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승용차·열차·비행기까지…김정일 선물엔 금·은 제품 많아
소련제 '지스' 승용차, 국군이 노획한 '김일성 차'와 동일 모델
국제친선전람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157건의 선물 목록을 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代)를 거치면서 선물의 종류와 스케일이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 홈페이지는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산하의 외국문출판사가 관리한다.
우리의 방송통신대학에 해당하는 '김일성방송대학'의 '우리민족강당' 홈페이지에는 '만민칭송의 대전당 국제친선전람관'이라는 글이 실려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선물을 보낸 이들은 "김일성 동지를 열렬히 흠모하는 세계 여러 나라 당과 국가수반들을 비롯한 정계, 사회계, 실업계, 언론계의 저명한 인사들과 주체사상 신봉자들, 여러 국제조직들, 혁명투쟁 단체들 그리고 평범한 노동자, 농민, 학생 등 각계각층 인민들과 해외동포들"이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김일성 52건 △김정일 52건 △김정은 52건의 선물을 분석해보면, 김일성의 경우 국가수반이 공여한 선물(18건)의 비중이 컸다(받은 선물의 개수를 '점'이 아닌 '건'으로 표기하는 까닭은 선물 1건에 2점 이상인 경우가 있어서다).
반면에 김정일의 경우 국가수반이 공여한 선물(4건)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의 경우에는 국가수반의 선물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신에 주체사상 신봉자들과 무역회사 사장 같은 '개인'의 선물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게시된 선물 목록은 140여개의 전시실에 진열된 선물 11만6천여점의 극히 일부임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5월 13일 노동신문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가수반들과 각계각층 인사들이 수백점의 선물이 국제친선전람관에 새로 보충·전시된 소식이 실려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겸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물한 '김정은 반신(半身)동상'과 시 주석이 부인과 함께 선물한 수예작품이 새로 보충·전시되었다. 이 반신상은 중국미술관 관장이자 중국미술가협회 부주석인 유명 조각가가 창작한 것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상봉기념 금메달과 장검, 차그릇 세트도 전람관에 새로 보충 전시되었다. 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베트남 국가주석과 총리로부터 받은 차그릇 세트와 꽃병 같은 자기 공예품도 새로 보충 전시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선물들은 아직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탓인지 홈페이지에는 게시되지 않고 있어 이번 선물 종류 분석에서는 제외되었다. 또한 김일성 주석이 당대의 국제사회에서 가진 위상과 은둔형 지도자였던 김정일 및 김정은의 위상은 비교 불가일 정도로 차이가 났다.
실제로 김일성은 미·소(蘇) 냉전체제에서 제3세계 비동맹 블록에서 영향력을 갖고, 공산권 내에서도 중·소 등거리외교를 펼쳐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국가 지도자였다. 이에 비해 김정일과 김정은은 그만큼 국제사회에서 '격'이 낮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김씨 3대에 걸쳐 받은 선물의 종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김일성 주석의 경우, 시기 별로 보면 해방 직후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 시절부터 그의 후견국인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맹(소련)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것을 보면, 소련 정부와 내각 수상 스탈린은 194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및 김일성의 내각 수상 취임을 축하해 그해 12월 전망차(열차)를 선물한 것으로 시작으로 고급 승용차와 비행기까지 선물했다.
소련은 스탈린이 사망한 후에도 내각 수상 말렌코프와 불가닌이 각각 1953년 9월과 1955년 6월에 소련제 고급 리무진 '짐' 승용차를 선물했다. 이어 소련은 1958년 9월 북한 정부 수립 10주년을 기념해 김일성에게 소련제 일류신(IL-14) 비행기까지 선물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스탈린 수상이 1950년 10월 26일 김일성 동지에게 선물했다"는 소련제 '지스(ZIS)' 승용차이다. 선물 목록에는 차량번호와 상세한 제원이 기록되지 않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순 없지만, 의혹을 제기할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
같은 모델의 '김일성 승용차'는 서울시 용산의 전쟁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이는 구(舊)소련의 자동차 회사인 스탈린그라드가 제작한 8기통 엔진의 4도어 7인승(ZIS-110) 리무진으로 차량번호 6911001087이었다. 제원은 무게 2.6t, 길이 5.87m, 너비 2m, 높이 1.8m.
이 승용차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22일" 국군 6사단 7연대가 평양 동북방 약 100km 지역인 청천강변에서 노획한 것이다. 현재 '김일성 승용차'를 소장하고 있는 전쟁기념관은 당시 6사단과 참전 장병들의 고증을 통해 이런 사실을 설명문에 명기하고 있다.
압록강 초산(楚山)까지 진격해 부대 이름을 '초산부대'로 삼고 있는 국군 7연대는 당시 후퇴하는 북한군을 추격하면서 20여 대의 승용차를 노획했다. 이때만 해도 이 차량 가운데 김일성이 타던 승용차가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사단의 한 고위 간부가 노획 차량 가운데 가장 고급스런 1대를 타고 평양에 왔을 때 평양시민들이 차량의 정체를 알고 "김일성이 타던 승용차"라며 "김일성을 잡았느냐"고 물은 것이 소유자를 확인하는 단초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이승만 대통령은 미8군사령관이었던 윌튼 해리스 워커 장군(전쟁 기간 서울에서 교통사고로 사망)의 부인에게 선물하였다. 이후 (사)유엔한국참전국협회 지갑종 회장이 각고의 노력 끝에 미국에서 찾아내 1982년 한국으로 가져와 경남 사천의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돼 있다가 2013년 7월 전쟁기념관에 기증했다.
국군의 6·25전사에 따르면 국군이 미군과 함께 압록강까지 북진할 때 김일성이 긴급히 후퇴하느라 승용차까지 버리고 피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되돌아온 '김일성 승용차'를 1998년 7월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했을 때, 북한 측은 국군이 청천강변에서 노획했다는 사실과 관련 "있을 수도 없고 있어본 적도 없는 완전한 날조이며 거짓"이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소련제 지스 김일성 승용차'를 국군이 노획한 시점은 '1950년 10월 22일'인데,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된 '소련제 지스 김일성 승용차'는 스탈린으로부터 '같은 해 10월 26일' 받은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1950년 10월 중하순이면 북한군이 크게 밀리자 중공군(중국인민지원군)이 압록강을 도하해 인해(人海)전술로 전투를 벌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전쟁기념관과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된 같은 모델의 두 승용차가 서로 다른 차라면, 10월 22일 국군이 승용차를 노획하자 마자 스탈린이 나흘 뒤에 같은 모델의 새 차를 선물했다는 것이 된다.
이는 당시의 긴박한 상황에 비추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만약 국군이 노획한 것이 맞다면 전람관 승용차는 노획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른 중고차를 선물 받은 차로 위장한 것일 수 있다.
이밖에도 중국 마오쩌둥(毛澤東) 주석도 휴전협정으로 6·25 전쟁이 끝난 지 4개월 뒤인 1953년 11월에 전망차(열차)를 선물했다. 반면에 평소 소탈하고 검소한 생활로 인민들로부터 '호 할아버지'로 사랑받은 호찌민 베트남 주석은 1955년 10월 은제 차그릇 세트를 선물한 것으로 돼 있다.
김일성이 받은 선물에서도 공예품이 다수이지만 특히 총기류와 피아노가 눈에 띈다.
이를 테면 △니카라과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의 권총(1972. 4. 15) △베트남 정부 경제대표단 단장의 기관단총(1966. 1. 16) △ 기관총(콜트-15) 라오스인민혁명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의 콜트-15 기관총(1970. 6)과 △소련 내각 수상 불가닌이 선물한 피아노(1956. 6)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전람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선물은 공예품이 다수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은 제품이 많은 점이 눈에 띈다.
국가수반이 선물한 4건 중에도 '금 손목시계'가 있는데, 이는 유고슬라비아연방공화국 대통령 치토(티토)가 1979년 6월 25에 선물한 것이다. 그 외에도 △루마니아 민족보위성 부상이 선물한 금단검(1986. 5. 30) △스위스 제네바구락부 대표단의 금 탁상·손목시계(1989. 4. 29) △홍콩 한 무역회사의 금공예품 등이 있다.
그밖에 특이한 선물로는 짐바브웨공화국 수상 로버트 무가베가 1985년 김일성 생일(4월 15일)에 후계자 김정일에게 선물한 서우(코뿔소)뿔이 눈에 띈다.
전람관 홈페이지에 게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받은 선물 역시 공예품이 다수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용(龍)·준마·매 같은 용맹한 동물과 배를 형상화한 공예품이 많은 편이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선물 공여자 중에서 최고위급인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선물한 '흥성의 정'이라는 명칭의 도자공예(2011. 7. 12)가 대표적이다. 김정은이 공식 집권하기 전에 중국측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미얀마(버마) 전 국가평화발전이사회 위원장 가족이 선물한 금불상(2013. 7. 28)도 눈에 띈다.
그밖에 김정은이 받은 특이한 선물로는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으로 코트의 악동으로 불린 데니스 로드먼이 방북 당시 선물한 '명예의 전당 농구공'(2013. 9. 20)이 있다. 또한 러시아의 한 무역회사 사장이 선물한 '멧돼지대가리'(목록에는 '메돼지대가리') 박제품도 있다. 2013년 1월 8일 김정은의 생일 선물이다.
김정일이 받은 선물도 생일(2월 16일)에 받은 것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많은 선물이 이른바 '태양절'이라고 칭송하는 김일성의 생일(4월 15일)에 집중돼 있다.
그렇다 보니 공예품 중에는 용(龍) 6·코끼리 5·독수리 4·준마 3건 등 무병장수와 용맹을 상징하는 동물과 배(5건)를 형상화한 것들이 많은 편이다.
이를 테면 △중국 단동의 무역회사 사장의 공예품 '보귀의 용'(2012. 4. 15. 김정은) △버마 대통령 우 싼 유의 나무조각 '코끼리'(1983. 7. 14. 김일성) △타이-조선 인민친선단체의 물소뿔 공예 '돛배'(1988. 9. 29. 김일성) △미국 뉴저지주 미(美)-조(朝) 무역이사회 대표단의 도자공예 '독수리'(1996. 12. 5. 김정일) 등이다.
((다음은 '후계수업 김정은'에 선물한 중국 '항일혁명투쟁 연고자들' 편이 이어집니다))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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