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갈래?…중국 설에 고향 가면 벌어지는 일들

조채원 / 2021-01-29 18:01:53
고향 방문 시 7일마다 핵산 검사, 14일 집중 격리
고향 안 가면 보너스, 스마트폰 데이터 등 지원책
"그래도 가겠다" vs "복잡해 못 가겠다" 반응 각각
중국 내 산발적인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지난 28일 '춘윈(春運)'이 시작됐다. 춘윈이란 중국의 설날인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연휴 전후로 약 40일 가량 이뤄지는 인구 대이동을 말한다. 올해 춘제 연휴는 2월 11일부터 17일까지이며, 춘윈은 오는 3월 8일 종료된다.
 
▲ 지난해 춘윈 첫날이었던 1월 10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선전의 동선전역에서 열차 탑승을 기다리는 귀성객들. [신화 뉴시스]

중국의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9일, 춘윈 첫날 베이징에서 타 지역으로 항공편으로 이동한 승객의 수 3만7600명으로 전년도 춘윈 첫날(1월10일) 28만3600명의 13.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춘윈 첫날 여행객이 급감한 현상은 여러 대도시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감염병의 유행 가운데 중국 당국이 대량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상황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 올해 춘윈의 연인원을 11억5200만 명, 하루평균 2880만 명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60%, 코로나19가 막 시작됐던 지난해 춘윈(1월10~218일) 때 유동인구(148000만 명)와 견줘도 20% 줄어든 수치다.

"근무지에서 설 쇠라(就地過年)" 고향 가지 말라는 중국 정부 

지난해 정부 차원에서 국내 여행을 장려하던 중추제(中秋節 중국 추석) 때와는 달리, 올해 중국 당국은 '근무지에서 설을 쇠라(就地過年)'고 독려하고 있다. 춘제 이동을 전면 통제하지는 않지만 가급적 귀향을 자제하고 고향에서도 가급적 대규모 모임을 자제하며, 귀성 시에는 방역대책을 철저히 할 것을 요구한다. 친족끼리라도 5인 이상의 모임을 엄격히 금지한 한국의 설 방역대책과 유사한 조치다.

중국 정부가 올해 춘윈에 각별히 신경 쓰는 데는 지난해 춘윈이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을 불러왔다는 지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에서는 헤이룽장(黑龍江)·지린(吉林)성 등 둥베이(东北) 지역과 베이징(北京)과 베이징 인근인 허베이(河北)성 등에서 코로나19가 다시 발생하고 있다. 

▲ 지난달 중국 베이징의 지정기관에서 한 남성이 시노팜(중국의약집단)에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AP 뉴시스]

춘윈 기간 농촌으로 귀성하는 사람들은 7일 내에 받은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를 지참해야 하고, 고향에 돌아가서도 14일 동안 최대한 바깥 출입을 자제해야 한다. 최근 '방역 구멍'으로 여겨진 농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 탓이다. 고향에 도착해서는 해당 지역 정부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 지역에 따라 매일 발열 여부 등 건강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정도부터 7일마다 핵산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 곳도 있다. 

거주지가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중국 정부는 최근 코로나가 확산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11곳의 고위험 지역과 59곳의 중위험 지역을 지난달 31일 지정했다. 고위험지역의 인원 혹은 14일 내에 고위험지역에 방문한 이는 춘윈기간 이동이 금지된다. 중위험위험지역 인원의 경우 원칙적으로 타지역 이동이 금지되지만 정부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경우 72시간 이내의 핵산검사 음성 확인서를 지참해야 한다. 도시마다 정책이 다르지만, 이들 인원의 경우 고향에 가서도 14일간의 집중격리(1인 공간에서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하는 형태의 격리)가 필수적이다.

▲ 중국 시노팜의 코로나 19 백신. 춘윈 관련 방역지침은 백신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적용된다. [AP 뉴시스]

고향을 다녀와서도 문제다. 7일 내 받았던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와 함께 돌아와야 하고 다녀와서는 14일 간의 건강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건강모니터링이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고 외출에도 제한이 없지만 매일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신고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엄격하게 출입이 관리되는 베이징의 경우 지난달 28일부터 3월 15일까지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2주 동안 건강 모니터링과 7일마다의 핵산 검사 음성 확인서를 요구한다. 
 
단 한 번의 귀성이 이렇게 번거로운 데 반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외지 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와 기업 차원의 지원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이동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소비 쿠폰을 나눠주는 한편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데이터 용량 20G를 무료로 제공하도록 했다. 상하이 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타지역 건설노동자에게 통신비 보조금 및 혜택을 제공하고, 저소득층 노동자에게는 1인당 700위안(약 12만 원)씩 지급한다. 허페이 시는 경제개발구에서 근무하는 타지역 출신 직원들에게 2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래도 가고싶다" vs "복잡해 못 가겠다"

춘제는 현실적으로 수천만 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가족을 보러 갈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이동 자제를 권장하는 것이 다소 이례적인 조치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이 "춘제 이동 제한 등 방역 조치가 효과를 거둘 경우 중국 내 지역 감염이 2주 이내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다 3월 초 베이징에서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两会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예정돼있는 만큼 중국 당국은 방역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지난해 5월 21일 열린 중국 정책자문 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신화 뉴시스]

예년과 다른 설날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글로벌타임스는 한 외지 출신의 직장인 사례를 들어 "어려움과 감염 위험에도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중국인들은 여전히 많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일하는 왕 씨는 "2월 9일 집에 갈 기차표를 예약해 놓았다. 창춘과 베이징에서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는데 가는 걸 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코로나에 감염되면 그것도 내 운명이겠거니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창춘은 최근 코로나19 지역감염 발생자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지린성의 성도다. 

엄격한 방역 지침에 대한 피로도가 커 고향 가기를 포기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설날 귀성 정책 기사 관련 댓글에서 한 누리꾼은 "굳이 고향에서 설을 보낼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고향에 가서 제대로 나다니지도 못한다. 돌아와서도 14일 동안 격리돼야 할 수도 있는데 고향 한번 가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이 됐나. 가족들을 만나더라도 내가 만약 무증상 감염자라면 괜히 폐를 끼치고 오는 것이다. 아무데도 가지 않는 게 낫겠다"고 적었다.

지역마다 다른 정책이 현장에서는 혼란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역에서의 원인도 대부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곳과 아닌 곳의 방역 정도를 구분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냐는 얘기다. 한 누리꾼은 "위험지구 여부와 상관 없이 코로나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는 방역정책을 펴는 게 나을 것 같다. 성 정부마다 정책이 다르다보니 지역사회에서는 오히려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남편이 고향에 갔는데 이곳에서도 거기서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집중격리하라고 한다더라"며 정부에 통일성 있는 대처를 주문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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