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및 주거환경 악화 등 졸속 시행 막아야"
일부선 러시아 마피아, 정치인 연루설 제기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부지에 초고층 빌딩 신축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급호텔인 그랜드호텔은 지난해 12월말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한 이후 3개월 만인 지난 3월 대형투자개발사에 매각됐다.
졸지에 일터를 잃은 그랜드호텔 노조는 기존 직원의 승계를 요구하며 폐업 10개월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다 호텔을 인수한 대형투자개발사 MDM은 호텔부지에 특급호텔이 아닌 지상 49층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추진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그랜드호텔(22층)은 해운대 백사장과 맞닿아 있는 접근성으로 해운대 바다 풍광을 정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천혜의 조망권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 등 각종 국제행사의 행사장과 숙박시설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그랜드호텔의 새 주인인 대형투자개발 신탁사는 지하 7층 지상 49층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2의 엘시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13일 "휴업 중인 해운대 그랜드호텔의 신탁사가 지하 7층 지상 49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해운대 구청에 건축신고가 접수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청 건축과도 그랜드호텔 신축관련 민원이 접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구청으로서는 그랜드호텔 신축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신탁사가 올해 초 작성한 신탁계약서에는 지하 5층, 지상 37층으로 2080호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로 계획됐으나 불과 몇 달 만인 지난 7월 발주한 조감도 개발계획에는 건물 규모가 49층으로 늘어났다며 제2의 엘시티를 우려했다. 엘시티는 해운대 해수욕장을 접해 있는 100층 규모의 3개 동 복합 주거빌딩이다.
건물 규모가 지상 37층에서 49층으로 늘어나면서 용적률이 800%대에서 356% 상향되면서 1200%대로 치솟았으며 객실도 600호실 이상 추가 건립이 가능하게 된다.
특히 신탁사의 조감도 개발계획에는 '모든 세대 바다 조망 최우선 배치' 등 바다 조망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9, 10호 태풍 이후 인재로 부각된 '빌딩풍'을 고스란히 맞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 환경운동가들의 지적이다.
여기에다 기존 도심의 조망권에도 영향을 주는 데다 특급호텔 부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관광특구 지위 상실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미래정책 안 사무처장은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유사주거시설로 변경을 추진하면 해운대구가 관광특구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빌딩풍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대책 없이 층수를 고무줄처럼 늘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관광객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타 호텔들이 유사주거시설 변경 추진 도미노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며 허가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주차대란과 어린이 교통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생활형 숙박시설은 공동주택과 비교해 주차장의 법적 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학교 조성 조건도 면제돼 심각한 주거환경 열악 문제가 우려된다.
이 문제에는 정치권도 가세했다.
심윤정 국민의힘 부산시당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그랜드호텔이 생활형 숙박시설로 변경되면 주차와 통행량이 늘고 학령인구 발생에 따른 학교 등 교육시설 미확보와 주거환경 부실 피해를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운대는 관광특구로서 부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만큼 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도 지역경제를 위해서라도 그랜드호텔은 특급호텔의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랜드호텔의 숙박시설 변경을 허용한다면 부산 관광의 필수시설인 특급호텔의 종말이 시작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또 해운대 지역에 생활숙박시설이 난립하지 않도록 관련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책마련과 부산시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고의 부도 의혹도 제기돼
부산경남미래정책은 고층 건물 건설 논란과 함께 그랜드호텔 부도에 대해서도 고의 부도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7월 부산경남미래정책은 그랜드호텔의 위장폐업을 막고 '특급호텔(관광진흥법상 관광호텔업) 유지'에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1998년 개업한 ㈜해운대그랜드호텔은 지난해 말을 끝으로 폐업이 아닌 휴업상태'라며 "2018년과 2019년 2년 적자를 이유로 특급호텔(관광호텔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생활숙박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을 2018년에 이미 의도한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해운대그랜드호텔과 ㈜퍼시픽인터내셔날이 주장하는 2019년 적자는 감사보고서상 재무재표에 대한 감사의견의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할 수 없어 '의견거절'한 것으로 확인했다" 며 적자 폐업 주장도 상당 부분 거짓이라고 밝혔다.
부산경남미래정책은 "2019년 10월~12월 3달간 객식 3030호 연회 62건 웨딩 9건 등 모두 16억4000만 원 매출을 취소시켜 손실을 일으킨 것은 '의도적인 적자 만들기'라며 "해운대그랜드호텔 측의 '지속된 적자문제'는 이해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경남미래정책이 공개한 휴업 전후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사업자등록증은 사명 변경과 함께 업태가 관광호텔업에서 부동산업으로 변경돼 있었다.
이에 대해 그랜드호텔을 매입한 시행사 측은 "담보신탁 계약을 하면서 무엇을 할지 형식상 넣어 달라고 해서 정확한 사업 검토 전 기재한 것"이라면서 "아직 건물의 활용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해운대 백사장 코앞에 추진되는 초고층 건물로 인한 빌딩풍 논란도 뜨겁다.
지난 9월 잇따른 태풍 내습 때 초고층 건물인 엘시티 인근 로데오거리가 큰 피해를 입었다.
빌딩풍 때문일 가능성이 크지만 상인들은 피해를 호소할 곳이 없는 처지다.
송화철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이자 대한건축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 회장은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초고층 건물 같은 대규모 건축물이 세워지면 주변의 바람 환경은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다, 건물들 사이와 주변의 바람을 빌딩풍이라고 한다, 건물 면에서 부딪친 빌딩풍은 급격히 하강하면서 강한 돌풍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건물 외장재 파손에 의한 2차 피해와 건물 주변 보행자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안전대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부산시는 "건축행정에서 보완할 부분은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민들이 강한 태풍에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부산시는 최근의 태풍 피해를 교훈으로 삼아 빌딩풍에 노출된 해안가 초고층 건물의 안전대책을 조속히 세우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문제는 국회로까지 확대돼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시민위협을 초래하는 '빌딩풍'을 태퐁,홍수 등과 같은 통상의 재난으로 규정하는 '빌딩풍 재난법'을 대표발의했다.
한편 그랜드호텔의 재개발을 놓고 러시아 마피아 자금 유입설, 정치인 연루설 등이 불거지고 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관계자는 "신탁사가 중앙의 거물과 상대할 만큼의 능력이 있는 것 같다"며 "물밑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 사무처장은 "현재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언젠가는 해운대구에 접수를 할 것으로 본다. 다만 해운대구가 시민의 뜻에 반하지 않은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320만 부산시민과 해운대를 사랑하는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KPI뉴스 / 부산=김중걸 객원기자 kj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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