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 힘 받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 글로벌 행보 가속

김윤경 IT전문기자 / 2022-06-07 16:03:56
7일 11박12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길 올라
국내 광폭 행보, 해외선 글로벌 경영 시동
잇따른 사면 건의 속 8·15특사 가능성 커
'사면론'에 힘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개월만에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글로벌 행보를 가속화한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오는 18일까지 11박 12일의 일정으로 유럽을 방문한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여 만의 해외 출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7일 서울김포공항 비즈니스 전용터미널인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기자들에게 별다른 대답 없이 출국장을 빠져 나갔다.

7일은 부친 고(故)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고 말한 '프랑크푸르트 선언' 29주년이 되는 날이자 가석방 300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길에 오르고 있다. [뉴시스]

국내서도 광폭 행보, 해외서는 글로벌 경영 시동

이재용 부회장은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시 한미반도체 동맹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31일 6년만에 호암식 시상식에 참석하는 등 5월 한 달 동안 총 7곳의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30일에는 펫 갤싱어 인텔 CEO와 만나며 삼성의 미래 비전인 반도체 사업과 글로벌 경영에 직접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번 유럽 출장에서도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비즈니스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유럽 첫 방문지는 네덜란드다. 이 곳에는 삼성의 유력 인수합병(M&A) 대상으로 거론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본사와 글로벌 반도체 노광 장비업체 ASML 본사가 있다. ASML은 초미세 공정 반도체 제작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2020년에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독일, 영국 등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과 협력사인 지멘스가 있고 영국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ARM이 있다. 이 부회장은 이들 국가를 방문하며 주요 기업들과 M&A를 위한 물 밑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까지 공식화된 것은 없다. 삼성은 이번 출장이 "5월에 발표한 450조 투자 계획이나 기업간 인수합병과 관련 있다고 확인해 주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의 일정도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

삼성은 지난달 향후 5년간 450조 원을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메모리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확대하고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재용 사면, 수순 밟나

이 부회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다른 이유는 사면이다. 미뤄왔던 경영 활동 재개도 의미 있지만 논의만 무성했던 사면이 현실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안팎의 사면 건의가 잇따르는 데다 여론도 사면 찬성쪽으로 기울어 그의 공식 행보에도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사법부가 이 부회장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며 그의 활동이 공식화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점은 사면이 '사실상 수순에 들어갔다'는 근거로도 인식된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 수행 때와 이번 출장길 모두 재판부의 허가가 뒷받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박정길)는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에 대해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2차례 불출석을 허용했다. 여론의 비판이 따가웠다면 결코 쉽지 않았을 결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2020년 1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가석방 형기는 올해 7월 29일 만료되지만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제한을 받아 경영참여는 불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되는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해외 출국은 법무부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이어지는 사면 건의, 삼성은 8·15 특사 기대

이 부회장 사면 건의는 이어지고 있다. 경제5단체가 4월 25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제출한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공개 요청했다.
 
3일에는 삼성 일가의 준법 활동을 감시하는 이찬희 제2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까지 사면을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삼성 관계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마친 뒤 "삼성의 최고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다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사면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사면이 유력시되는 시점은 8월 15일 광복절이다. 삼성도 8·15 특별 사면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현재 계류 중인 재판은 어쩔 도리가 없지만 사면이 되면 이 부회장이 '범죄자' 신분을 벗고 공식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해지지 않겠느냐"며 "8·15특사에 (이 부회장이) 꼭 포함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결정이야 대통령의 몫이다. 어느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사면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재계의 1000조 투자 발표 후 윤 대통령이 직접 '규제완화'를 언급하며 화해 분위기를 드러냈고 6·1 지방선거도 여당 승리로 끝난 터다. '큰 이변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김혜란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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