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이용구 카드' 꺼내든 文대통령, 尹 해임 수순 가나

김광호 / 2020-12-02 20:04:12
판사 출신 친여 인물 낙점해 징계위 강행 힘 실어
중징계 가능성…尹 소송 내고 버틸 경우 장기화도
문재인 대통령이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고기영 법무부 차관의 사의 소식이 전해진지 하루만에 후임을 임명했다. 매우 이례적인, '빛의 속도'의 인사다. 고위 공직자 인사는 후보 인사 검증에만 2주 이상 걸린다. 그럴 시간은 없으니, 기존 인사카드를 뒤적여 서둘러 적임자를 내정했을 것이다.

급한 인사는 동티가 난다. 이용구 신임 차관은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는 다주택자라고 한다. 이런 사실을 따지고 검토할 겨를도 없었던 모양이다. 청와대는 "매각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지만 급한 인사로 스스로 세운 인사원칙을 또 다시 어기는 모순적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전투구'로 나라가 어지럽다. 잇단 갈등 상황에서도 좀처럼 의중을 드러내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하게 법무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윤 총장 징계를 향한 의중이 느껴진다. [UPI뉴스 자료사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해 3월 26일 공개한 정기 재산변동 현황(2019년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이 신임 차관은 본인 명의의 서초래미안아파트(15억2400만 원)와 배우자 명의의 서울 도곡동 삼익아파트(10억3600만 원)를 등록했다. 부동산 외 예금 16억2108만 원 등 총 46억153만원의 재산도 신고했다. 시가로 따지면 그 보다 훨씬 늘 것이다.

그 정도로 후임 인사가 화급했던 이유? 4일 열릴 법무부 징계위원회 때문임은 불문가지다. 급한 인사는 공석이 되어버린 차관을 서둘러 임명해 예정대로 징계위를 강행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중론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비검찰 출신 친여권인사인 이 신임 차관의 재빠른 임명을 통해 문 대통령의 의중이 어느정도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이미 전조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30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검찰을 에둘러 비판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 신임차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현 정부와 가깝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또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인물이다.

법원 결정으로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화려하게 업무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겐 좋지 않은 기류다. 문 대통령의 의중까지 실려 중징계가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위해 위원장은 맡지 말라"는 게 문 대통령의 지시라고 하지만 이 신임 차관이 위원장을 맡든 안맡든 기류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법무차관은 징계를 요구한 추미애 법무장관을 대신해 위원장을 맡게 되어 있었다. 추 장관은 징계위 외부인사 3명 중 한 명을 위원장으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평론가는 "오늘 이용구 법무차관의 임명과 더불어 법무부에서 징계위원 공개를 거부하는 것을 종합해보면 징계위에서 윤석열 총장 중징계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징계위에서 해임이 결정될 경우 문 대통령은 법적 절차를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검사징계법 32조에 따라 검사의 해임이나 면직, 감봉의 경우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한 만큼 징계위가 해임안을 의결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해임안까지 갈 수 있을까.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다. 법무부 감찰위도, 법원도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터다. 징계의 법적 논리와 명분은 약해졌고 여론도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해임안을 의결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인다 해도 상황이 깨끗하게 정리되진 않을 것이다. 야당 공세는 거세질 테고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찍어냈다는 비판 여론도 비등할 것이다. 윤 총장이 '징계처분 무효 소송'을 내고 버틸 경우는 최악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권 부담은 가중될 것이다.

이 때문에 징계위 자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 피로도가 잔뜩 쌓인 '추·윤의 진흙탕 싸움'의 여진도 길게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평론가는 "윤 총장의 해임이 결정되더라도 추 장관이 즉시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도 동반사퇴는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수습한 뒤 내년초 2차 개각때나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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