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군공항 이전②] 골 깊은 불신…풀어야 할 과제 '첩첩산중'

문영호 / 2021-03-03 10:28:01
화성시,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 수원시에 불신의 골 깊게 파여
반대 법률안 이어 '람사르협약' 습지 등재 추진 행동 나서
서철모 화성시장, "상처에 소금 뿌려 덧나게 해선 안 돼"
국방부가 '군공항 이전'을 국책사업이라고 표명하면서 수원 군공항 이전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했지만 성사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예비 이전 후보지인 화성과 수원시 국회의원간 '법률 개정안' 다툼에서부터 화성시민간 민민 갈등에, 예비 이전대상 후보지역 투기 열풍 등 해결해야 할 일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수원시의 이전 추진이 일방적이라며 반대해 오던 화성시가 이전 반대 '쐐기'를 박기 위해 화옹지구 갯벌에 대한 '람사르 협약' 습지 등재에 나서면서 갈등은 점입가경에 들어섰다. 등재가 성사되면 이전은 사실상 물건너 간다.

▲ 화성시가 2021년 람사르협약 습지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화옹지구 일대 [화성시 제공]

골 깊은 '불신'…화성시, "수원시가 군 공항 이전 여론 조작"

'첩첩산중'의 이면에는 수원시에 대한 화성시의 '불신'이 골 깊게 자리하고 있다.

화옹지구의 예비 이전 후보지 결정부터 법률 개정안, 통합국제공항 건설 계획에 이르기까지 당사자인 화성시는 철저히 배제한 채 힘으로만 밀어 붙이고 있다는 피해 의식이 강하다.

사실상 수원시가 군 공항 이전을 주도하며 지역 여론까지 조작하고 있다는 게 화성시의 판단이다.

군 공항 이전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느닷없이 통합국제공항을 제시하고, 여권 유력인사들을 동원해 세몰이를 하며 화성시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원 군공항 이전 논의는 2014년 수원시가 국방부에 수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국방부가 경기남부권역 1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화성시는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불참을 통보했다. 예비 이전 후보지에서 화성지역이 제외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화성시는 국방부에 "화성지역이 예비 후보지에 포함돼 이전 협의가 진행될 경우, 동·서부 주민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갈등이 유발되고, 사회적 혼란이 초래된다"고 제외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2017년 화성시 우정읍 '화옹지구' 일대를 수원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최종 발표했다. 화성시는 수원지역 거물 국회의원이자 국방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주민의 압도적 반대 의견으로 수원 군공항 이전 2017년 이후 사실상 중단

국방부의 발표 후, 화성지역 민심 또한 양분되기 시작했다.

동탄과 병점동·진안동·기배동 등 비행장 소음이 심한 동부 신도시 주민들은 찬성 의사를 표하고 나선 반면, 우정읍·장안면·향남읍·남양읍·마도면·서신면·송산면 등 기존 시가지인 서부지역 주민들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나섰다.

우정읍 매향리 미군 '쿠니' 사격장의 훈련 피해를 50년 넘게 견뎌야 했던 것도 반대의 강도를 높게 했다.

한 쪽에서는 유치결의문을 채택하고 한 쪽에서는 국방부 앞 반대농성을 벌이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2017년 3월 28일 국방부 앞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수원 전투비행장 화성시 이전 결사 반대 집회'에서 화성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제공]

동부지역 신도시 주민들의 군공항 이전 찬성 여론을 수원시가 조장하고 있다는 게 당시 화성시의 판단이었다.

실제 염태영 수원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찬반이 비등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화성지역 민심은 분노로 변했다.

화성시는 곧바로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1일까지 나흘간 주민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원 군공항 이전' 반대 77.4%, 찬성 22.6%의 결과가 나왔다며 수원시를 공개 비판했다.

전투비행장 화성이전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염 시장의 호도와 달리 실제 여론은 압도적으로 수원 군 공항 화성 이전을 반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사업은 2017년 이후 사실상 중단된 게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국제공항은 수원시와 경기도시공사가 짜고 친 여론몰이용 지적도

화성시는 느닷없이 등장한 통합국제공항 건립에 대해서도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수원 군공항이 매향리 '쿠니' 사격장을 연상시켜 여론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수원시는 수도권 탑승 수요를 근거로 군 공항에 민간 국제공항을 통합해 건설하는 안을 마련했다.

대구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던 인근 군의·의성군이 민간공항과의 통합안을 제시하자 유치에 나선 사례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문제는 이와 관련한 용역을 공항 이전지 개발에 직접 참여할 예정인 당시 경기도시공사에 맡겨 도출하게 한 것이었다.

수원시는 용역 결과를 내세우며 전 언론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여론몰이에 나섰고, 화성시는 수원시와 경기도시공사가 짜고 치는 것이라며 더욱 냉담해졌다.

화성 지역 시민단체들은 "수원시가 국제공항이 필요하면 수원시에 유치하면 되는 것이지 왜 화성시에 유치하자는 주장을 펴는 것이냐"면서 "현행법상 불가해진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을 민군통합공항으로 재포장한 꼼수"라고 분노를 표했다.

화성시 분노, 반대 법률 개정안 거쳐 람사르 등재 추진으로 표출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7월 김진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결국 화성지역의 분노를 표출시키게 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국방부 장관이 절차별 법정기한을 정해 속도를 높이고, 지역 주민이 찬성하면 대상 지자체장의 유치신청이 없더라도 군 공항을 이전할 수 있게 하자는 게 골자다. 한 마디로 화성시장이나 지역 정치인의 반대를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개정안 발의 4개월만인 지난해 11월, 같은 당 송옥주 의원은 정 반대 내용의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송 의원의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해 지역의 동의 없이는 군 공항을 이전할 수 없도록 하는 게 핵심으로, 화성 지역 민심을 그대로 표출시킨 것이라는 화성시의 평가를 받았다.

송옥주 의원으로 시작한 화성시의 분노 표출은 람사르협약 습지 등재를 추진하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다.

시는 2018년 11월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에 화성습지를 등재한 데 이어 올해는 람사르 협약 습지 등재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람사르 협약은 습지를 보호하기로 약속한 국가들 사이의 협약으로,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 후 1975년부터 발효됐다.

지난해 12월 열린 화성습지 국제심포지엄에는 닉 데이비슨 EAAFP 기술위원장(전 람사르 협약 사무국 부총장)이 참석해 화성습지 보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해 등재 가능성을 높였다.

람사르 협약에 가입되면 사실상 군 공항 이전은 어렵게 된다. 화성시는 등재를 추진할 환경재단도 설립했다.

수원시와의 갈등 원인과 불신감은 서철모 화성시장이 페이스 북에 올린 글에서 잘 나타나 있다.

서 시장은 지난달 1일 "상처를 치유할 시기에 아픈 곳에 소금을 뿌리며 덧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치유의 손길이 필요한 매향리, 화성습지에 수원 군공항이 이전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수원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이전 예정지의 적극적인 환영의사가 기본 전제"라며 수원시의 일방적 세몰이에 반대를 분명히 한 뒤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던 사안을 법률 개정안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능사가 아니며,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합리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군공항 이전을 희망하는 지역을 자연스럽게 유치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시간은 걸리더라고 서로를 존중하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문영호 기자 sonano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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