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3% 달성 발목잡나

강혜영 / 2022-02-25 15:32:56
원자재값 뛰는데, 수출감소 우려…"무역적자 장기화 가능성"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희귀품목 수급 차질 발생할 수도
증권가 "러시아, 제재 상당기간 감내할듯…금융시장 불안 지속"
25일 한국 증시는 웃었다. 미국 증시에 이어 큰 폭으로 반등했다. 코스피는 1.06%, 코스닥지수는 2.92%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증시는 오히려 환호한 모양새다.

전쟁 우려로 증시가 폭락했다면,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불확실성이 완화한 영향이다.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전쟁이 실제로 시작된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불확실성이 모두 걷힌 것은 아니다. 전쟁의 불길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전개 양상에 따라 세계 경제는 요동칠 것이다. 그 불확실성은 한국경제도 무겁게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병력 수송 장갑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AP 뉴시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러시아는 우리 수출의 약 1.6%,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특히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수입 가운데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나프타(23.4%)의 경우에는 러시아가 1위 수입국이며 원유(6.4%, 4위), 유연탄(16.3%, 2위), 천연가스(6.7%, 6위), 무연탄(40.8%, 2위), 우라늄(33.9%, 2위) 등도 순위권에 든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천연가스,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가속화하면 국내 제조기업의 수입 부담이 확대될 우려가 크다. 수입 물가 상승은 국내 물가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일부 희귀품목의 수급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김꽃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네온, 크립톤, 크세논 등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일부 희귀가스에 대해 우크라이나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네온의 우크라이나 수입 비중은 23.0%, 크립톤은 30.7%, 크세논은 17.8%로 집계됐다.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인한 수출 위축도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으로 러시아에 자동차·부품(40.6%), 철구조물(4.9%), 합성수지(4.8%)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통제하는 제재 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 기업도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게 됐다. 미국의 2014년 크림반도 제재 당시에는 한국의 대 러시아 수출액은 1년 만에 53.7% 줄었다. 특히 자동차 품목이 62.1% 급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원화보다 크게 올라 일본에 수출 경쟁력이 밀리고,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까지 받으면 우리 수출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사태로 이미 많이 오른 수입 물가가 더 오르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올해 연간 3%의 성장률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작년 12월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 1월에 이어 이달 1~20일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시장 영향, 최소 3월까지 지속될 듯"

금융시장의 경우에는 전쟁 우려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질수록 증시와 거래대금이 하락하게 된다. 이날 국내 증시가 반등해 마감했으나 향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융시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이 상당 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가하고 있지만 군사적 측면에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대만 등 또 다른 지정학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혹은 전면전 전쟁 시나리오가 어디까지 전개될지 미지수"라며 "러시아 대통령의 의지와 러시아군의 동시다발적 우크라이나 진입은 결국 우크라이나 병합 혹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 정부 수립 전까지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우크라이나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고 서방과의 마찰도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상당기간 감내할 수 있는 경제적 체력을 보유하고 있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 관할권 하에 완전 편입시키는 목적을 달성한 이후에나 미국 등 서방과 대화에 나설 여지가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위험이 임계점 또는 반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적어도 3월 중에는 이 영향 아래에 계속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금융시장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연구원은 "금융시장에서는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위험에 가장 집중하고 있지만 지난 연말 이후 금융시장을 압박하는 가장 기조적인 요인은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와 이에 대응하는 통화정책 정상화의 가속화"라며 "이 요인은 지정학적 위험의 부침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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