홀 미팅 이후,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UPI뉴스 / 2022-09-05 11:34:41
경제상황, 복합적 도전과 높은 인플레에 직면한 대변동기
과다확신의 오류 경계하고 커뮤니케이션의 진화 필요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동반자 관계로서 파트너십 형성
이해·배려·존중 맥락에서 '포워드 가이던스' 재조명해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8월 26일 잭슨홀 미팅 발언이 세계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9월 이후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세계가 이 연례 경제모임에 귀를 곤두세웠던 터라 미국 중앙은행 총재의 예상을 뛰어넘는 한쪽 방향으로 쏠린 강력한 긴축 메시지에 금융시장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파월 의장의 금번 발언은 1년 전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일시적일 뿐이라고 단언했던 본인의 발언과도 확실한 대척점을 보인 가운데 폴 볼커 미 연준 의장의 '경기침체도 감수하는 인플레이션 파이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뭐든지 하겠다'(whatever it takes) 등의 메시지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단정적 시그널로 받아들여지는 일련의 메시지 또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의 통화정책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몬태규 노먼 경의 모토는 '설명하지도 사과하지도 말라'였다. 1987년 미국 언론인 윌리엄 그라이더가 연방준비제도를 심층 분석한 책의 제목이 '사원(寺院)의 비밀'(Secrets of the Temple)이었다. 중앙은행이 외부에 감춰진 존재라는 함축적 표현이었다. 금융시장에서 인기가 높았던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모호한 화법으로 특히 유명했다. '내 말이 분명하게 이해되었다면 그것은 나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린스펀 의장으로 인해 건설적 모호성(constructive ambiguity)이라는 전문용어까지 만들어졌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명시적으로 시그널을 전달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즉 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라고 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도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1990년대 이후 금융 자유화와 혁신의 진전으로 금융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점차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은 선도자-추종자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로서 파트너십을 형성하게 된다. 파트너십 관계에서는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상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고 서로간의 정보 비대칭이 축소되어야 한다. 그래서 투명성이 중시되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앙은행이 자신의 정책방향을 공개하는 투명성의 가장 높은 단계라고도 할 수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까지 오게 된 것이다.

지난 20여년의 경제 상황이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등의 시대로 표현되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였다 한다면 작금의 제반 여건은 과거와 크게 대비되고 있는 대변동기(great volatility)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geopolitical) 리스크와 세계화의 일부 후퇴(deglobalization) 조짐 등 복합적인 도전과 위기에 둘러싸인 가운데 공급요인 등이 혼재되어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대변동기의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해야 할까.

먼저 과다확신 오류(hubris bias)를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정책 결정자가 알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알기 쉽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아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필요한 덕목은 과다확신보다는 겸손(humility)이다. 과감한 행동이 가져온 과거의 성공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의 교훈도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정책이 의도한 대로 형성하려고 하는 전략이다. 중앙은행이 미래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과 합리적 확신을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매우 투명하게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인 것이다. 과다확신에 의한 과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위험성은 늘 경계해야 한다.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이라는 저서에서 파트너십 관계의 핵심요소는 서로의 심리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과 금융시장간의 파트너십 관계를 전제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중앙은행과 금융시장이 동반자로서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현대 금융시장에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는 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위기 때일수록 좋은 파트너십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서로의 미세한 심리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해지게 된다. 그래서 겸손이 필요한 대변동기의 파트너십 형성에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전략도 재조명되어야 할 당위성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생물체이듯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도 진화하는 전략으로 부단히 발전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서로의 심리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존중이라는 맥락에서 대변동기의 포워드 가이던스 전략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의 사회심리학적 어프로치가 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이는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긴요하다.

다시 1년 후 잭슨홀 미팅에서 금년 8월 잭슨홀 발언을 돌아볼 때 즈음에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이 한층 진화해 있고 정책의 성공도 이루고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美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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