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국가의 성공을 위한 포용적 제도, 법의 지배와 검찰

UPI뉴스 / 2022-04-19 15:24:15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가 2012년 집필한 책이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지리, 기후 조건 등이 비슷한데도 경제 및 정치적으로 성공하는 나라가 있고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고 소개하고 그 대표적인 예로 남한과 북한을 비교하고 있다. 이어 베를린 장벽 붕괴 이전의 서독과 동독, 현재의 북미와 남미, 유럽과 아프리카의 예를 들고 있다.

비슷한 자연조건하에서 이들 국가의 차이를 가져온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제도의 힘, 특히 제도의 포용성(inclusiveness) 정도가 한 나라의 성공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여기서 포용적(inclusive) 제도는 착취적(extractive) 제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유재산권의 확고한 보장과 계약제도의 발전 등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제도, 법의 지배(rule of law), 자유민주주의를 그 요소로 포함한다. 어떠한 제도를 선택하느냐가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적 열쇠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포용적 제도의 관점에서 법의 지배는 검찰을 포함한 사법시스템의 운영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다. 두말할 나위 없이 불의와 불법이 횡행하는 국가에서 경제발전과 사회번영을 이룬 사례는 인류역사상 없다. 법의 지배가 실현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경제활동의 높은 거래비용 등으로 자유시장경제의 창달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인권이 위협받고 공정과 정의가 부인됨으로써 인간다운 삶과 행복은 고사하고 사회공동체의 기반마저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성공을 이룬 나라들이 검찰을 포함한 사법시스템에 독립성을 부여하고 그에 합당한 책무를 부여해온 것은 법의 지배를 실현함에 있어 사법시스템의 역할과 역량이 중요함을 새삼 말해준다. 검찰의 독립성은 법의 지배와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instrumentalities)의 독립성이 갖춰져야 비로소 작동될 수 있다. 수단의 독립성 없이 목표의 독립성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법 집행(law enforcement)의 최종 주체로서 수단의 독립성 없이 검찰이 거대한 사회악에 맞서는 용기와 역량을 발휘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오랜 기간 쌓아온 역량이 수단의 독립성을 박탈함으로써 하루아침에 유실되는 제도변화는 궁극적으로 법의 지배를 저해하고 건국 이후 이룩해온 포용적 제도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독립적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사회악을 척결하는 데 효과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수단의 독립성을 견고히 하며 법의 지배를 실현하는 데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긴요하다.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정의와 인권이 두텁게 보장되고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다. 힘없는 국민을 불의와 불법으로부터 보호하고 정의를 적시에 달성토록 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반드시 감당해야 하는 책무이다.

법 집행의 최종적인 주체인 검찰의 전문성과 경험 및 독립성을 존중하며 법의 지배와 정의를 실현하는 검찰의 위상을 올바르게 세워나가야 할 당위성과 함께 일국의 사법시스템 설계와 운영은 국민의 삶과 행복을 견인하고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의 하나임을 직시하여야 한다.

그동안 세계사를 주도했던 나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팍스 로마나(Pax Romana), 팍스 브리타니카(Pax Britannica), 그리고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법의 지배를 포함한 포용적 제도의 힘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계속 이어질지의 여부 또한 이러한 제도의 힘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 본다.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제도를 책임지는 큰 축인 국회의 현명한 역할은 대한민국이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음을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시점이다.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제도에 대한 입법부의 올바른 인식이 중요하고 그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힘의 원천은 궁극적으로 국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검찰을 포함한 사법시스템을 바라봄에 있어서도 국민의 이익과 국민의 삶을 깊이 성찰하는 제도 인식이 늘 중요하다.

넬슨 만델라는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넘어서는 것'(Courage is not the absence of fear, but the triumph over it)이라고 했다. 불굴의 인간정신과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가 인류역사를 바로잡아 왔고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왔다. 정의를 향한 용기와 인간정신의 가치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 인류역사 발전의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많은 경우 그러한 용기와 인간정신은 동시대와 후대의 국민과 인류에게 더 성공하는 국가와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주려는 열정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도 그러한 열정이 가득하기를, 그래서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모범적인 성공하는 국가로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원해본다.

▲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

조홍균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美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UPI뉴스

UPI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