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컬처올림픽' 열어 세계 문화 선도적 국가로 서야"
"문화예술 예산은 정부 총예산 600조 중 7조···턱없이 부족" 이제 한류는 세계 문화의 중심이다. BTS, 블랙핑크를 위시한 K팝, K드라마, K무비, K아트 등 그 분야는 넓고 다양하다. 한국 문화계의 경이로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민간의 치열한 경쟁과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배후에서 아낌없이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도 부인할 수 없다. 황희 문체부 장관도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이어온 문체부의 지원 사업도 한몫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 배경으로 황 장관은 "다이내믹 코리아"를 꼽았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짧은 시간에 경제가 후진국에서 선진으로, 정치는 독재에서 민주로 탈바꿈하면서, 이런 단기간의 변화와 성장 속에 다양한 스펙트럼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황 장관은 "갈등의 씨앗이 문화 측면에서 다양한 소재와 역동성의 원천이 됐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황 장관은 "21세기엔 대한민국이 '문화올림픽'을 주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역할도 '지원'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황 장관은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히면서 "정부는 지원을 하지만 간섭하진 않는다는 원칙을 확고히 세웠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답습해선 안된다는 각오일 터다. 박근혜 정부시절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을 그렇게 따돌리고 보복했다.
황 장관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내 집무실에서 한 시간 가량 진행했다.
ㅡ지난해 성과를 자체 평가한다면.
"문체부가 짊어진 고질적인 여러 현안을 큰 틀에서 해결한 것이 의미 있다. 우선 사회 문제가 된 스포츠 학교폭력은 스포츠윤리센터 운영으로 사고의 예방, 피해자의 신고, 후속 조치 등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갖추고 교육부와 체육회 간의 이력도 공유할 수 있어 많은 발전이 있었다. 사회적 논란이 된 ABC 신문 부수인증제도 현실에 맞게 제도를 개선하고 예술인권리보장법을 마련해 특히 의미 있는 한해였다."
ㅡ예술인권리보장법이 특히 의미 있다는데.
"이 법은 과거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자행된 정치권의 문화 예술계에 대한 간섭이나 억압을 막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바로 세웠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ㅡ지난해엔 코로나로 문화 예술계의 타격이 컸는데.
"여행, 예술, 체육 등 우리 부가 챙겨야 하는 많은 업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어떻게든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방역 당국과 때론 언성을 높이고 싸우며 협의도 했다. 사실 피해 복구를 위한 이런 지원 활동은 끝이 없다. 팬데믹이 끝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며 그나마 관련 업계에 더 나은 지원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ㅡ이건희 뮤지엄을 두고 말이 많다. 특히 기증자 이름을 딴 국립미술관은 유례가 없고, 서울 중심적이고, 기존의 미술관·박물관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주장이 있다.
"여러 논의를 거쳐 최종 낙점된 곳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다. 논쟁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중요한 점은 기증자인 컬렉터의 철학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기존의 미술관 설립 및 운영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뮤지엄에 유물부터 근현대의 세계 주요 작품들을 한곳에 모아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쟁력이나 방식이 될 수 있다. 이 회장의 삶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차치하고 기증자로서 그의 이름 자체가 강력한 브랜드란 점도 이점이 많다."
ㅡ서울 중심적이라는 지적은 어떤가.
"부지가 서울이라는 이유도 주요 논쟁거리다. 하지만 이는 단편적인 생각이다. 기증된 수만 점 중 전시하는 2300여 점 외엔 모두 수장고에서 보관해야 한다. 뮤지엄을 짓더라도 대부분 작품은 지역의 전시관이나 박물관에 전시·보관할 수 있다. 전국을 하나의 네트워크 뮤지엄으로 엮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작품들은 전국 네트워크 전시관을 통해 순회 혹은 교차 전시할 수 있다. 또 루브르 같은 해외 유수의 박물관이나 삼성 리움 같은 국내 유명 갤러리와도 협업할 수 있어 여러모로 경쟁력이 있다. 루브르 박물관의 세계적인 명화나 삼성 리움이 소장한 로이 릭테스타인(Roy Lichtenstein)의 '행복한 눈물'도 지역 네트워크 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에 짓는 이건희뮤지엄은 하나의 중요 거점이라 보면 좋을 듯하다."
ㅡ메타버스나 NFT가 화두다.
"디지털 생태계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산업적이든 예술적이든 이제 오프라인과 디지털의 융합은 필연이다. 나는 이런 방식을 '컬쳐테크놀리지(CultureTechnology)'라 부른다. 카이스트와 한예종의 협업 시도나 국립중앙박물관의 모션 캡처의 활용도 좋은 예다. 향후 더 다양한 면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할 것이다. 물론 어떤 것이 실재인가 하는 철학적 화두도 있다. 디지털 공간인 메타버스나 작품을 디지털화하는 NFT 등은 예술의 확장이나 진보란 측면에서 수용되고 발전시켜야 한다. 문체부는 이와 관련한 R&D 지원예산을 편성해 후방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분야는 과기부, 산업부 등과 공조해야 하는 공동의 영역이다. 함께 논의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
ㅡ미술 분야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는데.
"새로운 영역의 개척도 필요하다. '민화'는 그런 대상이다. 민화는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민간에서 그려진 그림을 말한다. 사실 정확한 정의도 없다. 다만 현재 민화와 관련해 활동하는 작가들이 20만~30만 명에 달한다. 독창적인 장르로 성장시킬 토대가 있다고 본다."
ㅡ대중 음악계엔 수년간 미정산 유보금 논란이 있다.
"저작권자를 찾지 못해 지급하지 않은 저작료나 멜론 등 음원 서비스업체에서 지급하지 못한 미정산 유보금이 적지 않다. 보상금의 경우 보상금 수령 단체가 관리하고 5년이 지나면 공공비로 충당하지만, 민간 음원 서비스업체에서 서비스하는 음악 중 권리자나 그의 거소를 알지 못해 지급하지 못한 약 470억 원에 달하는 유보금은 그렇지 않다. 업체가 파산하면 공중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조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업계 경영진을 만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겠다. 해당 금원의 공익 목적 사용을 위해 저작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황 장관은 "업계 관계자를 만나 관련 문제의 실마리를 찾겠다"고 했다. UPI뉴스 인터뷰에서 처음 밝힌 내용이다.
ㅡ문체부의 지원 사업과 관련해 여러 볼멘소리가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 할당된 정부 예산은 연간 정부 총예산 약 600조 원 가운데 7조 원 가량이다. 사실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자금을 주는 방식에 있다. 정부의 모든 예산 집행이 그렇지만 예산 지원은 근거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다른 산업과 달리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앞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른 분야와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하려 한다. 지원이 아니라 투자라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국회 등과 긴밀히 소통해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
ㅡ남은 임기 중 숙제는.
"이제 코리아는 하나의 브랜드다. 농림부가 주축인 K푸드, 보건복지부의 K뷰티, 방사청의 K웨폰 등 끝도 없다. 문화 강국 도약을 위해 이런 모든 콘텐츠는 인바운드(Inbound)와 아웃바운드(Outbound)의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인바운드는 국내에 한류와 관련한 각종 페스티벌, 어워드 등을 준비하는 것이다. 국내에 유입된 해외 관광객에게 실체적이고 다양한 것들을 제공할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K팝을 찾는 관광객에게 'TV를 보면 돼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아웃바운드는 해외의 우리 문화원을 K컬처의 허브로 발전시켜 한류의 소통 창구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들은 이미 지속하고 있는 일이다. 다만 차기 정부에서도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사항을 면밀하게 준비해 인계하려 한다."
ㅡ문화올림픽을 주창했는데.
"문화 강국으로 가기 위해 우리가 세계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컬처올림픽'(CultureOlympic 또는 Culturelympic)을 제안하려 한다. 세계 200개국이 함께하는 문화올림픽은 우리의 무대가 될 수 있다. 과거 우리는 변방이었지만 이제 우리는 세계 문화의 리더로 나설 수 있다. 19세기에 프랑스의 쿠베르탱(Coubertin)이 근대 올림픽을 주창했다면 21세기엔 대한민국이 '문화올림픽'을 주창해야 한다. 우리는 그 중심에 설 수 있다."
황 장관은 자칭 '종합예술인'이다. 자기 지역구에서 '양천보이스'의 멤버로도 활동하는 꽤 실력있는 아마추어 예술인이란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마중'(On the way to you·허림 시, 윤학준 작곡)에서 나비넥타이를 매고 노래하는 모습은 이채롭다. 솔로로 나선 황 장관은 중후한 저음의 준수한 실력으로 "사랑이 너무 멀어 올 수 없다면 내가 갈게~"라고 노래한다. 남은 임기 중에도 예술계 현안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는 장관이길 바란다.
황 장관은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보수색체인 서울 양천구갑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20대, 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했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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