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 연쇄살인 등 14건 자백…"내가 진범 맞다"

문영호 / 2020-11-02 16:26:56
"올 것이 왔다 생각…영원히 묻힐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다"

희대의 부녀자 연쇄성폭행살인범 이춘재(56)가 법정에서 1980년대 화성과 청주지역에서 벌어진 14건의 연쇄성폭행살인사건에 대해 '진범'이라고 증언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2일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는 문제의 8차 사건은 물론, 1980년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경기 화성과 충북 청주에서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 14건 모두에 대해 "내가 진범이 맞다"고 증언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6분 가량 늦게 시작한 재판에서 이춘재는 재심을 청구한 윤성여(53) 씨의 변호인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이 맞냐"고 물어본 질문에 "예, 맞습니다"고 진술하며 그동안의 범행을 인정했다. 
 

▲ 이춘재가 출석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 501호 법정 모습 [뉴시스]


청록색 수의를 입고 하얀색 운동화를 신은 채 마스크를 쓰고 법정에 들어온 이춘재는 짧은 스포츠머리에 군데군데 흰머리가 자리했다.

이어 선서를 하고 재판부의 질문에 차분한 분위기로 대답하며, 변호인의 질문에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해나갔다.

이춘재는 재수사 과정에서 아들과 어머니 등 가족이 생각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다 스치듯이 지나갔다"며 "복역 중인 부산교도소에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사건 때문에 접견왔다는 얘기를 듣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사건이 영원히 묻힐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다"는 이춘재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려고 했으나 전문 프로파일러 때문에 진술을 하게 됐다"고 범행 자백 과정에 대해서도 담담히 자백했다.

이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언젠가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의 DNA를 채취해갔는데 이 때문에 경찰에서 곧 알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범죄를 저지를 당시 현장에 대해 은폐라든지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DNA 채취하고 금방 경찰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하지만 경찰은 바로 찾아오지 않았고, 그 때문에 잊고 있었다"고도 했다.

이날 재판은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쓰고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의 옥살이를 한 윤성여씨의 재심으로 이춘재는 이날 피고인이 아닌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 씨가 2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1986년 첫번째 살인사건을 저지른 지 34년 만에 그의 입으로 직접 그의 범행과 관련 진술을 털어놓는 자리로 그의 한마디와 행동 하나 하나에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였다.

법정에는 변호인과 검사 측 요청 인원, 이춘재를 진범으로 밝혀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관, 취재진 등으로 40여 개의 자리가 꽉 찼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당시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자택에서 박모(당시 13세) 양이 잠을 자다가 성폭행당한 뒤 숨진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씨는 사건 당시 1심까지 범행을 인정했다. 이후 2·3심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년을 수감생활 한 윤 씨는 감형돼 2009년 가석방돼 출소했고, 이춘재의 자백 뒤 지난해 11월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7월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화성과 수원 등지에서 이춘재가 총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강간사건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를 통해 기존에 드러난 혐의 말고도 추가로 범행이 밝혀졌지만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면서 처벌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후 현재까지 부산교도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KPI뉴스 / 문영호 기자 sonano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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