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 "한국 '사드 3불' 벗어나야…중국 '승인' 필요 없어"

김당 / 2022-05-03 10:40:53
U.S. experts say Korea needs to break away from 'the 3 Unnecessities of THAAD'
빅터 차 "문재인, 중국에 흔들려…윤석열, 일관된 메시지 유지해야"
"'사드 3불' 양해는 동맹과 주권의 관점에서도 큰 실수…벗어나야"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밝힌 이른바 '사드(THAAD) 3불'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주권 문제를 중국에 승인받겠다는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비판했다. 

▲ 지난 2017년 9월 7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가 경북 성주군 초전면 사드기지에 도착해 설치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차기 윤석열 정부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미국과 적극적인 미사일 방어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일(현지시간) 미국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VOA에 "윤석열 정부는 선거 운동 기간 미사일 방어 문제는 북한의 고조되는 미사일 시험발사가 제기한 국가안보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중국의 승인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사드 추가 배치 등과 관련해 선거 운동에서 밝힌 대로 "일관된 메시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한국석좌는 "윤석열 정부가 이런 입장에서 흔들린다면 그땐 중국이 한국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것이고, 만약 확고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중국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또 "박근혜 대통령은 사드를 한국에 반입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 결정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런 흔들림이 '한국에 가혹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중국에 줬다"고 비판했다.

차 석좌는 "윤석열 당선인이 국가안보를 기반으로 이 점을 확고히 하고, 아이언돔과 추가 미사일 방어 능력, 그리고 미국·일본과 협력 등의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워싱턴은 윤석열 정부가 시민단체 시위의 대상이 된 성주의 사드 배터리 공급과 운영을 '정상화'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10일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강화'와 함께 '사드 추가 배치'를 명시한 바 있다.

또 문재인 정부가 2017년 10월 언급한 '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화'를 하지 않겠다는 중국과의 이른바 '사드 3불 약속'에 대해서도, 윤석열 당선인 측은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일 인사청문회에서 '사드 3불'에 대해선 약속과 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철회하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다"고 하면서도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선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VOA에 따르면 전직 관리 등 미국의 전문가들은 '사드 3불'이 제한한 미국과의 미사일 방어 협력 등은 한국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주권, 안보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이후 중국 베이징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들이 한국인의 출입을 거부한다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가게 유리창에 붙이고 있다. [AP 뉴시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이른바 '사드 3불' 양해는 동맹의 관점, 한국이 자신을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한국의 주권적 관점에서도 큰 실수였다"면서 "심지어 문재인 정부조차도 최근에는 이 점을 인식해 청와대도 '중국 정부와의 공식 합의'라는 주장에서 뒤로 물러났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윤석열 정부의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그런 합의는 없으며 차기 정부는 자국 방어에 대해 실용적, 기술적, 주권적 기준에 따라 탄도미사일 방어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점을 강화했다"면서 "그래야 한다"고 평가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또 "미국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조약 의무가 있다"며 "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선 한국은 기존의 미국 미사일 방어 시설이 한국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은 점증하는 위협, 특히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과 한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위협에 대해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는 '사드 3불'을 철회하는 것이 두 나라 안보에 최상의 이익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아무리 해도 미사일 방어를 '충분히' 갖출 수는 없다"며 "공격용 미사일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쉽고 그것을 막는 미사일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훨씬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문재인 정부도 '사드 3불'과 관련해 '중국과의 합의가 아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분명히 윤석열 정부가 그것이 한국의 주권과 중국의 동맹(북한)에 맞서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그러한 약속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미일 군사동맹화에 대해선 "한국의 역대 정부들이 일본과의 역사 문제 때문에 일관되게 이를 거부해왔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부분이 다른 방향으로 가는 한 영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앤드류 여 한국석좌는 VOA에 "2022년 지정학적 여건이 2017년과 같지 않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방어 필요사항에 대해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석좌는 "사드가 중국이 아닌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다만 "미국은 어느 쪽이든 한국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지만 '사드 3불'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욱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해선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국내에서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와 요격미사일인 '천궁(M-SAM)'을 사드의 '차선책'으로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 방어망들이 사드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의 미사일 방어 역량을 여전히 향상시키며 중국에는 덜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이 같은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독재정권의 경제적 보복이 두려워서 자신의 주권과 국가안보, 민주주의 원칙을 폐기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대중국 정책에서 '대등(對等)'한 관계를 강조한 것과 관련 사드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의 신정부가 일본처럼 미국에 예속되지 말고 대외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관영매체를 통해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골적으로 핵전력 사용을 위협하는 가운데 오는 21일 윤석열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만큼 대북 정책 공조 차원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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