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가격 폭등,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부심…

김지우 / 2022-05-18 16:42:23
인도·우크라 아닌 미국·캐나다·호주서 수입
다수 업체 밀가루 3~4개월치 비축
밀 가격 상승 확산시 가격 인상 가능성도
햄버거번 납품가 인상 요청…버거업체는 보류
국제 밀 가격 폭등에 라면·제과·제빵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통상 식품업체들은 원부자재는 약 3개월치를 미리 확보한다. 때문에 지금 당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밀값 인상에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 세계 밀 소비의 3분의 1을 감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 인해 수출길이 막혔고, 인도는 정부가 허가한 물량을 제외한 수출을 금지시켰다. 미국에서도 가뭄으로 밀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밀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기업들은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에 빠지게 됐다.

19일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후 올해 1월 이후 현재 30%가까이 올랐다. 1월 소맥(SRW) 가격은 톤당 283.76달러였지만, 3월엔 413.87달러로 뛰었다. 5월에 들어서는 4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5월 소맥 평균가격이 299.35달러였다면 최근 가격은 469.4달러로 56.8% 증가했다.

▲ 밀, 식량, 곡물값, 곡물가격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당장 영향 없지만 비축량 3개월치 소진되면 고비 우려

라면·제과·제빵업체들은 지금 당장은 비축 재고가 있어, 밀가루 수급에 문제가 없다면서도 국제 밀 시세를 예의주시하며 해법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밀 수입처가 우크라이나나 인도가 아닌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이긴 하지만 꾸준히 밀 값이 오르면서 원가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과 제과업체 등에 밀가루와 빵을 공급하는 SPC삼립은 미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밀을 수입하고 있어 당장 영향은 없고, 밀 비축량은 3개월 정도"라며 "당장은 괜찮지만, 향후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뚜기도 당장 특별한 조치를 논의하지 않고, 대분사로부터 밀가루를 납품받기 때문에 조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산 밀을 사용하는 오리온도 경우 미국산 밀 재고 3~4개월분을 비축하고 있어 현재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가 상승분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라면과 스낵을 영위하는 농심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신동원 회장이 "미국·호주 밀을 많이 사용해 가격 압박은 없다"고 말했다.

3월 말부터 밀값이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2, 3분기 실적으로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농심 관계자는 "밀, 팜유 등 국제 시세 급등 영향이 올해 3월 말부터 확산됐기 때문에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올해 가격 인상에 원가 절감, 판관비 감축 등 허리띠 졸라매기

밀값 부담에 다른 비용을 절감 방안을 모색하는 기업들도 있다. 원가 압박을 줄이기 위해 올해 한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인상보다는 판매관리비 등을 줄여 부담을 상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이후 밀가루, 팜유 등 원자재의 급등으로 지속적인 수익 확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구조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 절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삼양제분과 SPC삼립 등으로부터 맥분을 공급받고 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줄어든 롯데제과와 크라운해태는 지난 달 제품 가격을 인상으로 밀 상승분에 대비하고 나섰다. 판매관리비 등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크라운해태 관계자는 "1분기 영업이익 감소 이유는 원재료, 인건비 등 원가 상승이 원인"이라며 "광고비, 판관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과자에는 다양한 원료가 들어가는데 밀가루 등 특정 원료가 올랐다고 제품 가격을 또 인상하진 않을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밀가루 가격 상승분이 꾸준히 누적되면서, 광고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빅맥 버거 세트가 5700원에서 5900원으로 인상된다. [맥도날드 홈페이지 캡처]


햄버거빵 수급 받는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납품가 인상되나

밀 값 상승은 햄버거번(빵), 피자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햄버거빵(번)을 협력업체로부터 수급받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버거 프랜차이즈들은 현재 납품 가격이 오르진 않았지만, 향후 조정될 경우 불필요한 비용을 긴축해야 하지만 이 또한 업계 경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햄버거빵(번)을 납품하는 SPC삼립으로부터 가격 인상 요청을 받았다. 다만 6개월 정도의 재고를 비축해 둬 해당 요청을 수용하지 않은 상황이다. 빵 납품가가 오를 경우 이를 상쇄하기 위한 일부 비용 절감이 필요하지만, 경쟁을 위해 감수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GRS 관계자는 "팬데믹 완화로 업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에 판관비 등 마케팅 경비를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현재 수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에 베이커리를 납품, 노브랜드버거·피자 등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는 향후 시장 상황 및 원재료 가격 상승폭 등을 고려해 운영 품목들의 단산·리뉴얼·가격 인상 등을 지속 검토 중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밀가루 뿐만 아니라 버터, 달걀 등 전반적인 원재료비 상승으로 상반기에 일부 품목 대상 1차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며 "스타벅스 베이커리 가격 인상 계획은 없고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검토 중"이라며 "노브랜드버거도 가격 인상이 없으며 노브랜드피자는 현재 테스트 매장으로 1곳만 운영중이라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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