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 더 사라"…전작권-방위비 두고 한미 국방장관 충돌

김광호 / 2020-10-15 11:11:25
서욱 국방장관 "획득계획 더 활발히 논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 큰 진전 없어
에스퍼, 한미 방위비 분담금 조속 타결 요구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방위비 분담금을 두고 양국 국방장관의 의견이 충돌한 가운데, 미국 측은 우리 정부를 향해 전작권 전환을 달성하려면 미국의 무기체계를 더 많이 구입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국민 의례를 하고 있다. [AP 뉴시스]


특히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 공백이 동맹 준비태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조속히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며 증액을 또 압박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전작권 전환을 포함해 방위비 분담금,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이 논의됐다.

에스퍼 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구체적 소요 능력과 기간을 결정하는 데 있어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 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산 무기체계 구입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서 장관은 한반도의 방위에 필요한 한국군의 적절한 방위 역량을 획득하겠다는 정부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경제·군사적 발전을 고려해 대한민국이 해당 능력들을 획득, 개발 및 제공할 것"이라며 "획득계획에 대해 보다 더 활발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또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간의 노력을 함께 평가하고 향후 추진계획을 논의함으로써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욱(왼쪽)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AP 뉴시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의 한국 사령관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인 2022년까지 전작권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에스퍼 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미 간 검증평가 3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완전운용능력(FOC)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거쳐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현재 1단계를 완료한 뒤 2단계는 예행연습만 한 상황이다.

또한 이날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미래 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에스퍼 장관은 방위비 분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동맹 준비태세'까지 거론했다. 그는 공동성명에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이 조속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현재의 협정공백이 동맹의 준비태세에 지속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고수해 온 '방위비 6조원'을 확고히 한 것으로, '1조원대' 입장을 유지하는 우리 측과는 여전한 입장차를 보였다.

여기에다 이번 공동성명에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 문구가 빠진 것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병력 감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측이 주한미군 규모를 줄일 것이란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그런(감축) 논의는 일절 없었다"면서 "병력의 숫자에 집착하기보다는 방위 공약 차원의 문제다. 비약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서욱 국방부 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AP 뉴시스]


결국 양 장관은 이날 회의 이후 열기로 했던 공동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미측의 회견 취소 요청을 우리측이 받아들인 것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 취소는 이날 회의가 그만큼 논쟁적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이전 공동성명에서는 화자로 '양 장관'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서 장관과 에스퍼 장관이 따로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만큼 이번 SCM에서 공통 의견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선 미국이 강하게 나온 것을 우리가 수용한 측면이 있는 반면 방위비 문제는 미국 측과 우리의 입장차가 워낙 커서 충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올해처럼 한미가 SCM에서 의견 충돌을 보인 것은 드문 일"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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