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간요금제' 두고 사업자는 '속앓이' 소비자는 '불만'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2-07-12 17:08:42
8월 출시 가시화했으나 사업자·소비자 모두 불만
통신사는 수익악화 고민, 소비자는 "생색내기일 뿐"
통신사업자들의 5G 중간요금제 출시가 가시화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11일 간담회에서 새로운 요금제 출시에 합의하면서 말만 무성하던 통신 요금제 개편이 시작됐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당일 정부에 5G 중간요금제 출시 관련 신고서를 제출했다. 정부가 이달 중으로 신고서를 수리하면 8월 초 새로운 요금제가 선보인다. 구현모 KT 대표는 '8월 초',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8월 중'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언급했다.

새로운 요금제는 월 5만9000원 기본료에 24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전망이 순탄치 않다. 통신사들은 걱정, 소비자들은 불만이다. 

통신사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신 요금을 낮춰왔는데 이번에도 수익 감소가 고민이고 소비자들은 '요금제가 다양하지도 않고 여전히 비싸서' 불만이다.

▲SK텔레콤 서울 사옥인 SK T타워 전경. [김윤경 기자]

정권 바뀔 때마다 요금 인하…사업자들은 매출 감소 호소

2000년 이후 통신사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금인하 압박을 받아왔다. 국민과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 민생 안정에 기여한다는 게 정치권의 명분이었다.

2000년 김대중 정부는 1만8000원이던 기본료를 1만6000원으로 낮췄고 2002년에는 1만5000까지 인하했다.10초당 26원이었던 통화료도 21원으로 내렸다.

다음 정권인 노무현 정부는 2006년 발신번호표시(CID) 요금을 무료화하고 무선인터넷 요금을 30% 낮췄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10초마다 부과되던 과금체계를 1초 단위로 바꿨다. 2011년 9월에는 통신요금의 기본료 1000원을 일괄 인하하라고 통신사들을 압박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이동전화 가입비를 아예 폐지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시행했고 2015년에는 지원금을 원하지 않는 가입자에게 요금할인율 20% 적용을 시행했다.

문재인 정부도 가계통신비 절감을 이유로 2017년 20%였던 요금할인율을 25%로 높였다.

2022년 정권이 바뀌며 윤석열 정부도 새로운 요금제를 요구했고 그 결과물인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통신3사 CEO들이 11일 첫 간담회에서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합의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이 장관, 구현모 KT,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통신 요금을 인하한 것은 국민들에겐 좋은 혜택이었지만 통신사업자들에겐 '생살이 뜯기는 손실'이었다. 통신사들은 지속적인 통신요금 인하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만6000원~3만8000원이었던 가입자당 매출은 2021년 3만원~3만1000원 대로 떨어졌다. 올해는 그보다 더 낮아져서 1분기 기준 통신 3사의 ARPU는 KT 3만2308원, SK텔레콤 3만401원, LG유플러스 2만9634원이다.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비롯, 정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통신 사업자들은 드러내놓고 반박도 못한 채 한숨만 쉬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 적자와 2만원대 ARPU를 기록했던 LG유플러스는 중간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재무적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통신사들의 2분기 실적이 주춤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으며 중간요금제 출시 후 매출 전망도 '빨간불'이라고 관측한다. 올 연말 목표치 달성도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 단말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가입자를 유치하려면 지원금도 계속 지출해야 하는데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정치권·소비자 "24GB는 소비자 우롱이자 생색내기"

통신사업자들의 하소연에도 정치권과 소비자는 냉정하다. 정치권은 "통신사들이 조단위 흑자를 내면서 통신요금 인하가 힘들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호통을 친다.

여전히 요금제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 여당은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가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월 사용량 24GB를 중간요금제 대상으로 한다. 그러면 또 어쩔 수 없이 평균 사용량(27GB)을 쓰는 사람들은 그 이상의 고가요금제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5G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은 월평균 27GB 정도다. 통신사가 10GB와 100GB, 무제한을 기준으로 요금제를 나눈 상황에서 24GB를 기준으로 한 요금제가 나와도 월 사용량 27GB인 소비자는 100GB 이상 상품에 어쩔 수 없이 가입해야 한다는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통신사업자들의 5G 요금제. [과학기술·ICT 정책 동향 캡처]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가 10GB 초과 24GB 이하 구간의 선택지를 신설했다는 점은 의미 있으나 여전히 24GB에서 100GB 사이에서는 선택권이 없다"며 '생색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용화 초기부터 5G 서비스는 고가요금제 중심으로 설계돼 소비자들이 통신비 지출을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사들의 5G 요금제는 월 1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최저 요금 상품도 월 5만 원대다. 통신 서비스 신규 가입이나 단말기 교체시 대리점들이 5G 요금제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을 고려하면 통신 요금은 '껑충' 뛰었다.

8월부터 신형 단말기도 출시…중간요금제 실효 있을까

중간요금제가 선보이는 8월 이후 통신 시장은 또 한차례 술렁일 전망이다. 요금제도 일부 재편되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4가 8월, 아이폰14는 9월 출시가 예고돼 있다.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휴대폰 교체 수요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시중 대리점에서 새 요금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시장에서 여전히 단말기 할인 조건으로 월 8만9000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면 새 요금제도 유명무실해진다.

지금까지 통신사업자들은 정교한 계산과 전략을 동원해 이동전화 요금제를 손봐왔다. 표준요금제의 기본료를 폐지했을 뿐 통신요금은 일정 조건별 할인과 묶음으로 여전히 기본료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재계의 친정부 기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통신사업자들이 대놓고 반발하지는 않는다. 물밑에서  다각도로 손실을 상쇄 방안을 모색할 뿐이다. 

중간요금제가 실질적인 요금인하가 될 지도 속단하기 이르다. SK텔레콤이 11일 제출한 요금계획신고안은 최장 15일 이내 처리 원칙에 따라 이달 중 수리여부가 결정된다. 정부가 반려하면 SK텔레콤은 수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윤경 IT전문기자

김윤경 IT전문기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