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메가박스도 1위 따라가며 손쉬운 이익 치중 가수 이문세의 '조조할인'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를 보면 영화를 조조할인으로 관람하면 500 원이 싸다는 내용이 나온다. 1996년에 발표된 곡이고 또 내용 자체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어서 언제적 영화 관람료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할인을 이용하면 영화 관람료는 커피값보다 쌌던 게 사실이다. 관람료가 6천 원이고 조조할인과 통신사 할인을 이용하면 2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2004년 주중과 주말 가격을 나눠 주중에는 7천 원, 주말에는 8천 원으로 올랐다. 이후 2013년에는 주말 기준으로 만 원을 기록하게 된다. 2018년에는 1천 원을 올리면서 좌석차등제를 실시해 프라임 좌석은 주말 관람료가 1만2천 원까지 오르게 된다.
문제는 코로나가 터지면서 빚어졌다. 2년 또는 3, 4년에 1천 원씩 올라가던 관람료가 코로나 이후 채 2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3차례 인상된 것이다. 이제 영화 관람료는 주중에 1만4천 원, 주말 1만5천 원이 됐다.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40%가 오른 것이다.
영화 관람료 인상, CGV가 앞장서고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따른다
우리나라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등장한 것은 1998년이다. CGV가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만든 CGV 강변점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 멀티플렉스 영화관 시장은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개 회사가 나눠 갖고 있다. CGV의 점유율이 50%에 육박해 시장 지배력이 가장 강하다.
그러다 보니 영화 관람료 인상은 먼저 CGV가 나서고 그 이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관람료 인상에 나서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져 왔다. 이번에도 CGV가 4월에 인상했고 롯데시네마는 지난 1일, 메가박스는 지난 4일 꼭 같은 폭으로 영화 관람료를 올렸다.
영화 관람료 인상에는 또 다른 공식이 있다.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나 관심이 높은 대작을 공개하기 직전에 인상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CGV는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을 앞두고 가격을 올렸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토르 러브앤썬더> 개봉에 앞서서 가격을 인상했다. 관객들은 오른 요금이 부담스럽지만 일단 기대했던 영화이니 볼 수밖에 없고 한 번 보고 나면 오른 요금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산업이 한둘 아니지만, 영화관은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게 사실이다. 수백 석 영화관에 관객 한두 명이 고작인 경우가 허다했고 전체 매출의 16%를 차지하던 매점 판매는 취식 금지로 파리를 날려야만 했다. CGV의 경우를 보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각종 규제로 인해서 지난 2년 동안 국내에서만 3668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람객들도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기에 관람료가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딱히 비난을 못 하는 그런 상황이다.
관람료 인상, 코로나 이전 대비 40%는 과하다
영화관의 손익분기점은 월별 관객 수 1천만 명을 기준으로 본다. 2019년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월별 관객 수가 2천만 명을 넘나드는 호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 동안에는 관객 수가 90%가 넘게 줄어드는 혹한기를 겪은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자 관객 수는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1455만 명, 6월에는 1547만 명을 기록했다. 이익을 내는 구간에 접어든 것이다. 물론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산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이전 대비 관람료를 4천 원 올린 것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
먼저 CGV 기준으로 코로나 이전에는 1년에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여기에다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무인 판매대를 늘리는 등 비용 구조를 확 낮췄다. 또 멀티플렉스 영화관 3사 모두 든든한 뒷배가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이다. 이번에 올리지 않았더라도 코로나가 다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코로나에 따른 손실을 벌충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CGV...무모한 해외 투자가 화근
이러한 무리한 인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CGV의 재무제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알 수 있다. 원인은 무리한 해외 투자에 기인한다.
CGV는 2016년에 튀르키예 (터키)의 1위 영화관 업체인 마르스 엔터를 약 8천억 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메리츠종금 증권으로부터 이자와 원금 보장 방식으로 2천9백억 원을 투자받았다. 그런데 튀르키예의 리라화가 평가 절하되면서 마르스 엔터의 가치는 천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메리츠 종금 증권에는 3천5백억 원이 넘는 돈을 갚아야만 했다.
또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도 영화관 사업을 확장했지만, 코로나 사태에다가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가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 금융권은 CGV가 영구채를 발행한다든지, 전환사채를 발행한다는 움직임을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CGV를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루머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때 CJ 그룹에서 현금을 벌어들이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CGV가 이제는 그룹 내에서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것이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도 관람료를 꼭 올려야 했나?
CGV가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었던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잘만 됐다면 CJ그룹은 물론이고 한류 확장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사업에는 언제나 운이 따르는 법. 리라화 폭락이나 코로나 사태를 어찌 예견할 수 있었겠는가. 다만 돌이켜 놓고 보면 체력에 걸맞지 않게 너무 욕심을 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도 관람료 인상에 동참했어야만 했을까? 시장의 절반을 가진 1위 업체가 관람료를 올리니 따라 올려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그동안 영화관은 3개 업체가 시장을 나눠 가지고 관람료에 관한 한 거의 담합과 다름없는 가격정책을 펼쳐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경쟁자로 등장한 마당에 이제는 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 한복판의 영화관과 지방 도시의 영화관 임차료가 같을 수 없다. 그러면 관람료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또 1시간 50분짜리 영화와 2시간 40분짜리 영화는 하루에 상영할 수 있는 횟수가 다를 수밖에 없다. 비용과 매출에서 차이가 난다면 그것 또한 관람료를 조절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1위 업체가 하는 대로 따라가면서 손쉬운 이익에만 치중한다면 언젠가는 이문세의 '조조할인' 노랫말에 나오는 '주말의 명화'라는 표현처럼 영화관이 추억 속에 남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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