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임금피크제 "애초 취지대로" vs "개편 필요"

조성아 / 2022-05-27 16:14:59
기업 "정년 의무화 대안인 만큼 취지 맞게 시행돼야"
노동계 "현행 임금피크제는 폐지, 55세 일률 적용 문제"
비슷한 소송 이어질 경우 직무에 따라 판단 달라질 수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 : "임금피크제 폐지는 결국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60세 정년 의무화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된 만큼 그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노총) 관계자 : "현행 임금피크제는 폐지돼야 한다. 청년고용 효과도 미미할뿐더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후 경제계와 노동계가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기업에선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다른 기업들에게도 줄줄이 여파가 이어질 전망이다.

'임금피크제'란 노동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이후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임금을 일정 비율씩 줄이는 제도다. 중장년층의 임금을 낮추면서 이 비용이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유인할 것이란 취지였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2016년부터 노동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가 적용됐다. 노동자는 고용을 보장받고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한다. 기업에겐 고비용 노동자에 대한 임금 부담을 줄여주고 고용을 안정화하도록 유도한다. 

▲ 임금피크제 관련 이미지 [UPI뉴스 자료사진]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임금피크제 논란은 폭풍 속으로 들어갔다. 특히 소송을 제기했던 A 씨처럼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보장되고 있던 기업들에겐 여파가 클 전망이다. 고용 연장 등의 보상 없이 임금만 삭감됐던 A 씨와 같은 이들이 이번 판결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 씨가 다닌 전자부품연구원(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정년이 61세다. A 씨는 정년 연장 없이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다. 

재계 "기업들의 고용 유지 동력과 의지 상실"

재계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홍종선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임금피크제의 취지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 고용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것인데,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들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피크제로 임금체계의 유연성이 높아진 측면이 있는데, 이번 판결로 임금피크제의 효력이 약화된다면 기업들의 고용 유지에 대한 동력과 의지가 상실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도 "비슷한 임금 삭감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진다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 "반강제적 합의하는 경우 많다"

노동계 반응도 심상찮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줄이면서 노사 합의에 따라 업무강도나 난이도, 업무량을 조정하도록 한다. 그러나 업무의 양과 강도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일률적 적용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계가 임금피크제 폐지를 원하는 이유다.

한국노총 이지현 본부장은 "임금피크제가 노사 합의를 통해 실시됐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합의되는 분위기가 많다. 현행 임금피크제는 폐지되는 게 맞다"면서 "고령화 사회로 나아가는 만큼 55세 기준으로 적용되는 나이 규정도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근거가 된 고령자고용법 조항(4조의4)이 다른 소송에서도 A 씨의 경우처럼 동일하게 적용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근거가 된 내용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차별받았는지 여부였다.  

민승기 노무사는 "A 씨는 연구직 신분이었기에 직무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나이에 따라 업무 난이도가 크게 달라질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일반 사무직의 경우엔 A 씨가 주장한 근거가 동일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안별로 소송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다른 기업이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 효력은 사안 별로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조성아 기자 j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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